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에서 힘들게 채굴한 석유에 불 붙이는 이유

정경환 기자
2019년 10월 25일 오후 1:35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01

국제유가 소식을 전하는 TV뉴스에서 비추는 유전은 대개 커다란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다.

엄청난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땅 밑 깊은 곳에서 어렵게 뽑아낸 연료를 굳이 불태워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불태우는 것은 석유가 아니라 함께 새어 나오는 유증기, 가스다.

드릴로 깊은 땅이나 바다 밑을 뚫고 들어가면 원유가 들어 있는 거대한 창고 같은 매장 층에 도달한다.

이 매장 층에는 원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량의 천연가스도 함께 묻혀있다.

브라질 원유시추선 | 연합뉴스

따라서 원유 등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여분의 가스가 밖으로 새어 나오게 되는데, 이 가스가 대기 중에 퍼져 일정 농도가 되면 폭발 위험성이 생긴다.

이 같은 가스로 인한 폭발 위험을 방지하려면 새어 나오는 가스를 즉시 태워 버려야 한다.

이를 플레어링(flaring)이라고 하는 데 안전을 지킬 뿐만 연료로 사용하기 부적합한 가스를 없애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천연가스 중 사워(sour) 가스에는 인체에 유해한 황화수소가 들어 있기 때문에, 사워가스를 플레어링 하지 않고 그대로 방출하면 땅이나 대기가 오염된다.

채굴한 원유를 플레어링 하는 모습 | 연합뉴스

플레어링은 이러한 황화수소 등 폐기 가스를 태워 없애주고 천연가스만 추출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플레어링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환경보호단체에서는 플레어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폐기가스에 포함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20배 이상 자연에 더 해로울 수 있다며 플레어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