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최초 보고 의사 “증상 경미 발설 말라는 압력 있었다”

정용진
2022년 02월 14일 오후 1:22 업데이트: 2022년 02월 14일 오후 6:37

남아공 의사협회 쿠체 회장, 언론 인터뷰서 주장
“유럽 관리들이 증세 가볍다는 말 못하게 시도”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를 최초 보고한 의학 전문가가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낮다는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의사협회 회장인 안젤리크 쿠체 박사는 독일 유력지 <디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보건당국 관리들로부터 “오미크론 감염자들이 기존 변이 감염자보다 증상이 경미하다는 점을 말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쿠체 박사는 오미크론 발생 초기 유럽 관리들과 논의하던 중 “그것(오미크론 변이)이 가벼운 질병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지 말라는 지시를 들었다. 그런 발언을 자제하고 중병이라고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하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쿠체 박사는 누가 자신을 침묵시키려 했는지 이름을 대지는 않았지만, 인터뷰 후반부에서 남아공 정부 관리들로부터는 전혀 압박을 받지 않았고 네덜란드와 영국 당국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나는 임상전문가이며, 우리가 매우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는 게 전문가로서의 소견”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벼운 질병이라고 해서 전혀 아프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사회관계망이나 유튜브에서는 ‘내가 앓아봤는데 심한 몸살에 걸린 것처럼 아팠다’며 오미크론이 가벼운 병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전문가들이 자신의 느낌을 기준으로 한 것일 뿐 의학적 기준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게 쿠체 박사의 지적이다.

그녀는 “경증 코로나19 질환의 정의는 명확하다”며 “세계보건기구(WHO) 정의에 따른다면, 경증은 환자가 집에서 치료할 수 있다. 산소공급이나 입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심각한 질병이란 급성 호흡기 감염과 같이 환자가 산소를 필요로 하거나 심지어 인공호흡까지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체 박사는 “델타 변이에 감염되면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오미크론은 그렇지 않았다”며 “우리가 보고 있는 것(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오미크론은 심각한 질병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유럽 관리들과 토론하면서 오미크론은 심각한 질병이라는 거듭된 강요에 진절머리가 났다고 했다. 결국 “남아공에서 가벼운 질병이지만, 유럽에서는 심각한 질병이라고 말해야 했다”며 “‘그게 당신네 정치인들이 듣고 싶은 말 아니냐’고 했다”고 말했다.

쿠체 박사는 실제로 작년 11월 말 남아공 오미크론 발병 당시 CNN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1차 의료 종사자들은 대부분 사례가 경미하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는 환자들이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라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그녀는 당시 오미크론이 “심각한 질병으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면서 “중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다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가벼운 증상을 경험할 것이고 집에서 쉽게 치료할 수 있을 것이며 입원이 필요 없다는 점을 강조했었다”고 덧붙였다.

WHO는 작년 11월 말 오미크론을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이후 여러 연구에서 오미크론이 델타 등 기존 변이보다 가벼운 증세를 나타낸다는 결과가 잇따랐다. 12월 말에 일본과 미국 연구팀은 오미크론이 폐, 목, 코에 덜 해롭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확산을 이유로 각국은 백신 추가 접종을 포함해 방역 규제를 강화했지만, 확산 추세를 막지는 못했다. 오미크론은 급격히 확산한 후 미국, 영국 등지에서 확산세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각국은 속속 방역규제를 풀고 있다.

한편 에포크타임스는 쿠체 박사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기 위해 유럽 의약청과 접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