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원전 통신망 차단”

한동훈
2022년 03월 7일 오전 10:53 업데이트: 2022년 03월 7일 오전 10:56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통신망을 차단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유엔(UN)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6일(현지시각) 밝혔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정상적인 통신채널을 통해 얻을 수 없다”며 “언제라도 핵시설을 위협할 수 있는 무력 충돌 와중에 규제기구와 자포리자 원전 간 중요 통신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고 발표했다.

앞서 4일 우크라이나 당국은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서 교전이 일어났으며 일부 관계자들은 메신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원자로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화재를 진화했다는 당국의 발표가 있었지만, 화재가 난 곳은 원자로가 아닌 인근 현장 훈련시설로 밝혀졌다.

현재 자포리아 원전은 러시아군이 장악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와 IAEA 역시 이를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자포리아 원전의 원자로는 총 6기이며 일부는 공격 당시에 이미 가동이 중지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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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2.3.4 | Joe Klamar/AFP via Getty Images/연합

bright flaring object landing in grounds of the nuclear plant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공사 측이 지난 4일 공개한 영상의 한 장면. 원전 인근 부지에 밝게 빛나는 물체가 떨어져 폭발하는 보인다. | 자포리아 원전공사/AP/연합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4일 원전 공습과 관련해 제기했던 몇 가지 위험 요소 중 원전 직원들에 대한 식량 공급 등 문제들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면서 “발전소의 안정적 가동을 보장하려면 경영진과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나 압력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의 노심용융(멜트다운) 사고로 최악의 원전 참사를 겪었다. 이 사건은 공산당 관리들이 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핵 물질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는 사태로 확대됐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도 키예프 진입 전 북쪽에 위치한 체르노빌 지역도 점령했다. 체르노빌 원전은 2000년 이후 모든 원자로 가동이 중단됐지만, 여전히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어 반경 30km까지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한편, 러시아는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 이후 이와 관련해 어떠한 공개적인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본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원전 화재가 우크라이나 측에서 가한 공격으로 발생한 것이며, 러시아군은 원전을 지켜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