의학논문 400편서 드러난 中 ‘강제 장기적출’ 가능성

캐시 허
2019년 02월 11일 오후 1:56 업데이트: 2024년 01월 20일 오후 11:02

중국에서 발표된 장기이식 관련 논문 400여 편이 연구 윤리를 위반했기 때문에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새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들 논문이 장기 기증에 동의한 적이 없는 중국의 죄수들에게서 비윤리적으로 적출한 장기를 기초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월 6일, 의학 학술지 ‘BMJ 오픈’에 발표된 이 연구는 이 분야 최초의 연구이다. 연구팀은 중국에서 이뤄진 장기이식에 대한 논문들 중  2000년부터 2017년 사이에 동료 심사를 거치는 영문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들을 조사했다.

호주 학자들이 주도한 이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처형된 죄수들의 장기를 적출하거나 기증자의 동의 없이 장기를 적출한 경우와 관련된 연구 논문은 게재를 금지하는 윤리적 기준이 있음에도, 국제 장기이식 연구계에서 이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경우가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많은 저명한 학술지들이 윤리적 측면에 대한 실사도 하지 않은 채 연구 논문의 게재를 수락했다는 사실이 내게 충격을 주었다” 라고 호주 맥쿼리 대학의 연구원이며 이 연구팀의 공저자 로빈 클레이 윌리엄스 박사는 밝혔다.

중국의 장기이식 남용 확인

여러 전문가들과 인권단체들은 중국의 장기이식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장기의 출처에 대해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는 자발적 기증자들의 장기가 사용되고, 그 이전에는 사형수들의 장기만 사용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식 윤리단체인 ‘중국의 이식 남용 종식을 위한 국제동맹’에서 발표한 2016년 심층 보고에 따르면, 장기 이식에 대한 중국의 공식적인 수치와 실제로 병원에서 행해지는 수술 수치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712개 병원의 공공기록을 분석해 매년 약 6만 건 내지 10만 건 가량의 간 및 신장이식 수술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밝혀 냈는데, 이는 공식적인 수치인 연간 1만 건 내지 2만 건을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이런 수치의 차이는 주로 파룬궁 수련자와 같은 중국의 양심수들로부터 강제 적출한 장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서는 결론지었다. 탐문 전화를 통해 여러 병원으로부터 확인한 내용, 구금됐다가 생존한 파룬궁 수련자들의 진술, 그리고 그 밖의 증거들이 이런 주장의 근거였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주에 있는 NGO(비정부기구)인 ‘중국 장기적출 연구센터’는 2018년 보고서에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를 제시했다.

2016년 6월 미국 하원은 중국에서 이뤄지는 파룬궁 수련자들의  장기 적출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같은 해 7월 유럽 의회도 중국에 이런 악행의 중단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연구 논문, 장기출처 의문 제기 안해

이번 연구에서는 모두 8만5000건 이상의 장기 이식을 다루고 있는 논문 445건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92%가 넘는 논문들이 처형된 죄수들의 장기가 이용됐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으며, 논문의 99%는 장기 기증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2010년 이전에 이뤄진 장기 이식을 다룬 논문 19건은 죄수들의 장기가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기 중국에는 장기 기증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죄수들의 장기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이번 연구에서는 밝혔다.

연구팀은 “해당 기간 동안 장기의 주요 제공자가 처형된 죄수들이었다는 사실을 중국이 인정한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조사된 논문에도 처형된 죄수들에게서 나온 데이터가 포함돼 있음이 거의 확실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연구는 장기이식 분야의 윤리적 진보를 추적하기 위해 비윤리적인 연구 논문을 조사한 첫 번째 연구다.

로저스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양심수 장기를 비윤리적인 이식 연구로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왔다. | NTD 영상캡처

연구팀의 일원인 웬디 로저스 호주 맥쿼리대 임상윤리학 교수는, 논문의 심사원부터 학술지 편집자와 발행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중국의 연구 논문과 관련해 장기의 출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로저스 교수는 “이런 종류의 확인 조치 실패는, 비윤리적인 관행이 번성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85%가 넘는) 대다수의 논문들이 장기의 출처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고도 학술지 게재가 수락된 점에 비추어 볼 때, 논문 심사원, 학술지 편집자, 그리고 발행인들의 이와 같은 경계심 부족은 도덕적으로 걱정스럽다. 특히 개별 학술지들이 연구와 관련된 명시적인 방침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윤리 기준 강제하는 시행조치 필요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이식학회(TTS)를 포함한 많은 기관들은 처형된 죄수의 장기를 이식하는 행위와 여기에 바탕을 둔 연구를 비난해 왔지만, 이런 윤리기준을 강제하는 시행 조치는 없었다고 이번 연구는 전했다.

현재로서는, 윤리기준 위반에 따른 제재는 없었으며, 윤리기준의 준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감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밝혔다.

로저스 교수는 “장기이식 분야의 종사자들이 2006년부터 사형수의 장기 이식과 관련된 학술 논문이나 연구를 금지한 세계이식학회(TTS)의 윤리기준에 주목했다”면서 “당시 한동안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로저스 교수는 “나는 (장기이식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이런 문제를 외면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지금은 이런 문제가 확실히 없어졌다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하지만, 이 분야의 종사자라면, 논문을 심사하거나 이 문제에 대해 말할 때 상당히 주의해야 할 전문가로서의 의무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저스 교수의 연구는 세계이식학회(TTS)의 공식학술지 ‘이식(Transplantation)’에 비윤리적 연구의 게재를 금지하는 학회 자체의 방침에 위반되는 논문 5건이 게재된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개별 논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관련된 모든 연구 논문의 게재 철회를 요구했다. 또, 중국의 장기이식 시스템에 연루된 연구들을 다룰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국제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권고했다.

의료계가 중국에 엄격한 책임 요구해야  

2017년에 의학 학술지 ‘리버인터내셔널’은 중국의 장기이식 외과의들이 제출했던 논문의 게재를 철회했는데, 이는 연구에 사용된 장기 출처에 대한 윤리학자들의 의혹 제기에 뒤따른 조치였다.

그 논문은 2010년 4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중국 저장성의 병원 한 곳에서 이뤄진 간 이식 564건을 분석한 것이었는데, 모든 장기는 심장사가 확인된 기증자들로부터 얻은 것이며, 처형된 죄수들에게서 적출한 장기는 없었다는 것이 논문 저자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로저스 교수와 그 당시 일단의 학자들은, 중국은 당시 기증되는 장기의 수가 적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장기를 병원 한 곳에서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심장사가 확인된 기증자의 간은 당시 약 3분의 1 정도만 이식하기에 양호했는데, 이는 그 병원이 자발적인 기증 시스템 보다 훨씬 더 큰 장기 공급처를 필요로 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양심수가 포함된 사형수들로부터 적출된 간을 사용했다는 것이 타당성 있는 유일한 설명이라고 전문가들은 결론지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NGO(비정부단체) ‘강제 장기적출에 반대하는 의사들(DAFOH)’의 집행이사 토스턴 트레이 박사는 이런 새로운 발견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방이 중국을 바꾸어 놓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서방이) 스스로의 행동은 바꿀 수 있다. 장기이식 전문의들이라면 지난 몇 년간 수집된 보고서와 조사된 내용을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트레이 박사는 e-메일을 통해 밝혔다.

트레이 박사는 의료계가 중국에 더 엄격한 책임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제사회와 의학 학술지들은 중국이 윤리기준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신호를 보내야만 할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