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연구소 미발표 논문 3편 공개…연구진 증거 조작 정황

2021년 05월 31일 오전 11:16 업데이트: 2021년 05월 31일 오후 1:27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중공 바이러스)의 자연발생설을 주장하기 위해 연구논문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최근 익명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한 연구소의 미발표 논문 3편이 공개됐다.

해당 논문은 박사 논문 1편과 석사 논문 2편으로, 모두 중국어로 작성됐으며 스정리(石正麗) 박사가 참여했다. 논문은 각각 2014년, 2017년, 2019년 통과됐다.

핵심은 2014년 통과된 논문에 등장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샘플 ‘Ra4991’다.

이 샘플은 2013년 중국 윈난성의 한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에서 채집됐다. 국제적 유전자 보관소인 진뱅크(Genbank)에 보관됐으며, 수탁번호는 KP876546이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이 발생하고 난 올해 2월, 스정리 박사는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2013년 윈난성에서 입수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샘플인 ‘RaTG13’와 염기서열이 96.2%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른바 ‘박쥐 코로나 유래설’의 근거가 된 논문이다.

이 논문이 발표되고 몇 주 뒤 한 이탈리아 미생물학자는 ‘RaTG13’ 염기서열 일부가 우한 연구소에 의해 2016년 발표됐으나 당시에는 명칭이 ‘Ra4991’였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에 스정리 박사는 2020년 7월 미 ‘사이언스’지에 보낸 답변서에서 “동일한 바이러스”라며 “수집한 시간과 장소를 나타내기 위해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프랑스 르몽드지는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스정리 박사의 2020년 2월 논문이 우한 연구소의 기존 논문과 모순점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르몽드지에 이번에 공개된 미발표 논문 중 2019년 통과된 논문에 등장한 샘플 ‘Ra4991’의 염기서열이 2020년 발표된 샘플 ‘RaTG13’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우한 연구소는 ‘동일한 샘플이라면서 왜 두 샘플의 유전자 서열이 다른지 설명해달라’는 르몽드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의문들은 스정리 박사가 신종 코로나의 자연 발생설을 주장하기 위해 논문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 망명한 홍콩 바이러스 학자 옌리멍(閆麗夢)도 샘플 ‘RaTG13’의 바이러스 염기서열은 “중국 공산당이 바이러스 자연 발생설을 선전하기 위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르몽드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우한 연구소가 발표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RaTG13’ 염기서열의 불완전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우한 연구소가 발표한 데이터는 해당 염기서열 전체를 재건하기에 충분하지 않았고, 이에 과학계는 연구소 측에 ‘RaTG13’의 염기서열을 완전하게 밝혀냈는지, 그렇다면 전체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하지만, 우한 연구소는 “더 이상 해당 샘플을 가지고 있지 않아 염기서열 분석(시퀀싱) 작업을 재현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과학계의 요청을 거부해왔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샘플 ‘RaTG13’을 얻은 경위에 대해서, 스정리 박사는 2013년 윈난성 모장(墨江) 지역의 한 폐광산에서 출몰하는 박쥐로부터 채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녀가 우한 연구소에서 1500km 이상 떨어진 폐광산의 박쥐 샘플을 연구한 계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이와 관련한 시사점을 주는 기사를 지난 7월 전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지난 2013년 윈난성의 옛 구리광산에서 박쥐 배설물을 치우던 남성 6명이 심각한 폐렴에 걸려 3명이 사망했으며, 과학자들이 해당 광산에서 채취한 바이러스 샘플을 냉동해 우한 연구소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선데이타임스는 또한 숨진 3명의 가장 유력한 사인은 박쥐로부터 옮은 코로나바이러스이며, 이 광산에서 스정리 박사가 연구를 진행했고 스정리 박사가 확보한 샘플 ‘RaTG13’은 우한 연구소에 보내졌던 냉동 샘플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로 영미권에서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가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비난 여론이 다시 고조되자, 작년 11월 우한 연구소는 ‘네이처’에 문서를 보내 또 다시 해명했다.

우한 연구소는 해당 문서에서 폐광장 부근에서 폐렴에 감염된 인부 4명에게서 채취한 샘플 13개를 입수해 분석했지만, 코로나 감염 징후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우한 연구소의 미발표 논문 3편 중, 2014년 통과된 석사 논문에는 당시 샘플 30개를 입수해 분석했다고 돼 있었다.

단순한 샘플 숫자의 차이일 수 있지만, 스정리 박사팀이 논문에서 증거와 데이터를 자꾸 감추고 숨기려 하는 경향이 보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편, 프랑스 르몽드에 따르면 우한 연구소 미발표 논문 중 유일한 박사논문인 2017년 통과된 논문은 연구와 기술 수준이 가장 높았으며, 인류나 동물에 대한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측정할 수 있도록 키메라 바이러스 구축 기술을 이용해 서로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를 접목하는 내용이었다.

군사전문가들은 생물학적 무기를 이용한 공격 기술과 방어 기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한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수년 동안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생물학 무기를 연구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한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의구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류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