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콘신 선관위, 주 선거법 무시한 지침…“부재자-우편투표에 인공호흡”

아이번 펜초코프, 한동훈
2020년 11월 12일 오전 11:58 업데이트: 2020년 11월 20일 오후 7:02

위스콘신 선관위, 주 선거법에 맞지 않는 지침 전달
“주 선관위, 우편투표 빈 주소란 구글 검색으로 채워”

 

투표하는 데 보증인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통용되는 말이다. 단, 우편으로 부재자투표가 이뤄지는 부재자-우편투표에 한해서다.

이번 2020년 미국 대선은 전례 없는 약 6천525만명의 우편투표가 이뤄졌다. 집에서 투표해도 되는 이 좋은 제도를 그동안 왜 널리 시행하지 않았을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유권자의 신원을 직접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다만,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미국 31개 주에서는 서명을 대조한다.

유권자가 투표지 봉투에 서명을 해서 보내면, 선관위는 사전에 확보한 유권자 서명과 대조해서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 부재자·우편투표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의 하나다.

그래서 선관위는 ‘유권자 등록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고, 유권자는 선거일 15일 전까지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할 때 서명도 입력한다. 선관위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서 8개 주에서는 보증인까지 세우도록 한다. 이번 대선 경합주 위스콘신도 그 가운데 하나다. 위스콘신은 보증인의 서명과 이름, 주소를 요구한다.

부재자-우편투표는 신원을 직접 확인할 수 없기에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둔다. 유권자, 선관위 둘 다 번거롭지만, 투표소를 못 가는 상황에서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투표지 한 장에 실린 무게는 가볍지 않다. 선거는 민주주의 체제 핵심이자 체제를 지키고 건전하게 만드는 안전장치다.

그런데 이 같은 ‘안전장치’를 약화하는 지침을, 위스콘신 선관위에서 제작·배포해 선거의 투명성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전직 위스콘신 주 대법관에게서 제기됐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마이클 게이블먼 전 대법관은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주 선관위 지침이 주 선거법의 부재자 투표 규정(링크)과 달라 선거 관리자들이 규정을 무시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위스콘신 선관위는 지난 10월 모든 시 사무원과 선거 관리원에게 보낸 지침(링크)에서 우편투표에서 주소가 누락됐을 경우 선거인 명부나 다른 ‘신뢰할만한 정보’를 통해 정보를 찾아 기입하라고 지시했다.

게이블먼 전 대법관은 “법에서 규정한 내용이 전혀 아니다”라며 “부재자 투표 보증서에 보증인 주소가 빠지면 무효 처리될 수 있다고 명시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위스콘신 선관위 대변인 리드 매그니는 에포크타임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해당 지침은 2016년 선관위에 의해 만장일치로 승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매그니 대변인은 “지침은 모든 지역에 전달됐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주 선거법에는 보증인 주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누가 써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해명했다.

 

“주 선관위 지침, 부재자-우편투표 치료한 셈”

미국 공익법률재단(PILF)의 로건 처치웰 대변인은 “위스콘신 선관위 지침은 필수사항이 빠진 보증서를 어떻게 고쳐서 사용할지 행정적 방안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필수적인 기재사항이 누락됐을 경우, 서류를 제출한 유권자에게 이를 알리고 고쳐서 작성해 다시 제출하도록 안내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치료’는 이번 선거에서 최소 수십 건의 부재자-우편투표를 살려낸 것으로 보인다.

위스콘신에서 개표 과정을 감시한 르디스 세니(Ardis Cerny), 아네트 구글리치(Annette Kuglitsch), 데브라 머린(Debra Morin) 등 선거 참관인들은 빨간색 글씨가 들어간 투표지를 50건 이상 확인했다고에포크타임스에 전했다.

미국은 선거에서 검은색 또는 파란색 펜만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참관인들은 “한 선거 감독관이 선거 사무원들에게 보증인 서류에 주소가 빠져 있으면 빨간펜으로 써넣으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관은 선거 사무원들이 어떻게 주소를 찾았는지 질문을 받자 “구글이나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참관인들은 전했다.

트럼프 캠프는 위스콘신에 재검표를 요청했다. 재검표는 11월 말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위스콘신 주 선거법에 따르면, 후보 간 표 차이가 1% 포인트 이내일 때 패배 측은 재검표를 요청할 수 있다.

위스콘신은 개표가 완료됐으며, 후보 간 표 차이는 2만540표로 총투표수인 328만9천표 가운데 약 0.7% 격차다.

우편투표는 민주당 지지층이 많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미국에서는 우편투표 시 투표지에 소속 정당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수치에 대한 공개 여부는 주에서 결정한다. 위스콘신은 이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의 투표율 집계 전문 웹사이트인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 수치를 공개한 20개 주에서 우편투표한 유권자는 민주당 소속이 공화당보다 700만명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