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특별취재] 오세훈 “서울 시장 5선도 생각…제대로 일할 4년 기회 달라”

이윤정
2022년 05월 17일 오후 7:28 업데이트: 2022년 05월 17일 오후 7:28

오세훈 “5년 뒤 대선출마? 서울시장, 대통령 못지않게 중요”
“임대차법 큰 틀 개정 시 혼란…부작용 해결에 집중해야”
“취약계층 보호 4대 정책 자신감…복지 시스템 변혁 기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대통령 못지않게 서울시장 자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4선 성공 의지를 드러냈다.

오세훈 후보는 5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난 1년을 두고 “서울의 변화와 도약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토대를 탄탄히 닦은 기간”으로 평가하며 이같이 밝혔다.

오 후보는 “서울시가 뛰어야 대한민국이 뛸 수 있지 않겠나”라며 “저는 서울시장 자리가 대권 못지않게 훨씬 중요한 자리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시정이 많이 흐트러져 있고 분야에 따라선 많이 퇴보했다”며 “10년 전에 10위권까지 끌어올린 도시경쟁지수가 17위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다시 시정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4선을 한 시장이 어디 있느냐는 말을 어디서 들었다”며 “제가 알기론 시카고 데일리 시장은 5선인가 6선인가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시카고를 만든 시장으로 역사는 기록하는데 저는 그런 시장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라면 대통령 자리보다 더 의미 있게 역사가 기억해 줄 거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카고 시장을 지낸 리처드 데일리는 1989년 4월 시카고 시장에 취임한 이래 선거마다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6선을 연임해 2011년 5월까지 22년간 재임했다.

오 후보는 이번에 서울시장에 당선돼 성과가 없으면 대선에 안 나올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서울시장 5선 도전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 후보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나 그 과정이 지나치게 빨리 진행된 것은 우려하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하루 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관훈토론회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비판한 것을 두고 질문이 나오자 오 후보는 “기왕 옮겼으니 안착하도록 도와드리는 게 도리”라며 이같이 답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용산 미군기지 반환 속도가 빨라질 게 분명하다”고 전망하며 “토양 오염 문제도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민들이 녹지공간을 이용하는 무형의 가치, 엄청나게 높은 여가 공간의 가치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시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게 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과거 대통령들과 다른 파격적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대통령 내외가 광장시장에서 시민들과 격의 없이 만나고 백화점에서 구두를 샀다는 것을 보고 ‘공간의 힘’이라고 생각했다”며 “어디에 거주하면서 어떻게 국민과 호흡하는지가 리더십 스타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이전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외부에 거주하면서 수시로 시민들과 접촉하는 것이 뉴스가 안 되는 나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슈퍼에 들러 저녁 식재료 사서 귀가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분위기가 일상화되는 나라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임대차법을 어떻게 고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질문에 오 후보는 법 개정보다는 부작용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미 시장 질서가 형성된 상태에서 또다시 큰 틀에서 손을 대는 것은 단기적 혼란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며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대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제가 광진구에 전세를 사는데 최근에 집주인이 나가라고 했다. 집세를 올려주겠다고 했지만, 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해서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집을 구했는데 평수를 줄였는데도 전세보증금이 3억 원이 올랐다”면서 “이런 문제와 동일 아파트 내 이중가격 형성 문제 등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날 송영길 후보가 언급한 강남 은마아파트 재건축 방안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남 전체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후보는 “대한민국 임대주택을 브랜드 아파트 수준으로 고품질화해 임대주택에 산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임대 아파트 고급화로 인한 자재값, 임대료 상승 우려에 대해 “의지의 문제”라며 “서울시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은 된다”고 덧붙였다.

 

5월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가 열렸다. | 에포크타임스

한 패널은 “오 후보가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 정책에 대해 소신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청년 교통수단이라는 현금성 지원 사업을 하고 있어 어리둥절한 시민들이 있다”며 “복지 철학이 바뀌었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사실 이상을 추구해야 하지만 정치인은 늘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을 추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치인으로서 생존할 수 없다”며 “그렇다고 하늘만 바라보고 이상만 추구하는 정치인은 몽상가다. 또 너무 현실만 추구하면 당선되는 게 지상 목표인 생계형 정치인이 되고 만다. 그 균형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고 전제한 뒤 “저는 어려운 사람 돕기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습관처럼 얘기한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지난 2006년 서울시장에 처음으로 당선된 뒤 2010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듬해 ‘무상급식 전면 도입’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투표율 미달로 물러난 적이 있다. 10년 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으로 치러진 지난해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무상급식에 과민한 반응을 보였던 이유는 제가 세웠던 하후상박(下厚上薄·위는 빈약하고 아래는 풍성함)의 완비된 복지 체계가 무상급식 하나로 무너지기 때문이었다”라며 “10년 각고의 세월을 보내고 돌아와 보니 무상급식이 완전히 정착돼 있더라. 그래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이날 1호 공약인 취약계층 보호 4대 정책에 자부심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안심 소득(생계),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주거), 서울런(교육), 공공의료서비스(의료) 등 4대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 복지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심 소득 시범 사업에 대해 “돈을 벌수록 혜택을 많이 받는다”며 “본인이 번 것에다 부족한 부분의 50%만 지원해주면 내가 일해 번 것에 정부 지원금까지 합쳐져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시범사업 중인 ‘안심 소득’은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은 급여를 지원한다. 중위소득 85% 수준(4인가구 기준 월 소득 435만 원·1인가구 기준 165만 원)을 기준으로 부족한 소득의 50%를 지원받는 제도다.

오 후보는 “복지혜택을 받으면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제도는 수혜자를 영원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열에 묶어두는 역기능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심소득은 그런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강조한 뒤 “세계적인 실험이 서울시에서 시작되는 셈”이라며 “윤석열 정부 2년쯤 지나서 제안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오 후보는 교통방송을 교육방송으로 재편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교통방송이 기능을 다한 건 사실”이라며 “교통방송 주파수를 시민들 필요에 부응하는 방송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김어준씨 방송이 선정성 논란이 돼 제 의도를 의심받고 있어 억울하다”며 “평생 교육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교육방송 역할이 두 세개 늘어나도 전혀 과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 후보는 “지난해 보궐선거 때 시민들께 약속드린 공약 189개 중 단 한 건도 보류하거나 폐기된 공약이 없을 정도로 취임 후 지난 1년간 참으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며 “앞으로 4년간 제대로 일할 기회를 얻기 위해 다시 시민 여러분께 약속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