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 ‘장 건강에 달렸다’

코난 밀너
2015년 08월 5일 오후 12:04 업데이트: 2019년 07월 25일 오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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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전염성 질병의 원인이 박테리아라는 것을 밝혀낸 이후 인류에게 박테리아는 늘 보이지 않는 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과학자들이 박테리아의 다양한 역할을 밝혀내면서 패러다임은 전쟁에서 공존으로 바뀌었다. 의학계는 이제 박테리아를 건강에 필수적인 요소로 여긴다.
인간은 박테리아 덩어리로 볼 수도 있다. 사람의 몸에는 인체 세포 수보다 열 배나 많은 수의 박테리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대부분 박테리아가 사람의 장에 살고 있다. 과학자들은 유익한 장내 세균을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른다.

마이크로바이옴 개념이 소개된 이후, 소화력과 면역력을 높이는데 튼튼한 세균 집락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이제 의학계는 장 건강과 뇌 건강도 관계에 관심을 보인다. 이미 임상시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프로바이오틱스가 불안과 우울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2014년 한 연구팀은 윌리엄 앤 메리 대학교의 심리학 개론 강의에 등록한 700명가량의 학생을 대상으로 그들의 식생활, 활동수준과 심리상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연구원들은 발효식품을 먹은 사람이 사회불안으로부터 고통을 덜 받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규칙적인 운동도 정신 상태에 영향을 미쳤지만, 발효식품만큼은 아니다.

연구팀은 “발효식품이 유전위험이 더 큰 사람의 사회불안증후군을 막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 결과는 인체에 유익한 유산균이 든 프로바이오틱 식품을 먹는 것은 “사회불안을 경감시키는 안전한 처방이 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정신의학계와 공중보건 관계자에게 식생활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장과 뇌의 관계

마이크로바이옴 전문인 뉴욕시 의사 라파엘 켈먼은 뇌와 장은 상당히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우리의 기분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많은 메커니즘을 통해서 뇌와 소통한다. 이 경로는 마이크로바이옴이 만든 직접 신경전달물질을 포함한다. 그것은 미주신경을 거쳐서 뇌와 소통하며 스트레스 통로 안에 있는 내분비 계통을 거친다”고 말했다.

현재 신경질환 치료는 직접 뇌의 화학구조를 바꾸는 데 중점을 둔다. 신경전달 화학물질 수치를 조정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몸속 세로토닌의 95%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신질환 치료는 뇌보다는 장에, 약보다는 음식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식단

켈먼의 뇌 건강을 위한 처방은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의 책 ‘마이크로바이옴 식단’을 살펴보면 칼로리,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을 제한하지 않아 아주 간단하고 쉽다.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처음 몇 주간 장벽을 회복하기 위해서 설탕, 유제품, 글루텐을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켈먼은 “이 식단은 사람들은 식이 조절이라고 느끼지 않을 만큼 쉽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체중이 줄어들고 전반적인 건강도 좋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켈먼의 식단은 피클(초절임), 요구르트, 사우어크라우트 같은 전통적 발효식품과 이눌린이라는 특별한 타입의 섬유질이 든 식품과 보조식품에 중점을 둔다. 이눌린은 아스파라거스, 히카마, 양파, 마늘 같은 채소에 많다. 치커리, 민들레, 우엉 같은 식물 뿌리에는 훨씬 높은 농도의 이눌린이 들어있다. 이눌린 보조식품은 보통 돼지감자로 만든다.

이눌린은 종종 프로바이오틱으로 일컬어진다. 장내 박테리아의 단일 균주를 유지하는 호산성 보충제와 달리 이눌린 섬유질은 건강한 장에서 발견되는 수백 개의 유익한 박테리아 균주를 먹여 살린다.

켈먼은 “마이크로바이옴을 강하게 하는 것은 세균성 다양성이다. 건강하지 못하고 다양성이 떨어지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조직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다양성이 부족하면 루푸스, 관절염, 천식, 대장염 그리고 염증성 장 질환을 포함하는 자가면역질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람이 마이크로바이옴에 양분을 주기 위해 프로바이오틱스에 집중하는 반면 켈먼은 프리바이오틱스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는 “단일 프로바이오틱 보조식품은 특정 사안을 목표로 사용할 수 있지만, 프리바이오틱 보조식품은 일반 장 건강에 좋다. 대부분 사람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목적 없이 먹고 있어 돈 들인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한다. 차라리 프리바이오틱스를 먹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헛배부름, 가스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은 한 종류의 미생물을 지나치게 지닌 마이크로바이옴이 있을지도 모른다. 칸디다(장내 효모의 이상 번식) 혹은 장내 기생충 증상이 있는 켈먼의 환자는 다소 호전됐다. 오레가노나 마늘 같은 채소는 공격적인 미생물 군체가 왕성해지기 전에 제할 수 있다.

 

뇌에 이로운 장내 세균

마이크로바이옴이 튼튼하다는 것은 염증이 적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같은 염증성 뇌질환의 위험을 낮춘다. 감정장애 치료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강화한 식품은 향정신성 의약품과는 아주 다르게 작용한다.

켈먼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하면 감정과 인지기능 그리고 집행기능에 긍정적 변화를 볼 수 있다. 그것은 우울함이나 불안 같은 무기력한 감정을 없애고 긍정적 정서와 감정을 만들어 낸다. 이 낙천적 기분과 힘이 솟는 느낌은 마이크로바이옴 식사에서 매우 흔하다. 우울증 치료제로는 그런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