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내려줄 수 있냐”는 세입자 문자 메시지 받고 건물주가 전화를 걸었다

김연진
2020년 12월 21일 오전 1:4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5

코로나19의 여파로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 장사는 안 되고,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경기 안산에서 작은 셀프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A씨도 그랬다.

‘370만원’이라는 월세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영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견디고 견디다 끝내 건물주에게 어려운 부탁을 건네기로 했다.

A씨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건물주 사장님께 문자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사정이 이러하니, 조금만이라도 월세를 내려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문자를 보내고 30분, 1시간… 시간이 지나도 답장은 없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아… 역시 어려운 일이구나”라며 포기하려던 순간, A씨의 전화가 울렸다. 건물주였다.

크게 심호흡하고 전화를 받은 A씨. 건물주는 A씨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요즘 많이 힘들죠? 늘 생각하고 있었어요. 내가 먼저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젊은 사람이 요즘 힘들어서 참 안타까워요.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A씨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제가 어떻게 해주십사 말씀드리기가 참 힘든데요… 다만 조금이라도 월세를 내려주시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건물주는 “난 나이도 있고, 사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젊은 사람들이 힘을 내야죠. 들어줄 마음이 있으니까, 편하게 말해봐요”라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건물주는 같은 건물에서 약국을 운영하시는 60대 약사였다.

A씨는 “120만원씩 4개월 정도만 내려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되겠습니다”라고 부탁했다. 부탁을 하고도 ‘너무 무례했나… 너무 큰 금액을 깎아달라고 했나…’라며 마음을 졸인 A씨였다.

그런데 건물주는 “그렇게 해요. 우리 같이 힘내 봐요. 같은 건물에서 장사하면서 같이 잘 돼야죠. 잘해보자고요”라고 화답했다.

“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은 A씨는 기쁜 마음에 아내와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A씨는 “월세도 월세지만, 이렇게 힘든 시기에 누군가가 격려하고 공감해주면서 위로해주시던 그 말씀들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라며 “저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