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희생과 사랑,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류시화
2023년 02월 9일 오전 11:19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9

침묵과 심오한 신비, 성스러운 위엄이 감도는 작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입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 그라치에 수도원의 벽에 그려진 이 작품은 가로 879센티미터, 세로 460센티미터의 거대한 크기로,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되게 합니다.

열두 제자와의 마지막 만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으로, 화가,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등 수많은 직업을 가진 천재로 불린 예술가입니다.

그가 1495년부터 1498년까지 그린 작품,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유월절에 열두 명의 제자와 마지막 식사를 나누는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제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예수는 “너희 중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에 제자들은 네 개의 무리로 나뉘어 저마다 다른 감정을 표출합니다.

그림의 가장 왼쪽의 인물들은 바르톨로메오, 대 야고보, 안드레아입니다. 이들은 예수의 말에 충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그 옆의 무리는 베드로, 이스카리옷 유다, 사도 요한입니다. 이들은 한 무리를 형성하고 있지만 저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베드로는 요한 쪽으로 몸을 기울여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는 한 손에 칼을 쥐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의 말에 분노에 차오른 그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며, 이후 예수가 체포될 때 한 로마 병사의 귀를 자르게 되는 것을 암시합니다.

유다는 다른 인물들과 함께 있지만, 혼자 동떨어진 듯한 모습입니다. 그는 천으로 된 주머니를 손에 꼭 쥐고 있습니다. 그 속에는 예수를 팔아넘기고 받은 돈이 들어있습니다. 다른 인물들은 저마다 여러 감정을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배신자 유다는 충격을 받지 않은 표정입니다.

예수의 오른편에는 소 야고보, 토마스, 필립보가 있습니다. 이들은 예수에게 자신의 충성과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필사적입니다. 그들 중 토마스는 손가락 하나를 펼쳐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후 부활한 예수를 마주했을 때 그의 부활을 믿지 못하자, 예수의 옆구리에 난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보고야 그의 부활을 믿게 되는 것을 암시합니다.

제일 오른쪽의 무리는 마태오, 타대오, 시몬입니다. 이들은 열띤 토론에 빠져 예수를 등지고 열심히 논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 16세기 미술사학자 조르조 바사리는 “각 인물의 얼굴에는 사랑, 두려움, 분노 또는 슬픔이 보인다. 그리고 유다에게서는 완고한 증오와 배반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다빈치는 그림 속 인물들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도 그들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묘사했습니다.

예수의 궁극적 희생

열두 제자 가운데에 자리 잡은 예수는 겸허하고 담담한 표정입니다. 그는 자신이 치러야 할 궁극적인 희생에 침착한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예수는 “내가 고난을 받기 전에 너희와 함께 먹기를 원하고 원하였노라”라며 자기 피와 살을 의미하는 포도주와 떡을 제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살과 피를 제자들에게 먹여 그들의 죄를 사하며 동시에 영생을 얻게 해줬습니다. 이렇게 예수는 인류의 구원을 바라며 자신을 희생해 사랑과 선함, 아름다움을 전파했습니다.

르네상스 예술의 정수

‘최후의 만찬’은 성서 속 한 장면을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일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 예술의 정수로 찬사를 받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빈치는 이 작품 속에 수학적 원근법을 완벽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림 속에 구현된 모든 것은 예수의 얼굴에 소실점을 두고 배치되었고, 배경 또한 불필요한 것을 생략하고 단순화해 마치 실제 입체적인 공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예수 뒤편의 세 개의 창문은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동시에 예수의 후광처럼 보입니다. 양쪽 벽의 네 개의 창문은 플라톤의 네 가지 미덕을 상징합니다. 용기, 절제, 지혜, 정의 네 가지 미덕은 고전 전통을 의미합니다.

그림 속의 모든 것은 예수 얼굴에 위치한 소실점과 맞닿게 됩니다. 이는 모두가 예수에게 인도됨을 의미합니다. 예수 뒤편의 푸르른 풍경은 예수가 우리를 지상낙원으로 인도함을 나타냅니다.

고난 속에서 중심을 잡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구현한 성서 속의 숭고한 한 장면, ‘최후의 만찬’의 중심에는 고요히 예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분노, 배반, 슬픔, 걱정 속에서 그는 조용히 평온을 유지한 채 중심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우리를 인도해 낙원에 이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