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감염 상황 알린 中 시민기자, 3년 만에 석방 전망

강우찬
2023년 04월 21일 오후 1:54 업데이트: 2023년 04월 21일 오후 1:56

중국에서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초기 상황을 전했다가 수감된 시민기자 팡빈(方斌)이 이달 말 출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RFA는 최근 팡 씨의 가족들을 인용해 우한시 경찰당국으로부터 “팡빈이 4월 30일 오전에 출소될 것”이라며 통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가족들에게 팡씨가 석방되면 눈을 떼지 말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우한에 거주하던 의류업자였던 팡씨는 2020년 2월 9일 봉쇄된 중공 바이러스 발원지 우한시의 한 병원을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가 당국에 체포된 이후 소식이 두절됐다. 다만, 비슷한 시기 우한 시내를 촬영한 또 다른 시민기자 장잔이 ‘분란 조장 및 선동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미뤄보아 중국 어딘가의 감옥에 수감됐을 것으로 추측돼 왔다. 이번에 팡씨의 석방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약 3년 만에 풀려나게 된다.

팡빈이 공개한 영상은 우한 제5병원에서 촬영한 것으로, 8구의 시신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자루가 병원 밖으로 실려 나가는 모습이 5분 동안 찍혔다. 병원 내부에서는 병상 위에 사망한 환자가 누워 있었고, 호흡 곤란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병원 직원은 팡빈의 질문에 “(시신이) 아직 많다”고 답했다.

시민기자들은 중국인과 세계인의 생명과 직결되는 위협적인 전염병 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진실을 전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으나, 중국 공산당 당국은 분란을 조장하고 선동한다는 이유로 억압했다. ‘분란 조장’ 등의 혐의는 당국이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을 탄압할 때 주로 거론하는 죄목이다.

중국 평론가 리이밍(黎宜明)은 “당국은 정권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체포한 이후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으며, 가족들에게도 수감된 곳이나 재판 일정을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변호사 등으로부터 법적 지원을 받을 기회가 박탈된다”고 지적했다.

RFA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팡씨가 우한시 장안구 법원에서 판결을 받았으나 판결문을 비롯해 어떠한 법적 서류도 가족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가족들은 혐의조차 알지 못하고 있으며, 한 관계자가 변호사를 통해 장안구 법원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당국은 우한을 비롯해 베이징, 상하이 등 여러 도시에서 코로나19 봉쇄를 단행했고 이 기간 현지 상황을 외부에 알린 시민기자뿐만 아니라, 외신에 제보한 시민들도 구속했다.

미 연방의회 상하원 의원들과 정부 고위 관리들로 구성된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올해 2월 중국 공산당 당국에 팡씨의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