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시 화난수산시장 바이러스 검사 결과 내부보고서 유출

니콜 하오
2020년 06월 5일 오후 7:21 업데이트: 2020년 06월 5일 오후 9:05

중국 보건당국의 우한폐렴(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로 여겨졌던 후베이성 우한시 화난(華南)수산시장에서 벌인 조사보고서가 유출됐다.

지난 1월 22일 발행된 이 보고서를 에포크타임스가 단독 입수해 전문가와 분석한 결과, 야생동물에서 발원했다고 볼 증거가 불충분했다.

그런데도 중국 보건당국은 1월 내내 ‘야생동물 전염설’을 강력히 주장했다. 시장에서 거래되던 동물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 결과도 은폐했다.

 

지난 1월 중국 보건당국은 중공 바이러스가 “후베이성 우한시 화난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두 차례 발표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 가오푸(高福) 주임은 1월 22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가 화난수산시장에서 거래되던 야생동물에서 발원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가오푸 소장은 “야생동물에서 거래되는 환경에서 사람에 전염되고 이후 바이러스 돌연변이로 사람 간 전염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흘 뒤인 26일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 1월 1일부터 12일까지 화난수산시장에서 샘플을 채취해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검사한 결과 야생동물에서 발원했을 가능성이 몹시 높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시장에서 환경샘플 585개를 채취한 조사한 결과 총 33개 샘플에서 바이러스가 검출(양성)됐는데, 이 가운데 12개가 야생동물 거래구역 내에서 채취한 샘플이었다. 다만, 보고서 전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지난 1월 2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화난수산시장에 대한 바이러스 검출 조사 보고서를 내부용으로 발행했다. | 내부소식통 제공=에포크타임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내부 문서에 실린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화난수산시장 상점 배치도 | 내부 소식통 제공

이 보고서를 에포크타임스가 입수해 살펴본 결과, 양성 샘플이 나온 장소는 바닥·문·저울·손수레·벽·쓰레기통·냉장고·신발·장갑 등이었으며, 12개는 서로 인접한 상점에서, 나머지 21개는 각각 떨어진 상점 19곳에서 나온 것이었다.

또한 떨어진 상점 19곳은 시장 손님들이 오가는 통로 등으로 나뉘어 있었고, 상당수가 해산물, 민물고기를 파는 상점들로 야생동물과 무관했다.

그런데도 보고서에서는 서로 인접한 상점서 나온 양성 샘플 12개만을 근거로 “해당 구역에 야생동물을 판매하는 상점이 여럿 있어 이번 바이러스 발생이 야생동물 거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매우 의심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에포크타임스와 이 보고서를 검토한 미 국방부 산하 월터리드 미 육군 연구소의 전 바이러스성 질병 연구책임자 숀 린 박사는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숀 린 박사는 “바이러스가 시장에서 판매된 동물에서 발생했는지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당국이 (추가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화난수산시장에서 거래되던 동물들의 행방

보고서에서 미심쩍은 부분은 더 있다.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음성) 나머지 552개의 샘플이다.

지금까지는 이 샘플들이 환경샘플이라는 점만 알려졌을 뿐, 어디서 채취된 샘플인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유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음성 샘플 552개에는 시장에서 취급되는 동물인 대나무쥐, 고슴도치, 칠면조, 토끼 등을 공급하는 우한시 인근 농장들에서 채취한 동물·환경샘플 총 139개가 포함됐음이 확인됐다.

즉 동물샘플도 있었으며 바이러스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1월 22일 보고서에서 검사한 동물 샘플의 종류다.

현지 관영매체에 따르면, 우한시의 교통 중심지인 한커우 기차역과 가까운 화난수산시장은 1월 1일 폐쇄 전까지 화난수산시장에는 1천여 개 상점이 성업했다.

수산물 외에 육류와 야채, 조리된 음식들이 판매됐고 개, 토끼, 마못, 뱀, 개구리, 고슴도치, 공작, 꿩, 사향고양이, 오소리 등 온갖 동물들이 거래됐다.

그런데, 22일 보고서에는 개, 고양이 등이 빠지고 대나무쥐, 토끼 등만의 샘플만이 실려 있었다. 즉 시장에서 거래되는 동물의 일부만 선정된 것이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보도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중국 우한시의 한 방역업체 직원 루쥔칭을 인터뷰한 WSJ 기사에 따르면, 루씨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12월 31일부터 며칠간 화난수산시장을 소독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지시로 시장 내 동물 사체에서 배설물과 털 샘플 70~80여 개를 채취했다는 것이다. 루씨는 “주로 개와 고양이였다”고 기억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화난수산시장에서 채취한 동물 샘플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 결과를 공개한 적이 없다.

지난 2월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한시 첫 확진자는 화난수산시장에 간 적이 없다. 초기 집단 발병 환자들 가운데에서도 시장과 무관한 사례가 있었다.

중국은 이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고, 현재 세계 각국 연구자들도 바이러스의 기원을 추적하고 있지만 확실한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화난수산시장 내 동물샘플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양성, 음성 여부를 떠나 바이러스 연구에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바이러스 정보를 공유했다고 했지만, 이런 동물샘플에 대한 내용은 공개됐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화난수산시장에서 거래됐던 동물들은 마치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처럼 종적을 감췄다.

지난 1월 27일 방역복을 입은 인력이 우한 화난수산시장에서 밖으로 빠져나간 도롱뇽을 잡고 있다. | AP=연합뉴스

국제사회의 바이러스 기원 추적과 중공의 비협조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알려진 중공 바이러스는 2019년 말 우한에서 처음 나왔고 이후 세계 200개 국가와 지역으로 퍼졌다.

중국 정부는 세계적인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고 세계 각국에 방호물자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실한 제품으로 역효과를 냈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이뤄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다른 나라의 연구지원 제의를 거절하고 자국 조사결과를 공유하는 데는 인색했다.

미국 정부는 정보기관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기반으로 바이러스가 자연발생적이며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누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중국의 초기 대응에 대한 국제적 불만여론이 고조되자 중국 공산당 관리들은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가져왔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펼쳤다.

전 미군 육군연구소 숀 린 박사는 “보고서를 화난수산시장에서 동물의 털이나 깃털을 제거하는 도구에서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해당 도구의 대상이 된 동물에서 바이러스가 옮겨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숀 린 박사는 미국·유럽·홍콩 등지에서 개와 고양이가 중공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인 점을 들어 해당 도구가 개와 고양이에 사용됐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또한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고 국제사회의 연구 진전을 위해 중국은 동물샘플 검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가오푸 주임이 불충분한 증거로 성급한 결론을 낸 점에 대해 “하지 말았어야 할 행위”라며 “악의적인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오푸 주임은 지난달 25일 “지금까지 조사결과를 보면 바이러스는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 같다”며 야생동물 발원설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고 새로운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