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원전 수출 활성화에 韓-美 간 협력은 필수 불가결”

이연재
2022년 08월 23일 오후 6:45 업데이트: 2022년 08월 23일 오후 7:39

윤석열 정부의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가 정식 출범한 가운데 22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세계 원전시장 현황과 원전 수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양금희 의원이 주최하고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주관했다.

국회 산자중기위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좌)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우) | 에포크타임스

양금희 의원은 개회사에서 “원전 수출은 기술력과 경제성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 변수가 작용하는 종합예술과도 같아 국가 내 다방면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 의원은 “최근 출범한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통해 원전 수주 국가별 여건과 특성을 고려한 협력 패키지 사업을 발굴하고 수출 금융지원 방안 등을 마련해 국내 원전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 원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며 “원전산업의 해외 진출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전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분야 ‘한미협력’ 위한 정교한 전략 수립 필요성 강조

토론회에서는 수주 국가별 특성을 고려한 협력 사업과 원전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들이 논의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세워 원전 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원전은 원자력을 다룬다는 특수성 때문에 원전 수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선 비핵화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주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세계 원전시장 동향 및 수출관점에서의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주현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대형 원전의 계속운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형 상업원전을 활용한 수소생산기술 실증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정부 간 협력을 활용한 미국 주도의 ‘핵 비확산(NPT)’ 강화 및 시장 선점 노력에 주력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주관하고 있는 세이프가드는 핵 비확산 조약을 통해 평화적 목적의 핵물질과 시설이 핵무기 등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실제로 미국은 민간·정부가 나서 여러 국가와의 원전 협력을 강화하고 원전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면서 “협력국의 원자력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는 ‘FIRST 정책 (Foundational Infrastructure for Responsible Use of Small Modular Reactor Technology program, 소형모듈원자로 기술의 책임 있는 사용을 위한 기초 인프라 정책) ‘에 약 730만 달러(약 89억 원)을 지원해왔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이 덕분에 원자력 기술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의 원자력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이 SMR 관련 선제 기술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도입 예정국의 원전 운영사 혹은 원전 운영을 희망하는 기업과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행,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원자력 협력의 틀을 제공하고 민간 차원에서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좌)와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우) | 에포크타임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정범진 교수는 원전 수출에서 한미 협력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정 교수는 “원전 수출은 핵 비확산이라는 전제 조건을 충족할 때만 가능하며 미국은 여전히 이 부분에서 국제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이유로 지적재산권 문제를 들었다. 그는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지적재산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입장에서는 어쨌든 미국과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국이 어떠한 형태의 협력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임채영 소장은 원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미 양국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정에 따라 미국과 협력·경쟁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 원전 수출에서 협력하자고 합의하긴 했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 세분화해 주고받을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원전 수출 상품 개발과 맞춤형 전략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형 원전과 SMR, 노형 수출과 기자재 공급 등 국가별 니즈에 철저히 초점을 맞춘 원전 수출 전략을 마련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간 강점을 보여온 대형 원전 경쟁력을 유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연구위원은 잠재적으로 전 세계의 원전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그 형태는 다양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2050년 신규 원전 설비용량은 약 800GW 필요한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은 원전은 지난 7월 EU 택소노미(탄소중립을 위해 지속 가능한 사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문제도 겹치면서 앞으로 원전 활용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EU택소노미에 원자력이 조건부로 포함되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불거진 천연가스 수급 불안정으로 전력 가격이 상승 중”이라며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선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원의 조화로운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 연구위원은 “대형 원전과 SMR 건설, 계속운전을 모두 활용하려는 국가가 대다수라는 점을 고려해 우리 원전 수출 전략도 국가별 니즈를 반영한 형태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폴란드와 체코는 신규 대형 원전과 SMR의 동시 도입을 위해 미국 웨스팅하우스, 뉴스케일파워, GE-히타치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노백식 에너지경제연구원 전(前)객원연구위원이 원전 수출 활성화를 위한 전략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에너지경제연구원 노백식 전(前) 객원연구위원은 원전 수출 활성화를 위한 전략과제로 △기술 및 상업적 역량 강화 △수출 추진 조직 및 인력 △전략적 협력체계 구축 △수출대상국 외교공관 활동 △수출상품 다양화 등을 제시했다.

노 전 위원은 “한국의 원전사업 역량은 국내와 UAE원전 사업을 통해 적기 건설능력과 경제성 측면 등에서 경쟁사에 비해 다소 우위에 있지만 이는 공급망과 기술인력의 확보가 전제됐을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전 수출 사업은 조사, 입찰, 사업 이행 과정에 수많은 난제가 있다”며 “이러한 장애물을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추진 조직과 인력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형 원전 수출에 성공하면 경제적 측면과 연계사업 등에서 여러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수주 가능성이 있는 국가 수가 제한적”이라며 “사업 기간이 장기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또 다른 상품을 개발해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채영 소장은 원전 수출 상품으로 중소형 원전 수출, 해외 원전 운영 정비사업 등을 제시했다.

그는 “미래 원전시장은 기존 국가대항전 중심의 대형원전시장에서 소형원전시장, 전력시장, 새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시장 등 다양한 형태로 구별될 것”이라며 “각 시장에 걸맞은 지원책과 상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간 차원에서 4세대 원전 기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정부가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