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中 인권탄압 “집단학살 위험” 비난 결의안 채택

한동훈
2022년 06월 12일 오전 11:59 업데이트: 2022년 06월 12일 오전 11:59

유럽의회가 중국 북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중대한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위험’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지난주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또한 중국 공산당이 위구르족, 카자흐족 등 소수민족을 상대로 한 잔학행위에 대해 ‘반인륜적 범죄’라고 규정하는 등 가장 강력한 수준의 용어로 비판했다.

유럽의회가 중국 공산당의 신장 위구르 탄압을 ‘반인륜적 범죄’, ‘집단 학살’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유럽 각국은 이 사안을 개별적으로 비판해왔다.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는 네덜란드가 처음으로 작년 2월 위구르 탄압을 ‘집단 학살’로 규정하는 결의하는 채택했다. 이후 벨기에, 프랑스, 리투아니아, 체코, 리투아니아 등이 합류했다.

신장 위구르 탄압에 가장 먼저 ‘집단 학살’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었다.

그는 2021년 1월 퇴임 직전 “공산당의 지시와 통제 속에 중국이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10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구금, 고문, 신체적 자유 박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탄압의 주체를 “중국 공산당 정부”라고 했다.

뒤이어 취임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같은 입장을 취했다. 그는 취임 당일 첫 기자회견에서 “신장 지역 위구르 무슬림을 상대로 집단학살이 자행됐다는 것이 내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캐나다, 영국 의회도 등도 신장 위구르 탄압을 집단학살로 규정하며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도록 했다. 독일은 외무장관이 신장 지역 인권침해에 대해 중국 측에 투명한 조사를 요구했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우루무치(烏魯木齊)에 위치한 시설. 국제사회는 강제수용소라고 지적하지만, 중국은 직업훈련시설이라고 주장한다. 이 시설은 220에이커(26만9318평) 크기로 최소 1만명을 수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AP통신은 중국 최대이자 세계 최대 수용시설 중 하나로 평가했다. 2021.4.23 촬영 | AP=연합뉴스

이번 유럽의회 결의안은 중국의 위구르인 지역사회가 정치적 전향 시도, 문화 파괴, 철저한 감시 등 잔인한 수단에 의해 조직적으로 탄압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출산 제한, 위구르족 어린이를 가족과 강제로 떼어놓는 행위가 중대한 집단학살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결의안은 구속력은 없지만, 중국 공산당의 탄압행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유럽의회의 강한 의사 표시가 된다. 또한 정부나 국제기구를 통한 대응조치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200만 명의 위구르인들이 중국 서부에 있는 수용소에 구속돼 있다. 중국은 이를 종교적 극단주의에 맞서기 위한 ‘직업훈련 시설’이라고 주장하지만, 지난 5월에는 영국 BBC 등을 통해 이 시설에서 탈출을 시도한 수감자는 사살한다는 등의 내용이 보도되면서 국제적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유럽의회 결의안은 위구르족, 카자흐족 등에 대해 재판 없이 임의로 구금하는 행위를 즉각 끝내고 구금된 이들을 석방하라고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중국 정부는 인권탄압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의 시선은 점점 더 따가워지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UN)인권최고대표는 지난달 6일간 중국을 방문했으나 현지에서 인권탄압을 강도 높게 추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공산당의 정치선전 공작에 놀아났다는 이유로 인권단체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