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바이든 사우디 설득 실패 여파에 상승세 지속

한동훈
2022년 07월 20일 오후 4:25 업데이트: 2022년 07월 20일 오후 4:5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이 별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증산 합의 실패에 따른 여파가 이어지면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됐다.

북해산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주 경기 침체 우려로 시장 심리가 위축되며 약 한 달 만에 최대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와의 원유 증산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귀국하면서 오름세로 돌아섰다.

19일(현지시각)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의 9월물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08달러 상승한 배럴당 107.35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날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WTI는 전 거래일 대비 1.62달러(1.58%) 오른 배럴당 104.22달러에 마감했다.

미국의 달러 가치 강세 완화도 고유가 지속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른 통화 보유자 입장에서는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유가나 달러 표시 물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달러는 지난주 강세를 보였으나 18일부터 약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해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를 지수화해서 보여주는 ‘달러지수(달러 인덱스)는 지난 14일 109에 근접했다가 18일 107대로 내려앉았고 19일에는 106대로 추가 하락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이번 주 내에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 침체 분위기 속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책을 속속 내놓고 있어서다.

미 온라인 경제매체 <헤지아이(Hedgeye)>의 최고경영자(CEO) 키스 매컬로프는 최근의 유가 상승을 “약세장 반등”으로 봤다. 달러 약세에 힘입어 잠시 반등을 보여줬지만 약세장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매컬로프는 밀, 구리를 비롯해 많은 원자재 선물가격이 상승했지만 역시 달러 약세에 힘입은 반등세이며 약세장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이 지난주 8.2% 하락으로 마감했다가 이번주 월요일(18일) 오전에 3% 상승한 것과, 같은 날 시카고선물거래소(CME)의 밀(소맥) 선물이 1.6% 상승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빈손’ 중동 순방에도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 증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미 국무부 에너지 안보 선임 보좌관은 지난 17일 CBS에 출연해 중동 산유국을 대상으로 원유 증산을 촉진하기 위한 “몇 가지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어느 나라가 얼마나 증산한다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금융그룹 ING의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전망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ING 애널리스트들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중동 산유국의 원유 증산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대는 장밋빛 전망”이라며 “사우디에서 나온 견해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사우디의 산유량 증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협의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를 제외한 다른 산유국은 원유 증산 여력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OPEC+는 다음 달 3일 제31차 회의를 열고 8월 말 종료되는 감산 협정 이후 9월부터 원유를 추가 증산할 것인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 이 기사는 톰 오지메크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