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산 유임 가능한 2가지 시나리오

샤샤오창(夏小強)
2017년 07월 19일 오후 1:31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25

올 가을 개최 예정인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인민대표대회(全國人民代表大會 이하, 19차 당대회)가 정치상황과 사회변동의 큰 분수령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공식적인 결의를 거쳐 ‘핵심’ 지도자로 인정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리고 이는 20여 년 동안 중국을 직·간접적으로 통치해 온 장쩌민(江澤民) 세력을 정치무대 밖으로, 전면 퇴출시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장쩌민 집단의 우두머리인 장쩌민, 늘 함께 거론되는 대표적 인물 쩡칭훙(曾慶紅), 그 가족들까지 청산되는 필연적 결과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부터 19차 당대회 전까지, 이 한정된 시간이 장쩌민파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시진핑에 대한 ‘초한전(超限戰)’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그들은 암살·금융정변·홍콩사태 등 다방면에서 여러 수단을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쩡칭훙의 해외 특무 궈원구이(郭文貴)가 왕치산(王岐山)의 비리를 폭로한 사건이다.

암살·경제정변 등과 같은 쿠데타 시도가 이미 실패한 상황에서 그들이 활용할 수단과 방법은 한계에 이르렀다. 다만 왕치산을 겨냥해 19차 당대회 이후 은퇴하게 만드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급 공식매체의 반응으로 미루어 몇 개월간에 걸친 궈워구이의 폭로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장쩌민파가 왕치산을 겨냥한 이유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그와 왕치산이 장악한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이하 중기위)는 장쩌민파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하게 의지할 수 힘이라는 점에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다. 따라서 왕치산이 낙마한다면 시진핑은 팔 한쪽을 잃는 셈이다.

중국 정치체제는 정상적인 국가의 정부와 달리 기형적인 권력구조 체계를 가지고 있다. 부정부패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며 당의 골수까지 뿌리내렸다. 이를 고려할 때 시 주석이 정상적인 법 절차를 통해 부정부패를 척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당내 기구인 중기위를 활용해 자신의 목적에 이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왕치산은 금융업계와 지방 고위관료, 중앙 부처직, 국무원 총리를 거치면서 ‘소방대장(救火隊長)’ 또는 ‘청소부’로 불려왔다. 18차 당대회 후, 시진핑과 왕치산은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를 이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 군대, 지방 성·시에 암약하는 장쩌민파 세력을 숙청하고 새로운 인사 배치를 마쳤다. 4년 동안, 왕치산은 시 주석을 도와 당과 군대 내 고위 관료 100여 명을 척결했다. 예를 들어 정국급(正國級·국가지도자급) 인사인 저우융캉(周永康), 부국급(副國級·부총리 이상의 국가직) 인사인 쑤룽(蘇榮)·쉬차이허우(徐才厚)·궈보슝(郭伯雄) 등이다. 지금까지 조사받은 공산당 부부급(副部級·차관급) 이상 관리만 150여 명으로, 인민군과 무장경찰 부군급(副軍級.영관급) 이상의 인원들까지 합하면 총 200여 명에 달한다.

왕치산은 강도 높은 반부패 척결로 중국의 각 이익집단을 건드렸다. 특히 장쩌민파의 가족이 취해 온 기득권과 이익에 집중해 왔다. 이 때문에 장쩌민파는 왕치산 관련 여론을 조작하거나 심지어 수차례의 암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특히 그들은 시진핑과의 불화설을 퍼뜨려 그 관계를 이간질하려 했으며 왕치산의 가족과 관련된 부정적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는 시진핑과 왕치산 간의 정치적 동맹 관계를 파괴하려는 시도이며, 최종적으로는 반부패 운동을 중단시켜 ‘청산’이라는 예정된 결말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왕치산 유임 가능성은 왜 높은가

장쩌민 집권 당시, 공산당의 관료 질서는 내부에서부터 완전히 파괴됐다. 부패의 정도가 이미 뼛속 깊이 파고들어 ‘근치(根治)’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관리들 다수는 부작위(不作為)의 태도로 이 사태를 관망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왕치산은 이러한 부패 상황을 ‘절망적’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정치국상무위·중앙정치국·군대·정법·선전계통·지방의 성·시에서는 상부부터 말단까지 장쩌민파 세력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그들은 계속적으로 반격, 장쩌민파의 계획에 따른 정변 행동을 이어왔다. 공산당의 이러한 체제는 하나의 악순환으로 새로운 부패를 일으키며 19차 뒤에도 이 국면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의 ‘핵심’으로 인정받은 후, 왕치산은 계속 보좌하며 반부패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현재 왕치산은 장쩌민파를 제외한 고위층으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숭핑(宋平)·주룽지(朱鎔基)·츠하우텐(遲浩田)·우이(吳儀) 등 당 원로들이 왕치산을 정치국 상무위, 중기위 서기로 유임할 것을 정치국에 요구했다. 이보다 앞서 100여 명의 고위층 인사들이 왕치산의 연임을 요구하는 ‘연명상서(連名上書)’를 제출한 바 있다. 또 반부패 활동에는 민의가 반영돼 있어, 민중들 사이에서 왕치산에 대한 지지와 인정 역시 확산되는 추세이다.

왕치산, 두 가지 방식으로 유임될 가능성

19차 당대회 이후, 왕치산은 아래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공산당 권력 중심에 남아 반부패 운동을 이어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칠상팔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의 불문율을 깨고 정치국 상무위원에 유임된다.

중국 관료 규정에 따르면, 사국급(司局級)과 부부급(副部級) 관료의 퇴직 연령은 60세, 정부급 관료는 65세로 정해져 있다. 정치국 위원의 퇴직 연령은 70세였는데, 2002년 장쩌민·쩡칭훙이 리루이환(李瑞環)을 퇴임시키기 위해 ‘칠상팔하‘라는 규정을 만들면서 바뀌었다. 이 경우 67세에는 다음 기수까지 정치국 상무위로 연임 가능하나, 68세에는 반드시 퇴직해야 하는 것이다. 1948년생인 왕치산은 올해 68세를 넘기게 된다.

시진핑은 왕치산의 정치국 상무위원회 유임을 위해 칠상팔하의 관례를 깨야 한다. 2013년 6월 전국조직공작회의(全國組織工作會議)에서 시진핑은 간부 등용에 단순히 나이만을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시진핑은 취임 후 장쩌민 집권 시절부터 있어 왔던 규칙과 부수적인 사항들을 타파해 왔다. 예를 들어 국가안전위원회와 여러 영도소조를 설립해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권력 구조를 바꾸었다. 또 ‘형불상상위(刑不上常委·정치국 상무위원은 처벌하지 않는다)’라는 불문율을 깨고 저우융캉을 낙마시켰다. 따라서 시진핑이 ‘핵심’으로서 안정적으로 권력 기반을 확장하는 데 있어서 ‘칠상팔하’ 역시 깨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장쩌민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지만 왕치산을 유임시키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왕치산을 국가감찰위원회(國家監察委員會) 수장으로 임명해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권력을 약화시킨다.

2016년 11월 7일, 새로운 국가감찰제도 도입을 위해 베이징(北京)·산시(山西)성·저장(浙江)성에 ‘감찰위원회’를 시범 설립한다는 계획이 중기위 감찰부 사이트에 게재됐다. 이 방안에 따라 베이징시·산시성·저장성에는 시범적으로 감찰위가 도입됐다. 이 새로운 기구는 ‘국가 감찰 기능을 수행하는 전문 기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감찰위원회 시범 설치는 사실상 중기위의 권력을 확대하는 왕치산의 기반 마련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진한(秦漢) 시대 이래 감찰 역할을 하는 어사대부(御史大夫)가 승상(丞相), 태위(太尉)와 함께 ‘삼공(三公)’을 이뤘고, 감찰권이 오랜 기간 행정권과 병행됐다. 민국 시기, ‘1부 5원(一府五院)’ 정치 체계에서도 ‘감찰원’이 있었다.

과거 인대·정협·검찰원·법원이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데 비해 이번 조치는 이를 시정, 모든 공권력을 행사하는 기관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삼았다. 즉, 독립된 감찰위는 보다 광범위한 감찰권을 갖게 됐다. 따라서 기존 당내 시스템으로만 머물렀던 중기위와 감찰 부처 역시 전면 재구성되며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인대·정부·사법기관에 필적하는 독립기구로 감찰위를 만들려는 시진핑 정부의 계획을 엿볼 수 있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중국 정치권력 구조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시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왕치산은 한층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내 고위 권력의 틀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면서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실질적인 권력 또한 점차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왕치산이 당 내부 직위에서 국가 정부 직위, 즉 감찰위 주임으로 올라설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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