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데려갈게요” 창녕 학대 아동이 그토록 가고 싶다던 ‘큰아빠 집’

이서현
2020년 06월 14일 오후 1:1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17

경남 창녕에서 부모의 학대를 피해 목숨 걸고 집을 탈출한 아홉 살 소녀.

탈출 직후 아이는 “큰아빠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예전에 지냈던 위탁 가정인데, 아이의 바람대로 ‘큰 아빠네’서 다시 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피해 아동 A양은 창녕군 대합면 한 편의점 앞 도로에서 잠옷차림으로 도망치듯 뛰어가다 지나가던 주민에게 발견됐다.

A양 가족이 살던 빌라 | 연합뉴스

당시 A양의 눈과 손가락이 심하게 화상을 입은 상태였고, 머리는 찢어져 피를 흘린 흔적도 있었다.

이후, A양의 진술을 통해 계부(35)와 친모(27)의 학대 정황이 드러났다.

손가락 화상은 A양의 계부가 프라이팬으로 손을 지져 지문을 없애려고 했다는 것.

또 평소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목줄까지 채웠다가 청소나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할 때 풀어줬다고 한다.

몽둥이 같은 걸로 때리고 심지어 욕실에서 물에 머리를 잠기게 해서 숨을 못 쉬게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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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을 탈출했던 A양은 자신을 구해준 시민에 “집에 가기 싫어요. 큰아빠·큰엄마 집에 데려다주세요”라고 말했다.

부모와 같이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A양이 말한 곳은 실제 친척집이 아닌 2015년부터 2년 정도 생활한 위탁가정이었다.

당시 A양의 친모가 셋째 아이를 낳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경남의 한 위탁가정에 A양을 맡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전, 친모가 재혼하면서 A양을 다시 데려와 키운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다른 아동을 돌보고 있는 이 위탁 부모는 A양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다시 보호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현재 아동쉼터에서 머무르는 A양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심리치료를 받고 나면 A양이 그토록 가고 싶다던 위탁가정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13일 경남 창녕경찰서 별관 조사실로 이동 중인 아동학대 계부 | 연합뉴스

체포영장이 발부된 계부는 13일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1일 계부를 소환할 예정이었지만, 치료를 받느라 늦어졌다.

법원이 A(9)양 의붓동생 3명에 대한 임시보호 명령을 내리자 계부가 이에 반발하며 자해를 했기 때문이다.

같이 학대한 혐의를 받는 친모는 건강 문제로 추후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