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병원 의료진 “무섭지만 구조활동엔 사명감…유서는 써뒀다”

이연재
2020년 02월 8일 오후 6:25 업데이트: 2020년 02월 9일 오전 10:0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후 ‘역병중점재난구역’으로 지정된 우한시에서 의료진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6일 우한의 한 병원 근무자 친친(가명)은 에포크타임스 중문판과 온라인 인터뷰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며 “어떤 상황이 닥쳐올지 몰라 미리 유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우한시 의료진은 바이러스 발생 초기에는 ‘사람 간 전염’에 대한 정보 부재로, 이후에는 의료용 보호장비 부족으로 인해 높은 수준의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중국 SNS 인플루언서이자 투자전문가인 허우안양(侯安揚) 상싼러쉐이(上善若水) 회장은 자신의 웨이보에 중국 보건당국의 의료진 감염 현황자료를 올렸다가 계정이 차단되기도 했다.

이 자료는 후베이성 내 의료진 감염자 15명 이상인 병원만 집계한 것으로 우한셰허(協和)병원 한 곳만 해도 의료진 262명이 확진 혹은 감염의심자 명단에 올랐다. 감염자 15명 미만인 병원까지 포함하면, 우한시 의료시설의 의료진 확정 감염자는 수천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 1천명이 넘는 직원이 있으며 일선 의료진들이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쓰러지면서 직원들 사기가 바닥이라고 했다.

그녀는 “(감염자가) 약 60~70명으로 추측된다”며 “어제 30대 젊은 남자 직원 한 명이 갑자기 쓰러졌다. 그제야 뒤늦게 감염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또한 “도시가 봉쇄되면서 다른 지역으로 갔다가 복귀하지 못하는 직원으로 인해 일손이 매우 부족하다”면서 “근무할 수 있는 직원이 점점 줄어들면서 다들 격무에 시달린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거의 매일 저녁 11시, 12시까지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잠시 눈 붙이는 중국 의료진 | 웨이보 @菊十一畵

도시 봉쇄에 차량 통행 제한으로 교통편이 없어 출퇴근도 어려운 상황이다.

친친은 “의료진은 자가용이 있으면 도로 통행이 가능하다. 어떤 사람은 교통편이 없어 병원에서 숙식하고 있다. 집에 아기가 있어 왔다갔다하며 어렵게 모유 수유를 하는 간호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동안은 시민들이 자가용으로 의료진을 태워주는 ‘사랑의 차’가 운영돼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감염 위험 때문에 이마저도 정부에서 금지했다. 출근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서 남은 사람은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일손과 물자는 부족하지만,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끊임없이 늘고 있다.

친친은 “병원에서 긴급히 병상 수백 개를 추가했지만 새 병동은 설비와 용품이 부족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물자 지원도 매우 느려서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물자 부족은 의료진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친친은 “며칠 전 정부에서 N95 마스크를 병원에 배급했지만, 직원 수요량의 1/5에 그쳤다. 방호복은 병동 1개분에도 못 미쳐 병동의 위험도에 따라 물자를 배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의료진 사이에도 물자를 놓고 고성이 오간다”며 “어쩔 수 없다. 모두들 공황상태”라고 했다.

국제 운송업체 페덱스가 ‘다이렉트 릴리프(Direct Relief)’를 통해 미국에서 중국 광저우에 20만 개 이상의 수술 마스크, 가운, 장갑 등 개인 보호 용품을 운송했다. | 웨이보@화중과기대학

이런 상황에서 식품마저 바닥이 나고 있다. 친친은 “한동안 병원 직원들 식사가 끊겼었다. 식당과 매점이 모두 문을 닫아서다. 밥은커녕, 현재 기부받은 야채를 먹으며 버티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지원해준 식품이 없었으면 우린 벌써 끝났을 것”이라고 서글픈 감사를 전했다.

감염된 의료진은 격리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일부는 완치 사례도 있지만, 전망은 어둡다.

친친은 “주로는 약물치료를 받는다”며 “그렇다고 누가 완치를 장담하겠나. 건강한 사람은 버티고 있지만 원래 건강이 별로였거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그냥 죽는 거다. 살고 죽고는 개인에게 달렸다. 특효약은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의료진 스스로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지만, 폐렴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일선 의료진이나 사무직 직원 모두 정신적으로 피폐하다”며 “매일 공포에 사로잡히면서도 일은 착실히 한다”며 극복의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며칠 전 회의를 마치고 밤 11시쯤 퇴근하던 길에 차를 세워놓고 바닥에 앉아 울었다.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녀는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려 ‘뒷일’을 대비해놨다고 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아이 양육권 등에 대해 변호사와 상의해 유서를 써뒀다. 엄마한테도 말했다.”

“두려우냐고 묻는다면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을지도 모른다. 이번 역병은 어쩌면 아주 긴 과정을 거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