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없다” 벌써 병원 헤매던 응급환자 2명이 숨졌다

황효정
2020년 08월 31일 오전 10:2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6:01

의사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벌써 응급환자 2명이 숨졌다.

지난 28일 오전 5시 1분께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의 한 아파트에서 39살 A씨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10분 안에 출동한 119 구조대에 의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A씨는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절당했다.

A씨는 40여 분 간 의정부 시내를 떠돌다 30분 넘는 거리에 있는 양주시 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A씨의 수용을 거절한 한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파업 관련으로 환자를 받을 상황이 아니어서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언론에 밝혔다.

SBS 보도 화면 캡처
JTBC 보도 화면 캡처

앞서 부산에서도 3시간 동안 응급실을 찾아 헤매던 47살 B씨가 숨졌다.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들어간 지난 26일 오후 11시 23분께 약물을 마셔 위독한 상태에 빠진 B씨는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입원하지 못했다.

119 구급차는 1시간 20여 분 동안 부산과 경남지역 대학병원 6곳, 2차 의료기관 6곳에 20여 차례 이송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불가능이란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B씨는 중태에 빠졌고 이튿날 오후 숨졌다.

B씨 유족은 언론에 “한 군데만 해줬으면 살릴 수도 있었는데 사람의 생명을 두고 너무 심하다. 의사분들 지키면서 파업했으면 더 좋았을걸”이라고 전했다.

당시 출동했던 구급대원조차 “다 거부를 당했었다”며 “이송 거절을 이런 식으로 당한 적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대학병원 앞에서 시민이 집단휴진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뉴스1
박현서 병원장 페이스북 캡처

사망자가 나오자 시민들 또한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의사들이 오는 9월 7일에는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기 때문.

이에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이 앞으로도 재차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의료계 내부에서마저 파업시기와 방법을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왔다.

충남 아산의 박현서 병원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이 시국에 대규모 집회를 강행해 전국에 코로나를 퍼뜨린 집단에 화가 나고, 환자를 버려두고 파업에 나선 응급실 전공의들에 화가 난다”는 글을 올렸다.

박 원장은 “지방 소도시에 10년간 근무해줄 지역 의사를 고작 한해에 300명, 그것도 딱 10년간만 한시적으로 더 뽑겠다는데 그래서 지역주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빠짐없는 건강을 조금이나마 달성한다는데 그게 응급실까지 닫게 하고, 아픈 중환자까지 버려둔 채 파업에 나서야 할 절실한 이유인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