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에 주민감시 시스템 무용지물되자…中 AI업체 ‘마스크 안면인식’ 개발

하석원
2020년 03월 17일 오전 11:53 업데이트: 2020년 03월 17일 오후 5:18

중국에서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해 마스크 착용자의 얼굴을 식별하는 기술이 개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의 AI 선두기업 한왕(Hanvon)이 이같은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한왕 측에 따르면 이 기술을 적용했을 경우 마스크 착용자의 얼굴을 정확도 95%로 식별할 수 있다.

한왕 측 설명대로라면 우한폐렴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된 중국에서, 마스크 쓴 사람의 얼굴도 기존에 구축해 둔 주민감시망으로 여전히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연구에 착수했으며 우한폐렴이 확산되자 출시를 다그쳐 한 달만에 마스크 착용자 얼굴인식 시스템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를 위해 연구진 20명을 투입, 지난 10년간 축적한 600만개의 맨 얼굴 데이터와 소수의 마스크 쓴 얼굴 데이터 대조해 분석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중국 베이징 한왕(한본)의 개발연구소에서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마스크 쓴 사람에 대한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다. 2020. 3. 6. | 로이터=연합뉴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제품의 주된 구매자는 중국 공안당국이다.

이 관계자는 “공안에서 우리 제품으로 얼굴을 인식한 뒤 기존 공안부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실시간 동선에 따라 신원을 확인한다”며 “범죄 용의자나 테러범을 적발할 수 있다”고 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얼굴 윤곽 등 얼굴인식에 필요한 주요 정보가 가려진다.

한왕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베이징 경찰을 포함해 구매자 200명을 확보했다”며 향후 거래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 전자업체 한왕(한본)의 개발연구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을 식별하는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 2020. 3. 6. | 로이터=연합뉴스

안면인식 기술, 생활 편의성 내세우지만 주민감시 양면성

중국 정권은 안면인식 기술을 주민감시와 통제에 악용한다고 비판을 받아왔다.

안면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일었다. 수집한 안면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중국 경제지 차이신(財新)은 지난해 10월 상하이 창닝(長寧)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 엘리베이터에 안면인식 장비가 설치되는 것을 발견해 이를 추진하는 공안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이신은 또한 11월 안면 인식 카메라가 전국에 설치돼 결제, 직장 출석 기록, 지하철 탑승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이 시스템을 범죄자와 반체제 인사 추적뿐만 아니라 ‘사회 신용 제도’에도 활용하고 있다.

사회 신용 제도는 개개인의 사회적 신용도를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고, 등급에 따라 혜택을 주거나 불이익을 주는 제도다.

신용도가 낮으면 기차나 항공기 이용이 제한되고 자녀는 성적과 관련없이 우수한 학교에 입학이 거부될 수 있다.

베이징 청년보는 지난해 9월 중국 온라인에서 안면정보가 헐값에 거래된다며 구매자로 가장한 기자가 손쉽게 9천명의 실명과 얼굴사진을 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