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초기 방역 도우러 갔다가 문전박대” 홍콩 바이러스 권위자

한동훈
2020년 01월 30일 오후 12:51 업데이트: 2020년 01월 30일 오후 12:51

‘우한 폐렴’이 급속 확산하는 가운데, 우한 현지에서 직접 조사를 벌였던 홍콩 최고 바이러스 전문가의 발언이 재조망 받고 있다

지난 21일 우한 폐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진과 함께 우한을 직접 찾아간 홍콩대 미생물학과 관이(管軼) 교수는 “이번 우한 폐렴의 감염 규모는 지난 2003년 발생한 사스보다 최소 10배 규모”라고 중국 매체 차이신(財新)에 23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감염자는 세계적으로 8천여명에 이르며, 이 중 774명이 사망했다.

관이 교수는 바이러스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지난 2003년 사스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에서 왔음을 규명한 연구진의 일원으로 전염병 확산 억제에 큰 공을 세웠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조사 한번 착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왔다.

차이신에 따르면, 현지 정부와 연구소에서 그의 도움을 거절했고, 우한 폐렴 발원지라고 지목한 화난(華南)수산시장은 이미 폐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이 교수가 느낀 감정은 실망이 아닌 두려움이었다. 그는 “바이러스를 처리한 경험이 많지만 한 번도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대부분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려웠다”고 했다.

관이 교수 발언을 전한 대만 방송 | Heho 방송화면 캡처

그러면서 “우한시가 방역 경보 수준을 격상시키지 않아서 시민들은 전염병에 대해 무감각했고 현지 정부는 ‘손을 놓아버린 듯한’ 도시를 떠나는 시민들을 그저 방관했다. 22일까지 우한은 무방비 상태의 도시였다”고 했다.

관이 교수는 “우한의 한 시장을 찾아갔는데 많은 시민이 설맞이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고, 시장의 위생 상태는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공항 검역소도 부실했다”며 “바닥은 소독도 하지 않았고, 검역관은 온도계를 손으로 쥐고 체온을 측정했다. 공항 안전요원은 마스크 없이 근무했다”고 했다.

이어 “직접 확인해보니 도시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상부에서 위생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아서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우한 폐렴 발생 소식에 사비를 들여 우한으로 달렸던 관이 교수와 연구진은, 도움을 거절한 중국 당국의 냉대 앞에 발길을 돌려야 했던 심정을 차이신에 이렇게 전했다.

“22일 우한을 떠나오면서 마음은 있어도 힘이 없는 게 슬프고 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