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연구소와 오래 협력해온 학자, ‘WHO 조사팀 참여’ 논란

이윤정
2021년 02월 14일 오전 11:30 업데이트: 2021년 02월 14일 오전 11:31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이 중국 우한에서 중공 바이러스 기원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지만, 의혹만 더 증폭되고 있다.

특히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와 오랫동안 협력하면서 연구를 지원해온 학자가 이번 WHO 전문가팀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중공의 주장과 일치하는 조사 결과

WHO와 중국 전문가팀이 지난 9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조사팀을 이끄는 피터 벤 엠바렉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낮고 콜드체인(냉동식품 운송)을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중공) 당국의 주장과 일치한다. 

중공 당국은 그동안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것을 부인해 왔으며, 감염 원인을 수입 냉동식품에 떠넘겼다.

이날 기자 회견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한 전문가팀의 명칭은 ‘중국-WH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기원 연구 합동 전문가팀’이었다. 

팀 명칭에서 ‘조사’라는 단어가 빠졌다. 이는 WHO 전문가팀이 우한에 ‘조사’하러 간 것이 아니며 조사 결과도 ‘중국과의 공동 연구 결과’라는 함의다.

WHO 전문가팀은 중공 당국이 정한 일정에 따라 공식 활동을 수행했다. 우한에서 어디를 방문할지, 누구를 만날지, 어떤 자료를 확보할지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WHO 전문가들은 그들이 제기할 모든 질문을 이틀 전에 메일을 통해 허락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가는 곳마다 경찰과 보안요원들에 둘러싸여 언론과 접촉할 수도, 주민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도 없었다.

WHO 전문가팀은 자신들이 우한에 가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공동연구를 한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 9일 기자회견 장면. | HECTOR RETAMAL/AFP via Getty Images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와 협력해온 학자 참여

WHO 전문가팀의 일원인 피터 다스작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스작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와 협력해 박쥐 바이러스를 연구한 적이 있다. 그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람이라 원칙적으로는 이번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

다스작은 미국 에코헬스 얼리언스 회장이다. 미국 국가보건원은 2015년부터 박쥐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 에코헬스 얼리언스에 370만 달러(약 4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이 돈은 그가 우한 연구소에 협력하면서 일부가 연구소로 흘러 들어갔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등은 “다스작이 지난 15년간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와 협력해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연구원이자 부소장인 스정리 박사는 동물의 바이러스가 인간을 어떻게 감염시킬 수 있는지 연구해 왔다.

스 박사는 2003년 사스 발생 이후, 윈난성의 한 폐기된 갱도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가 사람에게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난해 2월 18일 다스작을 비롯한 27명의 전문가는 유명 학술지 ‘란셋’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중공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것은 ‘음모론’이라고 주장하며 스 박사를 변호한 바 있다.

전문가 “WHO 조사팀, 중공에 면죄부 준 것”

중국 문제 전문가 헝허는 “WHO가 중공과 이해관계가 있는 다스작을 조사팀의 일원으로 참여시킨 데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헝허는 “이는 중공에 ‘WHO는 중공과 호흡을 맞춰 연기하고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고 중공도 이 점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헝허는 “WHO 조사팀의 일정에 대해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내막을 잘 아는 사람이 전문가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호주로 망명한 법학자 위안훙빙은 에포크타임스에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며 “WHO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론을 내릴 리 만무하다”고 했다.

위안훙빙은 그 이유로 WHO를 이끄는 테드로스 사무총장이 중공에 포섭된 국제 정치인인 데다 그 자신도 사회주의자이란 점을 들었다. 

위안 교수는 “WHO 조사팀이 중국에 가서 조사하는 자체가 중공을 위해 연기하는 촌극에 불과하다”며 “이 촌극의 목적은 중공에 포섭된 WHO와 전문가를 통해 중공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공 당국이 적시에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펜데믹 재앙을 초래했다”며 “이는 중공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