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확산 속 대만·홍콩 네티즌, 우한시 고위험성 바이러스 연구소에 주목

한동훈
2020년 01월 26일 오전 10:00 업데이트: 2020년 03월 25일 오후 3:00

‘우한 폐렴’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우한에 위치한 세계 최고 등급의 고위험성 바이러스 연구소의 존재가 새삼 조망을 받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이 ‘우한 폐렴’ 원인균인 중공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이 확인됐다고 밝힌 20일 이후 홍콩, 대만 등 중화권 SNS와 동영상 공유앱에서는 2017년 우한시 정부가 배포한 홍보 영상 ‘대단한 중국(了不起中國)’이 급속히 퍼졌다.

30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사스와 에볼라 등 최강의 전염성을 지닌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P4실험실’이 우한에 있는데 이런 연구소는 미국·프랑스·독일 등 소수 국가만이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내 전염병의 예방·통제능력을 강화하고 백신 연구개발 능력을 향상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또한 영상에서는 해당 실험실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건설계획에 들어갔으며 10년여의 시간을 투자해 2015년 준공됐다고 전했다.

2017년 2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인보 역시 인터넷판에서 “우한 국가생물안전실험실(우한 P4실험실)이 중국 적격심사 국가승인위원회에서 실험실 승인을 받아 정식으로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23일 중국과학원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한국어 기사).

인민일보는 “아시아 최초로 운영에 들어가는 P4실험실은 중국이 에볼라 바이러스등 열성질환 병원체를 연구하고 이용하는 하드웨어적 조건을 갖추게 되었음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생물안전(Biosafty Level)은 총 4등급(BL1~4)으로 표시된다. 가장 위험한 레벨4(BL4)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병을 일으키면서 치료와 예방이 어려운 미생물이 분류된다. 에볼라 바이러스, 라싸 바이러스 등이다. 이런 미생물은 고도의 안전성이 보장된 BL4 실험실에서만 연구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를 P4실험실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첫 생물안전(BL) 4등급 연구소인 중국과학원 우한국가생물안전4급실험실 내부에 방호복이 걸려 있다. |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우한은 중국과학원의 생물안전실험실이 설치된 이후 중국 바이러스 연구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으나, 운영 초부터 일각에서는 바이러스 유출 위험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3일 데일리메일은 세계 최고권위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기사를 인용해 2017년 당시 중국이 P4실험실 운영을 발표하자,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생물안전 컨설턴트 팀 트레반(Tim Trevan)이 “중국의 문화가 연구소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 내용을 전했다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실험실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정보의 개방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네이처에 따르면 실제로 베이징의 한 연구소에서 사스 바이러스가 여러 차례 ‘빠져나간(escape)’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메일은 우한의 생물안전실험실이 ‘우한 폐렴’ 최초 발원지로 알려진 ‘화난(華南) 수산물 도매시장’과 34km 거리에 있다면서도 미국 럿거스 대학 미생물학자 리처드 에브라이트(Richard Ebright) 박사를 인용해 “현시점에서, 우한 실험실이 전염병 발생과 관련 있다고 의심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과학원 우한국가생물안전4급실험실 | 구글지도

이 시설과 ‘우한 폐렴’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사실이 없지만, 중화권 온라인에서는 둘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이 무성하다. 폐렴을 일으키는 중공 바이러스가 사스 바이러스의 변종이라는 점에서 우한 생물안전실험실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바이러스 유출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 간쑤성의 중무란저(中牧蘭州)바이오제약공장에서 브루셀라균 유출사고가 났다.

공장 측이 브루셀라균 백신 생산과정에서 생산탱크를 소독할 때 유통기한이 지난 소독제를 사용하는 바람에 그로 인해 발효탱크의 살균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탱크에서 배출하는 배기가스를 통해 무려 한 달 가까이 브루셀라균이 빠져나갔다. 이로 인해 공장에서 400여 미터 떨어진 란저우 수의학연구소 직원 671명 중 181명에게서 항체 양성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우한 폐렴’ 발생 이후 중국 정부가 관련 사실을 은폐하고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되는 정보를 빠르게 삭제하는 것도 대중을 불안하게 만든 요소다.

한 네티즌은 “지난 2003년 사스 발생 때도 중국공산당은 사실을 숨기고 위험신호를 늦춰 질병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이번에도 12월 말이 되어서야 발생 상황을 공개하고, 비상대책반도 시진핑과 리커창이 언급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꾸렸다. 전염병 확산 역시 우한시 발표가 있고 난 후 순식간에 전국 20여 개 도시로 확대됐다”며 정보의 개방성과 투명성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