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뉴스] 한국 전통예술의 정수, 중요무형문화재 113호 칠장 정수화 선생의 작품세계

류시화
2023년 05월 13일 오전 10:44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7

짙고 고혹적인 검은빛이 아름다운 배경 위, 학이 무리 지어 저마다 날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눈으로 구분하기도 힘들 만큼 작은 자개 조각들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붙여 만든 구름과 산 위를 학들이 우아한 날갯짓으로 유유히 날아다닙니다.

정교하게 조각한 용 위에 금박을 하나하나 입혀 금빛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압도적인 우아함을 지닌 이 작품들은 중요무형문화재 칠장 기능보유자 정수화 선생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순수 천연 도료인 옻액을 사용하는 옻칠 작품은 깊고 짙은 색채 속에서 은은한 빛을 뿜어냅니다. 정수화 선생의 작품은 우리에게 전통문화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벅차게 안겨줍니다.

[정수화 | 칠장 기능보유자]

“문화는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게 문화라고 늘 생각해요. 너무 앞서가는 것은 빨리 지치고 빨리 회의적인 느낌이 들지만, 우리 전통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선조들이 우리에게 이렇게 좋은 것을 물려주셨듯이 우리는 더 발전시켜서 후세에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고…”

우리가 종종 사용하는 ‘칠흑 같은 밤’이라는 말에서 ‘칠흑’은 옻칠처럼 검고 광택이 있다는 표현으로 고려 때부터 써왔습니다. 이러한 옻칠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칠액을 인내심이 필요한 정교한 제작 과정을 거쳐 정제한 후 사용하게 됩니다.

[정수화 | 칠장 기능보유자]

“옻은 일반 칠하고는 다르게 미생물이기 때문에 어떨 때는 마르고 어떨 때는 안 마르는데 달래가면서 해야 하는 그런 거죠. 말을 안 듣는 아이 같고, 어떨 때는 친구 같고… 그걸 어떻게 조절해서 일정하게 할 것인지 그러한 연구도 하고. 저는 칠에 대해 지금도 엄청난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속에서 어마어마한 과학이 있다는 것을 제가 찾아냈어요. 그래서 장래가 밝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수화 선생은 50여 년 동안 전통 칠기공예에 전념하면서 우리 전통의 칠 정제법을 전수하여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13호 칠장 기능 보유자로 지정되었습니다.

[정수화 | 칠장 기능보유자]

“형태는 바뀌어도 칠이 옻칠이라면 기법이 안 바뀌기 때문에 그것이 전통이다, … 기초가 튼튼해지려면 눈속임이 없어야죠. 원칙대로 삼베를 바르고 토회칠을 바르고 이렇게 하면… 지금 내가 이렇게 만드는 것은 수천 년은 갈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죠.”

정수화 선생은 자신이 지켜온 전통문화 기술을 후대에 전수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심지혜 | 칠공 견습생]

“이런 작업을 할 때마다 급하게 하면 오히려 결과가 안 좋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좀 차분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매번 작업할 때마다 그 단계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다 밟아나갈 때 결과가 좋더라고요.”

현대 과학 기술의 발전과 현대 미술계의 변질한 동향에 현혹되지 않고 전통 기술을 따르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자기 기술을 향상해 가고 있는 정수화 선생.

[정수화 | 칠장 기능보유자]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 정신이 살아남아 있다, 우리의 옻칠공예는 한국의 우리 고구려·신라·고려·백제 삼국시대를 거치고 넘어오듯이 끈질긴 거다, 그래서 지금까지 맥이 끊기지 않고 온 이유도 그거다, 그게 정신이다, …”

옻칠과 나전칠기 작업에 인생과 열정을 오롯이 바쳐온 그의 예술혼은 작품으로 피어나 전통적인 기품을 고스란히 품고 우리에게 참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지금까지 NTD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