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겨 먹는 ‘칵테일 새우’는 다른 나라 아이들의 ‘피눈물’로 만들어진다

김연진
2019년 09월 10일 오후 3:5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23

매일 새벽 2시, 태국의 한 새우 가공 공장에서는 누군가가 숫자를 외친다.

“31번, 일어나서 일해라”

고함도 들려오고, 문을 발로 차는 소리도 울려 퍼진다. 욕설과 폭행도 일상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이름이 없다. 모두 숫자로 불린다. 눈빛은 이미 죽어 있었다. 인간성을 상실한 그 ‘숫자’들은 그렇게 노동을 시작한다.

노동은 하루 16시간씩 반복된다. 매일 16시간. 허리조차 제대로 펴지 못하고 착취를 당하는 그 ‘숫자’들은 몇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해 오늘도 새우 껍질을 깐다.

연합뉴스

과거 AP통신 탐사보도팀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 유통되는 칵테일 새우(껍질 깐 새우)의 진실을 고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칵테일 새우의 최대 생산지인 태국에서는 ‘현대판 노예’라고 불릴 만큼 충격적인 노동 착취가 일어나고 있었다.

새우 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불법 노동자였다. 이들은 돈이 없어 이곳으로 팔려 왔다.

업주들은 이 사실을 악용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거나 도망가려고 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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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15세 미만의 아동도 약 1만명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새우 80kg을 작업해서 버는 돈은 고작 5천원이었다. 심지어 길게는 몇년간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도 수두룩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태국 정부가 이런 실태를 알고도 방치한다는 것이다. 태국 정부와 경찰 등 공권력은 인신매매를 통한 노동 착취에 일조하고 있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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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수산물 수출 산업 규모는 약 70억달러(한화 약 8조 2천억원). 모두 강제 노동과 착취로 쌓아 올린 피의 탑이다.

태국 정부는 모든 수산물 산업을 투명화, 합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