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팔·두 다리 잃은 스님이 남은 한 팔로 18년 걸려 직접 사찰 지은 까닭

황효정
2019년 10월 2일 오전 10:23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6:11

신체 중 한쪽 팔만 온전한데,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큰 울림을 남기는 스님이 있다.

지난달 21일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산하 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에는 영상 하나가 게재돼 24만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의 주인공은 경북 경주에 위치한 사찰에 사는 광래 스님.

이곳 사찰은 스님이 직접 지었다. 짓는 데까지 무려 18년이나 걸렸는데, 스님에게는 두 다리와 오른쪽 팔이 없기 때문이다.

유튜브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유튜브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18년이 걸렸지만, 한 팔로만 사찰을 완벽히 지어낸 ‘황금손’ 스님. 스님은 왼쪽 팔 하나로 톱을 들어 나무도 하고, 고추밭도 가꾸고, 운전도 하고, 목공 및 공사 작업 같은 궂은일도 도맡아 했으며, 심지어 마을 일손까지 거들었다.

보일러 수리는 물론, 전기 문제까지 해결해주는 만능 일꾼이었다. “보일러가 안 되면 회사에 전화하지 왜 스님한테 전화하셨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이웃들은 “스님이 잘하니까”라고 답했다.

이렇듯 왼팔 하나로 못 하는 게 없는 광래 스님이지만, 사실 아픈 사연이 숨어 있었다.

그 누구보다 건강했던 광래 스님이 25살이던 때였다. 스님은 한순간에 일어난 열차 사고로 두 다리와 한쪽 팔을 잃었다.

유튜브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유튜브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스님은 “내가 3일 만에 깨어나 눈을 떠보니까, 다 없었다”고 회상했다. 절망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세 번이나 시도했지만, 매번 이웃들이 도와줘 살게 됐다.

이후 스님은 마음을 다잡았다.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해서 나를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구나. 그렇다면 살아야겠다.

남은 한 팔로 주어진 삶을 꽉 움켜쥐리라”

유튜브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유튜브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불교에 귀의한 스님은 그렇게 누구보다 열심히, 멋지고 바쁘게 살기 시작했다.

사실 목욕 한 번 하는 것도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러나 스님은 마음을 바꿔 먹었다. 두 다리와 한 팔이 없다고 생각하는 대신, 한 팔이 있어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남은 ‘황금손’ 하나로 느리지만 차곡차곡 다시 삶을 쌓아 올려갔다. 이때 사찰도 직접 지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18년이 걸려 사찰은 마침내 완공됐다. 광래 스님은 “사람이 뭐든지 하면 안 되는 게 없어요. 안 하면서 안된다고 하지. 하면서 안된다고 하는 사람은 없거든”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유튜브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남들이 하루에 30m를 간다면, 나는 30일에 30m를 간다. 그럼 30m를 가는 것은 똑같다. 불과 시간만 더 걸리지, 나도 할 수 있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스님은 이런 생각으로 공부도 새롭게 시작했다. 지난 2014년에는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어 2015년에는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해서 2016년 대학교에 입학했다.

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큰 빛으로 바꾸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스님은 제작진에게 전했다.

“장애를 핑계 대고 그렇게 살 필요는 없잖아요. 내게 주어진 삶을 기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짜 삶이라고 봅니다”

유튜브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
유튜브 ‘우와한 비디오 X SBS 세상에 이런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