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은 어떻게 서구 정계에 파고들었나(하)

2019년 05월 16일 오전 8:40 업데이트: 2019년 12월 1일 오전 8:56

위챗은 중국 최대 메신저 프로그램으로서 중국 국내 민중의 뉴스 획득 경로를 통제할 뿐만 아니라 해외 화교들에게도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중공의 말을 듣고, 중공이 보여주는 것을 보며, 중공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위챗이 중공 정부의 심사를 받는 데다 운영상에서도 불투명한 점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 싱크탱크와 중국 문제 관측통들은 위챗이 서구 사회 내부에서 정치적 영향을 미치고 트로이 목마처럼 새로운 위협이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위챗은 이미 서구 국가의 민선 관료들과 중국계 유권자들 간의 정상적인 소통에 개입하고 있다. 우선, 중공은 위챗상의 정치 뉴스와 정보를 친중공 서구 정당 및 정계 인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통제한다. 그러면 중국계 유권자의 표심을 얻으려는 서구 정계 인사들 역시 이에 영향을 받아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홍콩 곳곳에 걸려 있는 위챗 광고판. | 자원봉사자 촬영/자유아시아방송

위챗상에서 중공이 금기시하는 화제 회피하는 서구 정객들

위챗은 중공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정계 인사들을 압박하는 데 사용될 뿐만 아니라 서구 정치가들이 중공 편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및 미국의 수많은 정당 단체 및 정계 인사들이 화교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위챗에 계정을 개설하고 선거구 내 중국 이민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간과하면 안 될 것은 중국 국내외를 불문하고 위챗은 중공의 엄격한 검열을 받고 있으며 백도어 등 안전 관련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국제앰네스티가 위챗의 인스턴트 메신저 프로그램의 안전성을 평가했는데 100점 만점에 0점을 획득했다. 위챗은 종단간 암호화(E2EE)를 도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백도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위챗이 서구 정치가들이 자기 검열을 하도록 은밀히 조종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2019년 5월 18일 실시한 오스트레일리아 연방 총선을 보면, 각 후보자들은 모두 총선 전 중국 소셜 미디어인 웨이보 및 위챗상에서 화교 유권자들을 향해 대대적인 선거활동을 펼쳤다.

“오스트레일리아 정치가들이 위챗을 통해 중국계 유권자와 소통하려고 시도하는 순간, 그들은 자동으로 중국 검열 기관의 일부가 된다.” 오스트레일리아 전략정책연구소(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 사이버 연구원인 퍼거스 라이언(Fergus Ryan)이 오스트레일리아 공영방송(ABC)에 전한 말이다.

라이언은 “이는 중국이 원하지 않는 일부 민감한 주제들은 토론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며 “이런 문제들을 질문하는 유권자가 있더라도 정치인들은 더는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빌 쇼튼(Bill Shorten) 노동당 대표는 3월 27일 위챗상에서 화교 커뮤니티와 라이브 질의응답을 진행하던 중 소위 ‘민감한’ 질문을 받았다. 중국 통신 대기업 화웨이 문제,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중공의 침투와 간섭 문제, 중공을 등에 업은 부유한 상인이자 정치 자금 기부자 황샹모(黄向墨) 문제,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빌 쇼튼은 어느 질문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중공은 위챗의 검열 제도를 이용해 화교 유권자들의 표를 친중공 성향의 정치 후보자에게 몰아주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공영방송(ABC) 조사팀이 5월 9일 발표한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5개월간 오스트레일리아와 관련된 위챗 공식계정 가운데 방문량 상위 47개 계정이 총 2,057개 포스팅을 발행했는데, 그 가운데 노동당과 쇼튼을 공격하는 내용은 거의 없는 반면 자유당(현 집정당으로, 중공에 다소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을 비난하는 내용은 관찰됐다.

이들 위챗 공식계정 47개 가운데 29개는 중공 단체와 관련된 계정으로, 중공 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 연구원은 “우리가 수집한 증거는 중국(중공) 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계정들이 자유당(정부)에 명확한 반대 논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ABC에 밝혔다.

전(前) 시드니 주재 중국 총영사관 일등서기관 천융린(陈用林, 2005년 중공을 떠나 호주에 망명했다) 역시 본지에 이렇게 증언했다. “중공은 오스트레일리아를 특정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유당이 계속 집권하기를 바라지 않으며, 노동당이 집권하기를 바라고 있다.”

톰 우런(Tom Uren) 오스트레일리아 전략정책연구소 사이버 안전 전문가가 본지에 밝힌 바에 따르면, 위챗과 관련해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위챗이 여론을 통제한다는 점이다.

위챗은 중국 최대 메신저 프로그램으로서 중국 국내 민중의 뉴스 획득 경로를 통제한다. | NTD 아태방송 캡처화면

해외 화교의 뉴스 획득 경로를 통제하는 위챗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의 중국 연구원인 왕야치우(王亞秋)는 지난 2월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의미심장한 일화를 소개했다.

2016년 9월 미국 대선 기간 중, 그녀의 한 중국 친구가 위챗상에서 중국 웹사이트 링크를 공유하며 ‘이 링크를 사용해 힐러리와 트럼프 후보의 토론 생중계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친구는 대학원 유학차 미국에 와 있었으며, 당시 뉴욕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TV나 Youtube를 통해 토론을 보는 것이 아니라, 중공 정부에 엄격히 감시받는 중국 웹을 통해 보려고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왕야치우는 이렇게 표현했다. “왜 그랬을까? 그가 거주하고 있는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일을 포함해 그가 평소 접촉하는 정보가 모두 그곳(중국)에서 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는 결코 그녀만의 특별한 사례도 아니다.”  

해외 화교들은 비록 중국 바깥에 있지만, 그들이 접하는 정보는 대부분 중국(중공) 정부에 의해 통제받는다. 미국 콜롬비아대 저널리즘스쿨의 한 연구보고서는 중국 1세대 이민자들 가운데 다수가 위챗을 사용하며, 위챗은 그들에게 잘못된 뉴스 혹은 극우파적인 음모론 등을 전파한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위챗상에서는 2018년 12월 1일 체포된 화웨이 CFO 멍완저우 관련 소식이 한때 차단되기도 했다.

중공이 화교들의 뉴스 획득 경로를 조종하는 상황을 보면, 일부 해외 화교들이 인권, 정치 등의 문제에 있어 중국(중공)과 언제나 같은 입장을 취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민감한 정치 이슈에 관한 토론 및 중국(중공) 정부에 비판적인 언사는 모두 시스템에 의해 신속히 삭제되며, 위챗 유저 간에 주고받는 개인적인 메시지조차 모두 감시 대상이 된다.

때로는 이미 발행된 포스팅조차도 몇 초 만에 삭제되며, 일부 정보는 중간에서 가로막히기도 한다. 보내는 측에서 발신 실패 메시지를 받지 않았는데도 상대방은 아예 해당 메시지를 받아보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인권을 예로 들면, 메시지나 포스팅 가운데 6.4 천안문 대학살, 파룬궁, 최근 홍콩에서 벌어진 송환법 반대 시위 등과 관련한 ‘민감한’ 단어가 포함되면 위챗을 통해 전송할 수 없다.

“위챗은 사람들 간의 연락을 돕는 소셜 미디어 도구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인권에 관해서는 악명 높은 정부가 그들의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왕야치우의 말이다.

2016년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위챗은 ‘일앱양제(一App两制)’를 시행하고 있다. 즉 대륙 유저와 해외 유저에 다른 검열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해외에 거주하는 대륙 유저에게는 보다 엄격한 검열을 실행한다.

위챗 계정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대륙 유저는 해외 전화번호를 사용해 가입하더라도 여전히 대륙의 검열 기준에 따라 위챗의 검열을 받게 된다.

오스트레일리아 화교들의 뉴스 소비에 관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위챗 계정들이 중국 이민자들을 위해 배포하는 뉴스 내용은 오스트레일리아 정부 공영방송(SBS)이 발신하는 보통화 뉴스와 현저히 다르다.

SBS 뉴스는 정치 뉴스를 다수 다루는 반면, 위챗의 관련 채널들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치 뉴스를 거의 전재하지 않는다. 한편 중국(중공) 정치 보도와 관련된 일부 포스팅의 내용 또한 중국 국내 언론기관의 보도 내용과 놀랍도록 유사하며, 중국(중공)의 공식 입장을 일관되게 반영한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 내 중국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뉴스 및 정보를 얻는 주요 경로’를 조사한 결과, 66%가 ‘위챗’이라고 밝혔고, 22%만이 ABC나 ‘시드니 모닝 헤럴드’ 같은 오스트레일리아 주류 언론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 역시 오스트레일리아와 기본적으로 동일했다. 장츠(張馳, 음역) ‘타우 디지털 저널리즘 센터(Tow Center for Digital Journalism)’ 연구원이 2018년 미국 화교 위챗 사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저 가운데 79%가 위챗 단체방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밝혔다. 100명 이상이 참가한 단체방에 속해 있는 유저도 71%에 달했다.

뉴욕 주재 시사평론가 주밍(朱明)에 따르면, 많은 해외 화교에게 있어 위챗이 제공하는 편리성과 중국 국내와의 연락망은 단기간 내 여타 app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반 시민은 어느 국가에 거주하든 자신의 힘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는 “해외에 나왔으면 중공의 당문화(党文化) 사유 방식을 버리고 정상적인 사회에 융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세상의 보편적인 가치관에 따라 중국을 바라보는 것은 해외 화교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필수 교양’이다. 해외 화교들이 주변의 다른 정보를 수용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면서 위챗 정보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야말로 그 첫걸음”이라고 했다.

중공 정부는 위챗 검열을 통해 해외 민선 관료들이 화교 유권자들을 조종하고, 이를 통해 해외 민선 관료들이 위챗상에서 자아 검열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 ANTHONY WALLACE/AFP/Getty Images

위챗은 ‘트로이 목마’처럼 위험 

미국 내 화인 커뮤니티의 주요 뉴스 획득 경로인 위챗은 마치 트로이 목마처럼 서구 정치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2017년 9월, 캐나다 국회의원 관후이전(关慧贞, Jenny Kwan)이 홍콩의 우산 운동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홍콩 젊은이들이 이념을 고수하고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용감히 싸우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위챗은 이 포스팅을 신속히 삭제 처리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학 후버 연구소(Hoover Institution)가 2018년 11월 발표한 중대 보고서 ‘중국의 영향과 미국의 이익: 건설적인 경계 제고에 대한 제안(Chinese Influence & American Interests: Promoting Constructive Vigilance)’ 역시 미국에 끼치는 위챗의 잠재적 위해를 지적했다.

“방대하고도 중요한 미국의 (화교) 커뮤니티가 위챗을 통해 거의 모든 뉴스를 얻고 일상 소통을 하고 있는데, 이 플랫폼은 언론 자유에 반대하는 외국 정부에 의해 검열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외국 정부는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상 미국의 가장 장기적 안보 위협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위챗이 중국 공산당이 제정한 규칙에 따라 뉴스와 댓글을 검열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중국과 동일한 수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학자 가운데 다수가 중국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인사다. 그들은 일찍이 중국(중공) 정부가 자유화 개혁을 진행하기를 무척 기대했지만, 그러한 기대가 헛된 것임을 깨달았다.

보고서는 또한 중공이 위챗을 이용해 미국 내에서 공작을 벌일 능력을 이미 갖추었다며 이렇게 경고했다. “위챗의 ‘뉴스 채널’이 조장하는 반미(反美) 정서는 일종의 친중(공) 민족주의 원한을 유발하는데, 이러한 원한은 이미 충분히 무르익었으며 중국(중공) 정부에 이용될 수 있다.” 

이러한 원한은 해외 화교 커뮤니티를 통해 서구 정치가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중국(중공)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 ‘반화(反華)’ 또는 ‘중국을 증오한다’는 낙인이 찍혀 화교 유권자들의 표심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시드니 과기대의 중국 문제 전문가 펑중이(冯崇义) 교수는 본지에 “위챗 플랫폼은 그 자체가 중공이 조종하는, 검열삭제필터링 기능을 완비한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그는 “위챗상의 여론은 모두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으로, 해당 플랫폼은 자연스럽고 중립적인 여론 플랫폼이 아니다. 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민주 정치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선거 과정에서 이러한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은 민의를 왜곡하고 여론의 장 전반을 왜곡해 유권자들이 오판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론가 주밍(朱明) 역시 위챗은 화교들이 서구 국가의 특정 정치인을 지지 혹은 반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엄밀히 말해 서구 민주 사안 및 민선 관료와 화교 유권자 간의 정상적인 소통에 중공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 정치가가 화교들이 자주 사용하는 미디어를 통해 그들과 소통하는 것은 무척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위챗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리스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인권 전문가 왕야치우는 서구 정계 인사들이 중국(중공) 당국에 통제받지 않는 채널을 통해 화교들과 소통할 것을 제언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찰스스터트대학 공공윤리학 교수이자 <소리 없는 침입>의 저자 해밀턴(Clive Hamilton) 역시 오스트레일리아 SBS에 “오스트레일리아 정치가들은 중국(중공)의 감시를 받는 미디어 플랫폼에 의존하는 대신 현지 화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독자적으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