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고다드 센터 방문…‘정찰위성’ 개발과 연관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05월 2일 오전 10:42 업데이트: 2023년 05월 2일 오전 10:42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이던 지난 4월 26일(현지 시각) 메릴랜드주 그린벨트에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산하 고다드 우주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강조한 “한미 우주 안보 협력”은 윤 대통령이 고다드 센터를 방문한 의미를 엿보게 해주는 말이다.

◇해리스 “韓, 직접 상승 위성요격미사일 실험 중단 참여…한미 우주 안보 협력 강화할 것”

해리스 부통령은 환영사에서 “한미 양국 정부는 오늘 우주 협력을 강화하는 공동성명서에 서명했다”면서 한국과 우주 탐사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달 탐사 행성,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의 협력 확대, 기후 변화 협력 등을 언급한 뒤 한미 양국이 북미와 아시아의 대기 오염을 추적하는 위성을 함께 제작해 궤도에 배치했고, 자신이 이 위성의 탐사 대상 지역을 남반구,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 대륙으로 확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진 해리스 부통령의 말이 환영사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다. 그는 “한미 양국은 우주의 평화적이고 책임 있는 이용을 위해 국제적 규칙과 규범을 수립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면서 “작년에 윤 대통령과 제가 서울에서 만났을 때 직접 상승방식의 위성 요격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데 대해 논의했고, 이후 윤 대통령께서 여기에 동참했다”고 강조했다.

직접 상승 방식의 위성요격미사일(ASAT)은 과거 냉전 시절에 미국이 개발한 무기다. 21세기 들어 러시아와 중국이 ASAT를 개발한 뒤 실제로 실험하며 우주정거장과 위성을 위험에 빠뜨린 바 있다. 실제로 2021년 11월 러시아가 시험 발사한 ASAT가 자국 위성 ‘코스모스-1408’을 파괴한 뒤 그 파편이 퍼지면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북한이 ASAT 시험 발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국방연구원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NASA 고다드 센터, 다른 시설과 달리 지구·태양계·우주 관측 중심

또한 대기 오염 추적 위성 등 기후 변화 대응에서 한국과 협력하기를 바란다는 대목과 한미 우주 안보 협력을 강조한 해리스 부통령의 말은 고다드 센터와 관련이 깊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주요 시설로 존슨 센터, 제트추진연구소(JPL), 고다드 센터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말한 달·화성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등 유인 우주 탐사의 주축은 존슨 센터다. 반면 고다드 센터는 ‘관측’에 특화돼 있다. 이 ‘관측’ 방향이 지구를 향하면 탄도미사일 조기경보가 가능하다. 실제로 고다드 센터는 과거 허블 망원경과 현재의 제임스 웹 망원경, 인테그랄(INTEGRAL·국제우주감마선연구), 소호태양관측위성, 달 정찰위성 등을 운영한다.

◇고다드 센터의 ‘관측 역량’, 우리나라의 조기경보 역량 강화에 도움 될 수도

우리나라는 현재 한국형 미사일 방어(KMD)와 선제 타격 계획인 ‘킬체인’ 등 ‘3축 체계’를 개발·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공격을 선제 탐지·대응하는 데 필요한 우주 관측 역량은 미흡해 미국 정찰위성의 힘을 빌리고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우주 관측 역량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 국방부는 연두 업무보고에서 “독자적 정보·감시·정찰(ISR) 역량을 구축해 한국형 3축 체계의 능력과 태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군은 이를 위해 ‘425 사업’을 통해 중대형 정찰위성 5기를 발사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1호 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EO/IR(전자광학/적외선) 감시위성 1기와 SAR(합성개구레이더) 감시위성 4기를 2024년까지 모두 쏘아 올려 90~120분마다 한 번씩 북한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다만 여러 개의 정찰위성을 동시에 운영하기 위해서는 관제 능력과 영상 처리능력이 필수다. 미국이 고다드 센터를 통해 우리나라에 관제 및 영상처리 노하우를 제공한다면,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능력을 현재보다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윤 대통령의 고다드 센터 방문을 두고 “군사 정찰위성 개발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라며 “우주 개발에 협력한다는 것은 우리가 시급한 분야인 감시·정찰 능력을 향상시키는 뱡향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