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유한한 수명을 영원하게. 지금도 사랑받는 프랑스 왕가 여인의 패션

류시화
2023년 05월 27일 오후 12:12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5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패션은 덧없습니다. 예술은 영원합니다.”

“과연 패션이란 무엇일까요? 패션은 계속 바뀌기에 그 근본과 형태가 모호합니다.”

이처럼 패션은 유행에 따라 변화하고 수명을 다하면 쉽게 버려집니다. 그러나 몇몇 유행은 예술처럼 지속성을 갖고 후대에 계속 유행하고 재창조됩니다.

패션과 연관해 항상 언급되는 곳은 바로 ‘프랑스’와 그 수도인 ‘파리’입니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패션 산업으로 유명한 이곳은 역사 또한 패션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특히 그 역사 속의 여인 두 명은 지금까지도 많은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조제핀 황후가 바로 그 인물인데요. 이들이 당대에 만든 유행은 시간을 초월하고 국경을 초월해 지금까지도 계속해 회자되고 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앙투아네트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공주이자 프랑스 루이 16세의 아내로 어린 시절부터 많은 화가에 의해 그림으로 그 모습이 남겨졌습니다.

그런 그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묘사한 화가는 프랑스의 여류화가, 비제 르 브륑입니다.

비제 르 브륑은 18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재능 있는 화가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녀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나이가 같았기에 급속도로 친분을 쌓아 평생 친구처럼 지내며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30점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브륑의 작품 중 <장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아름다운 색감과 정교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림 속 마리 앙투아네트는 리본과 레이스로 장식된 청회색의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있습니다. 이 드레스는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 고급 맞춤복 또는 그것을 만드는 의상점)의 시초가 된 디자이너 로즈 베르탱이 만든 것입니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도 섬세하게 그려진 이 작품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름다움과 당대 복식의 우아함까지도 자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작품 속 그녀는 여러 줄로 이뤄진 진주 목걸이와 팔찌를 착용하고 있는데요, 이 시대에는 다이아몬드보다 진주가 더 귀하고 값비싼 보석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작품 속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보석 장신구 수집에 열성적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여왕의 새로운 시도

마리 앙투아네트는 화려하고 우아한 의상을 즐겨 입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옷을 입어 유행을 선도하기도 했습니다.

궁궐에서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무겁고 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지내는 것에 지친 마리 앙투아네트는 새로운 형식의 옷을 주문해 즐겨 입곤 했습니다. ‘슈미즈 드레스(chemise dress)’라 불린 이 옷은 당시 여성들이 겉옷 안에 입는 속옷과 형태가 매우 유사했기에 귀족들은 이 옷을 일상복으로 입고 다니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허리 부위가 느슨해 착용감이 편안하고 장식이 거의 없으며 부드러운 재질의 이 옷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널리 퍼져 많은 여성에게 사랑받고 오랫동안 유행했습니다.

나폴레옹의 아내, 조제핀 황후

프랑스 제국의 1대 황제인 나폴레옹 1세의 아내, 조제핀 황후 또한 당시 최고의 패션 유행을 선도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앞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유행시킨 슈미즈 드레스는 조제핀에 의해 좀 더 편안하고 단순한 형식으로 변형되었습니다.

기존의 슈미즈 드레스는 로마의 전통 의상인 튜닉과 유사한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나폴레옹이 로마 황제의 후계자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로마 의상의 아름다움이 더해져 이 또한 많은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조제핀은 기존 슈미즈 드레스에 달려있던 장식용 프릴을 제거하고, 목선을 더 낮게 하고 기존보다 체형이 더 잘 비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드레스는 가슴 바로 아래에 허리끈을 착용해 발목까지 치맛단이 자연스레 퍼지게 디자인되었는데요, 이 드레스가 바로 지금도 패션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엠파이어 실루엣’ 스타일의 시초입니다.

또한 조제핀은 기존 프랑스 여왕들이 착용하던 티아라와는 다른 형태의 티아라를 선호했습니다. 고대 로마의 월계수관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티아라를 착용했는데요. 이처럼 조제핀은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가 유행시킨 패션 스타일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취향과 신념을 담아 다른 형태로 발전시켜 지금까지도 패션계에서 계속 사랑받고 있습니다.

유한한 패션을 무한하게 만든 여인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와 조제핀 황후는 각각 다른 취향과 스타일을 지녔지만, 많은 공통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랑스가 아닌 나라에서 태어나 결혼 후 프랑스에서 생활했지만,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고 당대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존경받는 패션 리더입니다.

수명이 짧은 패션에 전통과 미학적인 요소를 잘 투영해 새롭고 아름다운 패션 디자인과 스타일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두 여인에게서 우리는 많은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