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 마시며 전통악기 연주” 中 당국, 유튜브에 ‘행복한 신장’ 선전 공세

류지윤
2021년 03월 29일 오후 12:55 업데이트: 2021년 03월 29일 오후 4:19

중국 신장 지역 소수민족으로 보이는 여성이 등장해 아름답고 이국적이며 자유로운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됐다.

전통 복장을 차려 입고 장신구로 꾸민 여성은 양탄자가 깔린 집에서 노인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화려한 전통양식 건물 안뜰에서 비둘기 떼에 둘러싸여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유튜브 접속이 완전히 차단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삼엄한 감시 속에 생활하는 신장 지역 주민이 이 영상을 올렸다고는 보기 어렵다.

마침 국제사회에서 신장 지역 인권탄압이 공론화되면서 인권 탄압에 가담한 중국 공산당과 정부 관리들을 제재하자, 중국 공산당이 반발해 H&M, 나이키 등 서방 브랜드 불매운동을 벌인 시점이다.

지난 22일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는 중국 신장 지역 강제노동과 소수민족 탄압에 가담한 중국 공산당 관리들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EU와 영국이 인권 문제로 중국 공산당에 제재를 가한 건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와 트위터, 틱톡 등 서방에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에는 신장 위구르족이나 카자흐족 등 소수민족 사람들이 아름답고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부쩍 늘었다.

한 영상에서는 “이쪽에서 밀크티를 마시면서 돔브라(카자흐족 현악기)를 치며 노래 부른다”는 소개가 나온다.

유튜브 접속이 차단된 중국에서 올라온 신장 여행 동영상 | NTD 화면 캡처

자칭 카자흐족이라는 여성은 “오늘 백조를 보러 가는 길인데 아직 도착 전이다. 이곳 풍경이 너무 좋다”며 자유롭게 여행 다닌다는 점을 은근히 호소한다.

아예 대놓고 신장 지역에서 중국 공산당의 인권탄압을 옹호하는 영상도 있다. 대개 외모가 돋보이는 젊은 여성들이 많다. 대다수 주민들은 자유롭게 생활하는 데 극단주의자들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식이다.

오랫동안 신장 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해외 중국 인권운동가 후자(胡佳)는 미 NTD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신장 주민들이 유튜브, 트위터 등 해외 사이트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고?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자는 “중국에서 신장, 티베트 지역은 해외 사이트 접속이 가장 엄격하게 차단된 곳이다. 여기서는 해외 사이트에 접속만 해도 불법으로 간주된다.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신장 주민들이 자신의 얼굴과 모습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모든 인터넷 이용자들이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고용한 온라인 댓글부대 우마오당(五毛黨)은 언제든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후자는 “신장 지역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왜 가는 곳마다 무장한 경찰이 있느냐는 것이다. 신분증 검사도 수시로 이뤄진다. 길가는 사람을 막고 휴대전화를 검사하는 일도 다반사다. 영상에서 그려지는 평화롭고 안전한 곳이 아님은 분명하다”고 했다.

유튜브 접속이 차단된 중국에서 올라온 신장 여행 동영상 | NTD 화면 캡처

세계위구르대회 디리샤티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한 중국 공산당이 거짓 선전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리샤디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위구르인 등에 대한 중국의 인종 말살, 반인륜 범죄를 인정하는 나라가 많아지면서 중국도 국제사회의 분노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거짓 선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디리샤디 대변인은 “소수민족은 인터넷 방화벽을 넘는 것이 금지돼 있다”며 “거짓 선전을 위해 만든 우마오당의 계정으로나 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서방 사회에서 보장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악용해 그 자유를 해치는 전제주의 선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현지 소수민족 학생들에게 영상을 찍어 제출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카자흐스탄에 체류 중인 신장 출신 사업가 디나(迪娜)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고향인 신장 이리(伊犁)에서 졸업한 현지 학생들이 공산당 주민위원회에 불려가 신장 지역을 홍보하는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국은 외신의 신장 지역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운좋게 들어가더라도 그들이 보여주고 허용하는 것만 쓸 수밖에 없다.

지난 2019년 10월 신장을 답사했던 캐나다 역사학자 올시 자제시(Olsi Jazexhi)는 한 세미나에서 공산당 선전부가 그를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해, 같은 해 8월 몇몇 기자들과 함께 신장 방문을 허락했다고 소개한 뒤, 현지를 둘러본 결과 중국 공산당이 “탈레반보다 더 나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 다수 언론은 위성에 포착된 사진 등을 인용해 신장 지역에는 1200여 개의 수용소가 있으며 수백만 명의 위구르인들이 수용돼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는 신장 인권 탄압을 중국 공산당의 인종 말살로 규정했고 캐나다와 네덜란드, 호주, 터키 정부와 의회에서도 비슷한 비판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