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찾은 시진핑 “제로 코로나 지속” 연설, 中 증시 직격탄

남창희
2022년 07월 2일 오후 8:24 업데이트: 2022년 07월 2일 오후 8:24

중국 선전과 상하이 증시가 지난달 29일 폭락했다.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설의 여파다.

시 주석은 지난달 28일 오후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의 진원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해 행한 연설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엄격한 시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제로 코로나를 서방이 채택한 ‘집단 면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부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경고했다.

연설 다음 날 선전 종합지수는 286포인트(2.2%) 하락했고 상하이 종합지수는 1.4%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1.88% 하락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때문으로 보인다.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 고집

시 주석은 2년 3개월 만에 코로나19 최초 발생지인 우한시를 방문했다. 당초 목적은 중국 기술 자립을 독려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연설 내용이 주로 중국 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집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의 방역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다른 나라의 전염병 대응 조치에 비해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현 정책으로 중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늦추지 못했음은 인정했다. 그는 “현재 전염병은 멈추지 않았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동시에 중국 내 재발을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며 재차 제로 코로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외 바이러스 유입’은 중국 공산당이 2020년 중반부터 계속 내세우는 문구다. 자국 방역은 문제가 없지만, 해외 유입으로 재확산이 자꾸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에도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베이징 당국은 수입물품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집단 면역 반대입장 재확인…내부 목소리 일축

우한시 시찰 기간, 시 주석은 현지 관료들에게 “중국은 인구가 많은 나라다. 전염병 억제를 위해 집단 면역 정책을 취한다면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중국 공식 통계에 따른 중국 인구는 14억 명이 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인구를 12억 5천만~12억8천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중국 인구에 대해서는 공식 통계보다 많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전문가들은 당국이 인구를 부풀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각종 전염병이나 사회적 안전망 부재로 인한 인명 피해를 등을 감춰왔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집단 면역에 절대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오히려 대부분 국가에서는 집단 면역으로 전염병 확산을 잘 통제하고 있다.

1명의 감염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경직된 제로 코로나에 비해 집단 면역은 감염자와의 접촉 혹은 백신 접종 등을 통해 인구 대다수에게 면역을 획득하도록 하며 유연하게 접근한다.

집단 면역은 모든 사람이 면역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집단(공동체) 자체는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제로 코로나의 경직성은 중국 공산당의 통치 시스템과도 유사하다. 중국은 2020년 1월부터 바이러스 통제를 이유로 여러 동시를 봉쇄했다.

반면 다른 국가들도 전면적 혹은 부분적 봉쇄를 단행했지만 점진적으로 전염병 대응 조치를 완화하며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고려했다.

봉쇄와 격리가 꼭 해답인 것도 아니다. 일부 지역사회에서는 격리로 인해 내부 확산이 더 확대됐을 가능성도 있다. 식량과 의약품 부족으로 인한 피해도 격리의 부작용이다.

지난 4월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에는 봉쇄로 나흘간 굶주린 한 아파트 단지 주민이 일부러 방역 규정을 어겨 체포되길 간청했다. 감옥에 가면 굶어 죽진 않겠지 하는 생각에서다.

상하이를 비롯해 중국 여러 도시에서 봉쇄로 주민들이 기아에 시달리거나 제때 의료 처치를 받지 못해 사망하기까지 했다는 소식이 다수 보고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69)이 28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HGLaser 엔지니어링사의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초 발생지인 우한을 방문해 ‘제로코로나'(淸零) 정책의 성과를 강조했다. 2022.6.28 | 신화통신=연합뉴스

경제 발전에 영향받아도…“제로 코로나 안 바꾼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우한 연설에서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것을 정부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제로 코로나가 중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광범위하다. 광둥, 랴오닝, 저장, 산둥성 등 코로나19 피해가 심한 지역에서는 화물 운송과 배송이 전면 제한된다.

이 지역의 주민이 해외 화물을 수령할 경우, 스마트폰의 방역통제 앱인 ‘건강코드’가 즉각 황색(주의)으로 바뀌고 향후 7일간 이동경로가 추적된다. 건강코드는 색깔로 건강 상태를 나타낸다. 녹색은 문제가 없지만 황색은 7일, 적색(위험)은 14일간 격리된다.

황색·적색은 지역 간 이동과 대중교통 및 지역 내 공공시설 이용이 제한된다. 건강코드가 녹색이 돼야만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다.

중국 내에서도 제로 코로나 타격이 가장 두드러졌던 곳은 인구 2500만의 상하이다.

글로벌 금융 허브이자 중국 제조업의 중심 도시 중 하나인 상하이 장강 삼각주의 지난 4월 산업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1.5% 감소했다.

상하이의 한 경제 블로거는 상하이의 4월 한 달간 경제손실을 최소 277억 위안(약 5조 346억원)으로 추산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은 최근 몇 달간 하락세를 보인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대출 규제와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수요 감소로 경영난에 처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봉쇄는 중국 시장의 또 다른 중요 리스크로 부각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국채 보유량은 지난 5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가혹한 정책은 인도주의적 재난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고위험 지역은 병원이 폐쇄됐고, 타지역에서는 고위험 지역 출신 주민들의 진료를 거부했다.

환자를 실은 차량이 ‘병원 뺑뺑이’를 돌다가 환자가 사망했다는 뉴스도 있었고, 몇 주간 치료받지 못한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보도됐다. 이 밖에도 여러 사람이 봉쇄 기간 처지를 비관해 투신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