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해군 속한 ‘中 평화통일촉진 연합총회’ 어떤 단체일까

한동훈
2022년 12월 31일 오전 11:54 업데이트: 2022년 12월 31일 오후 12:07

지난 8월 2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 외교부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엄중하게 항의했다.

당시 미국과 펠로시 의장을 비난한 목소리는 중국 외교부에만 그치지 않았다. 세계 각지의 화교단체, 특히 ‘중국평화통일촉진회’ 단체들이 일제히 규탄 성명을 냈다.

중국 푸젠성 통일전선공작부는 지난 8월 8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러한 사실을 소개하며 “아시아 지역의 중국평화통일촉진 연합회(평촉회)가 성명을 내고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통제하려는 미국 등 반중세력에 경고를 보냈다”고 전했다.

화교단체는 크게 대만계와 중국계로 나뉜다. 당초 ‘화교’는 대만(자유중국)계를 가리켰지만, 공산주의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현재 화교단체는 대부분 중국계가 차지한다. 평촉회 역시 그 하나다.

펠로시 의장을 향한 규탄은 이 단체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만의 분리독립을 저지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호하며, 공산당의 지배와 이익을 위해 각국에서 목소리를 내고 중국인들의 단결을 이끄는 교민 단체라는 것이다.

평촉회는 형식상 민간(교민)단체이지만,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에서 관리한다. 이 단체의 활동 상황이 중앙 혹은 지방 통전부 홈페이지에 자주 실리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평촉회는 베이징에 총본부가 있고 세계 각지에 지부가 퍼져 있다. 그중 한국지부가 ‘한화(韓華) 중국평화통일촉진 연합총회'(재한 평촉회)다.

중국공산당 관영매체 신화통신에 따르면, ‘재한 평촉회’는 2002년 2월 23일 서울에서 설립됐으며,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계 화교들이 설립한 최초의 단체다(신화통신 기사 웹 아카이브).

초대 회장인 한성호는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당시 한국 내 중국인들의 사드 배치 반대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신화통신 한글판 기사).

왕해군(王海軍·왕하이쥔·44)은 2016년 38세의 젊은 나이로 한성호의 뒤를 이어 재한 평촉회 회장에 선출됐다. 고령인 한성호 전 회장과 비교하면 중국과 한국을 자주 오가며 펼친 활발한 활동력이 두드러진다.

왕씨는 2016년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늘 베이징에 출장을 다니고 거의 매번 중국 국무원 교무판공실이 개최하는 행사에 참가하곤 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는 발언이다(신화통신 기사 웹 아카이브).

2015년 신화망 한국채널 공식 출범행사. 왕해군(맨 왼쪽)씨가 참석했다. | 신화국제 화면 캡처

평촉회, 공산당 통일전선 전술 실행조직

중국 공산당 창시자인 마오쩌둥은 공산주의 혁명 성공의 으뜸 전술로 ‘통일전선 전술’을 꼽은 바 있다. 통일전선 전술은 적 또는 경쟁자에 내통세력을 심어 약화시키고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전술이다. 교민들을 단결시키는 것도 포함한다.

한국은 미국과 글로벌 패권을 다투고 있는 공산주의 중국에 있어 경제적·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다. 그러한 한국에 설치된 통일전선 전술 조직이라는 점이 재한 평촉회가 지닌 위상이다.

재한 평촉회가 소속된 상위조직인 중국 평촉회 역시 중국에서 상당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그 수장인 위원장이 중국 공산당 최고 권력자 7인 중 하나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왕양(汪洋)이다.

왕양은 지난 10월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이 확정된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권력다툼에 밀려 차기 상무위원직에서 탈락했다. 다만, 이는 그가 시진핑의 견제를 받는 공산주의 청년단 파벌이기 때문으로, 평촉회의 위상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평촉회 부위원장인 유취안(尤權)은 아예 통전부 부장(장관급)이다. 평촉회와 통전부의 관계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유취안은 지난 10월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통전부 부장에서 퇴임했고, 현재는 후임자인 스타이펑(石泰峰)이 통전부 부장을 맡고 있다. 이는 유취안이 67세로 고령인 데다 지도부 교체 시기가 겹치면서 일어난 인사 변동일 뿐이다.

통일전선(통전) 공작은 시진핑 정권에서도 여전히 중시되고 있다. 시진핑은 지난 2015년 5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통일전선공작 조례’를 통과시켰다. 작년11월에는 ‘통일전선공작 조례 수정안’을 확정 지으며 그 중요성을 거듭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