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취임 1년, 상상 못 한 일 이뤄..외교안보 최대 성과”

한동훈
2023년 05월 9일 오후 4:54 업데이트: 2023년 05월 9일 오후 4:54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년을 앞둔 9일 외교 안보 분야를 가장 큰 성과로 평가하며 대한민국을 평화와 번영의 허브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일관계 개선, 한미일 안보 공조, 한미동맹 재건, 세일즈 외교 등을 성과로 꼽았다.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약 12분 분량으로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취임 1년을 맞아 대국민 메시지 형태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먼저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한일 간에 이뤄지고 있다”며 한일 양국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지난 7~8일 방한을 언급하며 “3월 16일 저의 일본 방문으로 재개된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되기까지) 12년의 세월이 필요했지만, 양국 정상이 오가는 데에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동원(징용) 피해자들의 혹독한 경험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가슴 아프다” 발언을 언급하며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한일 양국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에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우리(한국)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시찰단이 방문하면 높은 투명성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설명함으로써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9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다음 주로 예정된 일본 히로시마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점을 공식화하면서 한미일 안보 공조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다음 주 G7 정상회의에서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밝힌 후 “지난달 국빈 방미를 계기로 이끌어낸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간 대북 확장억제를 강화한 데 이어, 한미일 안보 공조를 통해 역내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연대를 보다 공고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미일 공조는 북한의 핵위협을 겨냥하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 공산당 전체주의의 위협에 대한 공동대응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달 28일 사설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역대 정부 중 미국에 대한 민족적 독립 의식이 가장 결여됐다”는 비난 기사를 냈다. 한국 내 반미감정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이어 지난 7일에는 윤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워싱턴 선언’의 일본 참여 가능성을 언급하자, 환구시보는 자국 전문가 인터뷰를 인용해 “한국과 일본의 화해는 미국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전문가 발언’은 환구시보는 민감한 사안에 과격하게 반응할 때마다 사용하는 방식이다. 책임을 피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식이다.

환구시보는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큰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2019년 7월 논평에서는 “한일 간 경제 갈등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며 미국의 아태평양 전략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당시 한창 고조됐던 한일 갈등으로 한미일 공조가 약화되고 있는 데 대한 내심 흐뭇한 시선이 담긴 분석이었다. 갈라선 한일관계에 아무런 불평도 없던 환구시보가 갑자기 한국의 대일 외교에 대해 비판하기 시작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부터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 역시 “대통령직에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 안보 분야만큼 큰 변화가 이뤄진 분야도 없다”며 이 같은 극적 변화에 대한 감회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1일 만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이 실질적으로 재건됐다”며 “지난해 6월에는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토 정상회의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자유의 연대를 구축하고, 글로벌 안보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여러 국가와 양자회담을 통해 원전, 반도체, 공급망 분야 실질 협력을 강화하고 방산 수출 성과도 이뤄냈다고 했다.

또한 “지난 1년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정상 세일즈 외교를 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40조 원 규모의 양해각서(MOU) 26건 체결,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을 통한 3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유치 등의 성과를 예로 들었다.

취임 후 1년간 안보 성과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선의에만 기댔던 대한민국의 안보도 탈바꿈했다”라며 3축(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대량응징보복) 방어체계 강화, 과거 수년간 중단됐던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나열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워싱턴 선언’ 채택과 핵협의그룹(NCG) 창설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재래식 군사력을 바탕으로 했던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핵능력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됐다”며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하여 전례 없는 수준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규범을 어지럽히는 시도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분쟁의 군사적 해결과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해 왔다”며 “특히 안보와 경제가 국제 협력하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국제규범의 존중과 준수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지난 1년간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존중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경제 역량에 걸맞은 책임과 기여를 다 함으로써 글로벌 질서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고 자부했다.

‘힘(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 존중’은 미국이 중국 공산당을 비판할 때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한국도 이 용어를 사용하며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에 발맞춰 나아가고 있음을 여러 차례 분명히 해왔다.

앞서 지난해 5월 박진 외교부 장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후 한미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중국을 향해 “새롭게 형성되는 인도·태평양의 질서와 규범을 존중해 가면서 책임있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치열한 지정학적 경쟁과 다층적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의 허브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