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코로나 방역 비판한 미 진보인사 채널 복구

매튜 베이덤
2021년 08월 30일 오전 10:58 업데이트: 2021년 08월 30일 오전 11:19

유튜브가 미국 진보진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제기해 온 나오미 울프 박사의 공식 채널을 복구했다.

삭제됐다가 복구된 채널은 울프 박사가 설립한 미디어·아이디어 공유 플랫폼 ‘데일리 클라우트’의 공식 채널이다.

울프 박사는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박사 출신으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90년대에 민주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정치 참모를 지냈다.

1991년에 발간된 책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The Beauty Myth)’를 쓴 페미니즘 작가로도 알려졌으며, 미국 내 진보인사로 활동해왔으나 최근 진보진영이 검열과 자유 억압을 방관하거나 동조해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유튜브는 지난 24일 해당 채널을 영구 삭제 조치했으나, 에포크타임스를 비롯해 몇몇 매체가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사건이 공론화되자 다시 채널을 복구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이 울프 박사를 불편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트위터는 백신 여권 도입과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비판적이었던 울프 박사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코로나19 및 백신과 관련해 허위 정보를 유포시킨다는 이유였다.

울프 박사에 따르면, 14만6천명의 팔로워가 등록된 그녀의 트위터 계정은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필 대학(UNC) 선임연구원 랄프 바릭 박사의 이력을 올렸다가 폐쇄됐다.

이에 대해 “미국 연방정부가 바릭 박사의 ‘기능획득연구(gain-of-function)’에 자금을 지원했음을 방증한 것”이라고 울프 박사는 주장했다.

기능획득연구는 바이러스에 없었던 기능을 탑재하는 연구로 대개, 감염성과 치명성을 높이는 쪽으로 이뤄진다. 미래에 발생할 전염병을 예방하는 차원으로 알려졌지만, 생물무기 개발로 이어지거나, 유출 시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위험성에 주목해 미국은 2013년부터 이를 규제하고, 이후 전담 위원회를 구성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울프 박사의 유튜브 계정이 삭제되기 전, 해당 계정에 마지막으로 업로드된 동영상은 그녀가 교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을 비판해온 것으로 유명한 레슬리 마누키안 ‘보건자유방어기금협회’ 회장과의 인터뷰였다.

데일리클라우드 측에 따르면 유튜브는 계정 삭제를 전후해 “잘못된 의료 정보 제공 관련 정책을 위반했다”는 안내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는 이 이메일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현지 보건당국이나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의 합의 내용과 어긋나는 주장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울프 박사는 “해당 동영상에는 논란이 될만한 내용이 없었다”며 “악시오스, 배너티 페어 등 미디어를 통해 모두 공개됐던 내용들이 다수”라고 해명했다.

유튜브는 계정 삭제 이틀 뒤인 26일 오후 발송한 이메일에서 “계정 폐쇄는 실수”라며 계정 복구를 알렸다.

이 이메일은 “최근 귀하의 유튜브 계정을 재검토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재검토 결과 서비스 약관 위반이 없었음을 확인했다”며 콘텐츠 관리 과정에서 때로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울프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치 성향을 떠난 보도(채널)가 복구된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유튜브의 앞으로 행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울프 박사는 “데일리클라우트는 기업이며, 정보 전달이 주된 업무 내용”이라면서 “채널은 복구됐지만 30만건 이상의 조회 수가 삭제되고 가입자 수천명이 사라졌다”며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경제적 손실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용자들에게 전달해야 할 중요 정보를 제때 전달할 수 없을 수 있다는 공익성의 훼손과 신뢰도 저하라면서 “이번 사건은 유튜브 같은 빅테크가 중소기업, 언론사, 언론인을 언제든 침묵시킬 수 있고 그들의 사업체와 명성에 언제든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검열은 미국의 방식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려면 이런 방식은 더 이상 지속해선 안된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일종의 언론매체로 규정해 관리하고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울프 박사는 미국이 중국의 ‘사회신용제도’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신용제도는 빅데이터를 활용, 국민에게 ‘행동점수’를 매겨 이 점수에 따라 혜택이나 불이익을 주는 제도다.

중국은 정부와 공산당이 이를 주도하지만,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민간차원에서 비슷한 제도를 일반 시민들에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울프 박사는 자신이 거의 최초로 백신 여권 도입을 경고한 사람들 중 하나로서 빅테크의 감시와 검열을 체감해왔다며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슈에서 특정한 입장에 서도록 유무형의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그녀는 에포크타임스 보도 덕분에 채널이 복구될 수 있었다면서 “유일하게 이 문제(빅테크의 언론 검열)에 대해 진지한 보도를 하는 언론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