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는 배경에는 ‘금전’문제 자리해

최창근
2023년 03월 16일 오후 8:04 업데이트: 2023년 05월 25일 오후 4:08

중남미 온두라스가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배경에는 ‘경제적 문제’가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 15일, 미국 AP통신은 “온두라스가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하려는 것이 중남미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미국의 장악력이 퇴조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중국이 최근 20년간 중남미 지역에서 주요 인프라스트럭처 건설, 에너지 자원 개발, 우주개발 계획 등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이 인용한 미국평화연구소(USIP)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이 중남미 지역에 투자한 규모는 1천300억 달러(약 170조 원)를 상회한다. 같은 시기 중국과 중남미 간 무역액이 급증하여 약 10년 후인 2035년에는 연간 7천억 달러(920조 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대만의 오랜 우방으로 분류된 온두라스가 외교관계를 중국으로 ‘스위치’하게 된 배경에도 중국의 직접적인 경제 지원이 자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온두라스 중부 지역의 수력발전용 댐 건설에 3억 달러(3천900억 원) 규모의 차관을 제공했다.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부 장관은 1월 14일, AP통신에 “온두라스는 지난날 대만과의 관계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때문에 대만과 단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경제적 요인이 외교관계 조정의 주요 원인임을 시사했다.

레이나 외무부 장관은 해당 결정을 두고서 “이는 정치적인 결정으로서 세계가 이런 방향(중국과 수교, 대만과 단교)으로 움직여 왔다. 복잡한 결정이지만 온두라스의 외교정책은 국민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레이나 외무부 장관은 1월 15일, 온두라스 채널5 방송에 출연하여 “온두라스 정부가 대만 측에 공공원조액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온두라스 정부의 요청은 대만이 제공해온 연간 5천만 달러(660억 원) 규모의 공적 원조를 두 배로 늘려 주고 대만이 온두라스에 제공한 6억 달러(7천700억 원) 규모의 차관을 재조정(일부 탕감)해달라는 것이었으나, 대만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지 못했다고 레이나 외무부 장관은 밝혔다.

반면 대만 외교부는 “이는 온두라스의 일방적인 주장이다.”라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온두라스 정부가 부채로 목이 말라도 독약으로 갈증을 해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두라스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응했다. 온두라스에 대만이 개발을 돕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도 했다.

대만 외교부는 “우리는 여전히 온두라스와 국교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중국과 금전 경쟁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온두라스는 약 1000만 인구의 74%가 빈곤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 온두라스 재무부에 따르면 온두라스의 총 대외 부채는 2022년 3분기에만 약 80억 달러(약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면 대만(중화민국)과 수교한 나라는 13개국으로 줄게 된다. 그중 파라과이와 과테말라 등 소수만 남은 중남미의 수교국들은 1월 15일, “대만에 대한 지지를 이어갈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다만 이들 수교국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파라과이가 대표적이다. 대만의 남미지역 유일 수교국인 파라과이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10억 달러(약 1조4천억원) 출연을 대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9월,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만과의 협력을 언급하면서 “대만이 비수교국에 60억 달러(약 8조5천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대만이) 파라과이에는 1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경제 원조가 없을 경우 대만과 외교관계를 재조정할 수도 있다는 암시이다.

대만은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기 위하여 은탄(銀彈)외교라 불리는 대만판 ‘수표책 외교’를 전개해 왔다. 수교를 대가로 공적개발원조(ODA) 공여, 장학금 제공 등 각종 혜택을 공식 수교국에 제공해 왔다. 다만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의 외교 공세 속에서 이마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