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이 건강을 해친다’… 과학으로 풀어본 용서의 힘

코난 밀너
2015년 07월 29일 오전 10:52 업데이트: 2019년 07월 25일 오후 4:32

camaralenta/iStock camaralenta/iStock

모든 종교에서는 사람들에게 관대히 용서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런 용서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은 분노하면서 정당성을 느끼기도 하고, 다시는 상처를 입지 않게 분노가 우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원망하는 마음을 가질 때는 그만큼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심리학과 에버렛 워딩턴 교수(임상심리학자)는 “항상 화를 내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나중에 대가를 치르게 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오래 반복되면 결국 터진다”고 말했다.

용서는 종교에서 강조하는 개념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다양한 심리학적 주제에 대해 방대한 저술을 남겼지만 용서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프로이트 이전의 학자들 역시 용서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심리학자들은 용서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후속연구에서 만성적인 분노가 고혈압을 유발시키고, 긴장과 염증을 증가시키며 거의 모든 신체활동을 방해하는 코티솔 수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1980년대 초기에 결혼생활 상담을 하면서 용서에 관심을 갖게 된 워딩턴 교수는 용서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주도한 연구자에 속한다. 그는 용서를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부부치료에서 용서의 역할을 조망한 연구논문도 발표했다.

워딩턴 교수는 “제자 중에 용서에 관심있는 학생이 있어 함께 과학적으로 연구하기도 했지만 마무리를 짓지는 못했다. 1996년 어머니가 살해되는 일을 겪고 나는 용서라는 시험대에 올라야 했고 그 후 용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용서의 방법

워딩턴 교수는 용서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방법을 모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용서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용서하려면 많은 격려가 필요하다. 우리는 용서가 좋은 일이며, 건강에 좋다는 설교나 기사를 접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고 미리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워딩턴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종교인이지만 누군가를 용서하기 위해 꼭 신을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종교적 신념만으로 용서하는 경지까지 도달하기는 어렵다는 연구결과를 전했다.

“종교적 의무감만으로 용서하려면 겉으로는 가능하지만 진심으로 남을 용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종교적 의무감은 용서의 동기로 부족하다.”

워딩턴 교수는 성공적인 용서의 열쇠로 ‘공감과 겸손, 동정의 감각을 기르는 것’을 꼽았다. 관련연구에서도 개인적 이익보다 타인의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더 쉽게 용서를 한다는 내용을 뒷받침한다. 워딩턴 교수는 연구와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REACH 용서법’을 개발했다.

● 회상(Recall): 당신이 받은 상처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억하기.

● 공감(Empathize): 당신에게 잘못했던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 이타심(Altruism): 당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용서받았던 때를 떠올리며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용서라는 선물을 하기.

● 실천(Committing): 당신에게 잘못했던 사람을 공개적으로 용서하기.

● 유지(Holding on): 상처를 잊는 게 아니라 용서하려고 마음먹었던 자신을 기억하기.

REACH 용서법은 부당함으로 인해 일어난 손실에 집착하거나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고 순수하게 감정의 상처를 통찰하는 것이 목표다. 워딩턴 교수는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좀더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최근 저서 ‘앞으로 나아가기: 자신을 용서하고 과거에서 벗어나는 6단계’에서 더 깊은 통찰과 전략을 제시한다.

 

용서와 망각

용서에 대한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용서에 대한 정의이다. ‘용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범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워딩턴 교수는 “용서는 우리가 겪은 부당함을 다루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용서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이봐, 사는 게 그렇지. 넘어가는 거야’ 하면서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어난 일을 용납하고 정당화하거나 혹은 신에게 넘기는 것이다. ‘나는 그냥 신이 그 사람들을 혼내도록 놔두겠어’ 혹은 ‘그건 내 문제가 아니니까 신에게 맡기겠어’라며 넘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용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워딩턴 교수는 “용서는 누군가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떨쳐버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실 그 사람을 다시 소중한 사람 –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발견한다는 개념은 종종 사람 사이에 경쟁이 심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립각을 세우는 미국 문화와는 상반된 것이다. 하지만 워딩턴 교수는 용서에 대한 이런 인식을 적극적으로 알리면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다. 그의 최근 연구는 용서를 공중보건의 시작으로 보는 것을 포함한다.

그는 “만약 당신이 어느 한 도시의 공동체 속에서 용서에 대한 관심이 충만하도록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캠페인을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만약 이 캠페인이 효과가 있다면 캠페인에 많이 노출되고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또 용서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결국 용서할 수 있게 된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와 관련한 실험을 이미 여러 대학교에서 실시했다. 이런 용서 인식 캠페인을 받아들인 학교에서는 거의 모든 구성원이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지지자 찾기

원망하는 마음이 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과학으로 입증됐다. 특히 병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된 사람에게는 용서하고 떨쳐버리는 능력을 발견하는 것은 훨씬 더 중요하다.

임상사회복지사이자 미국 암치료센터(CTCA)의 정신신체의학 책임자인 케더린 퍼켓 박사는 분노를 품고 있을 때 무엇을 잃게 되는지 환자가 이해하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피켓 박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안에서는 정말 부정적인 일이 일어난다. 우리의 몸은 스트레스를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천 4백 가지의 화학물질 내보낸다. 사람이 용서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노를 떨쳐 버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호르몬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는 환자가 지원관계를 만들도록 하는 것은 용서할 수 있도록 돕는 첫 단계라며 “우리는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큰 상처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다면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망하는 마음 인식하기

원망하는 마음의 원인을 알아내려면 이런 부정적인 감정의 시작을 찾기 위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암 환자는 원망하는 마음의 시작점으로 좋지 않은 인간관계나, 학대하는 아버지, 혹은 스트레스가 높은 직업 같은 다양한 것을 집어낼 것이다. 상처의 근원을 인식하는 것은 다음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단계이다.

환자는 자신을 용서하는 데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CTCA 용서 프로그램의 중요 부분은 환자가 자기관리를 중히 여기게 하는 것이다. 퍼켓 박사는 “사람들이 친한 친구를 대하는 것만큼 자신에게 친절하기를 바란다”라며 “종종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할 자격도 혹은 죄책감이나 분노에서 자유로울 자격도 없다고 느낀다. 그들은 자기를 위해서 좋은 것을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배우는 과정이지만, 아주 가치 있는 것이다. 매우 보람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CTCA 환자인 드웨인 브렛처(57)는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 치유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그는 남성인 자신이 ‘여성 질환’에 걸렸다는 것을 난처해 했다. 또 20년 넘게 담배를 피워 온 것을 수치스러워하며 자신을 ‘일 중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은 나 자신을 용서해야 했다. 작년에 암에 걸린 이후 가족과 더욱 가까워졌다. 이전에는 마음속에 일밖에 없었지만 나는 이제 딸들과 매일 이야기한다”라고 말했다.

 

영적 도움

브렛처는 더는 자신의 병에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유방암 예방을 위한 걷기 행사에 참가하고 그것에 대해 매우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 “남자로서 유방암에 걸린 나 자신을 용서하고 나서 나는 누구에게나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브렛처는 자신의 병을 충격을 준 경험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암은 불행해 보이지만 사실은 행복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를 응원하는 사람은 대부분 그가 다니는 교회 사람들이다. 그는 “교회 전체가 나의 치유를 위해 단체기도를 해줬다. 그것이 상당히 도움되었다”고 덧붙였다.

영적 공동체가 없는 환자를 위해, CTCA는 특정 종교와 관계가 없는 목사를 둔다. CTCA 중서부지역 의료센터의 상담 팀 매니저 칼 윌리엄슨은 “목사는 환자에게 그들의 죄책감, 수치심, 분노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나눌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라며 “암 환자는 자신을 용서하는 게 어렵다.

자신의 존재가 가족에게 재정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많은 압박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도움으로 환자들은 숨겨오던 많은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끔 환자들이 신에게 화가 난다고 표현하지만 대부분은 가족문제다. 문제가 무엇이든 목사는 환자의 개별적 요구에 대해 다른 치료 팀과 소통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또 철저히 비밀을 지켜줄 수도 있다.

용서는 결국 결정의 문제다. 하지만 결정하는데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어떤 환자는 결코 용서의 경지에 이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퍼켓은 견뎌내는 것이 그들에게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마다 걸리는 시간이 다 다르다. 그리고 아마 어떤 사람은 결코 완전히 잊거나 용서하는 경지에 이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응원을 받는 느낌이 든다면, 그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무엇이든 좀 가벼워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