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엘라가발루스의 장미’, 외적인 아름다움 : 선함과의 균형

류시화
2023년 03월 7일 오후 6:31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9

우리는 누구나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쉽게 빼앗깁니다. 아름다운 순간,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꽃이나 물체는 우리의 마음을 자극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로렌스 앨마 태디마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로렌스 앨마 태디마’가 그린 ‘엘라가발루스의 장미’는 그림을 마주한 순간, 사람의 내면 깊은 곳을 휘젓는 그런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입니다.

태디마는 1900년대 유럽에서 활동한 화가로, 건축물의 정교한 세부 묘사와 질감 묘사 능력으로 명성을 크게 얻었습니다. 그는 대리석의 질감을 묘사하는 것에 뛰어나 ‘대리석의 화가’라고 불리기도 했고, 인물과 사물을 아름답고 정교하게 묘사한 고전주의 양식의 화가였습니다.

엘라가발루스 황제의 잔혹성

이 숨 막히게 아름다운 그림에는 잔혹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엘라가발루스’는 서기 218년, 15세의 어린 나이에 로마의 황제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나이가 어린데도 잔인한 통치와 극단적인 형태의 쾌락을 탐닉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가 오락거리로 여긴 것들에는 극에 달한 정욕, 로마 역사에 대한 신성 모독, 살인, 어린아이를 포함한 주변인들의 희생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엘라가발루스의 장미’

태디마는 엘라가발루스가 행한 기묘하고 잔인한 행동 중 하나를 꼽아 ‘엘라가발루스의 장미’를 통해 재조명했습니다.

로마 황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역사서인 ‘히스토리아 아우구스타’에 의하면, “엘라가발루스는 특수한 장치가 천장에 설치되어있는 연회장에서 연회를 자주 벌였다. 그는 천장의 장치에 여러 꽃을 가득 담아두고 신하들에게 꽃을 거침없이 퍼부었다. 사정없이 쏟아지는 꽃 세례에 몇몇 신하는 꽃에 파묻혀 질식사하기도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엘라가발루스는 기이한 잔혹성을 가진 폭군이었고, 태디마는 그런 잔혹성을 그림 속에 잘 표현했습니다. 그림의 위쪽 중앙에 엎드려 누워있는 인물이 바로 엘라가발루스입니다. 그는 나태한 듯하면서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연회장 가운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가 초대한 손님들은 오른편에 편하게 자리를 잡고 있고, 그들의 뒤편에는 술과 황홀경의 신, ‘디오니소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림에는 천장의 모습이 그려져 있진 않지만, 수백 송이의 장미가 위로부터 떨어져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태디마는 그림 속 장미꽃을 그릴 때 꽃잎 한 장 한 장에 정성을 들여 그려냈습니다. 아름다운 수많은 장미에 깔린 인물들은 갑자기 쏟아져 내린 장미꽃에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아름다움으로 싸여진 내면의 실체

‘엘라가발루스의 장미’는 섬세하게 묘사된 대리석 기둥과 화려한 복장의 인물들뿐만 아니라 달콤하고 우아한 색채로 그려진 꽃잎이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우리는 종종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움에 순간적으로 사로잡혀 매료됩니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나 물건에 매료되는 순간, 시간조차 멈추는 듯 느껴집니다. 이 아름다운 것들은 우리의 소유욕을 자극합니다.

이 작품은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이 ‘진실’을 포장하는 한 층의 껍질임을 깨닫게 합니다. 이 그림을 마주한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그 아름다움에 매료됩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사실 과거 로마의 한 폭군의 추악하고 기이한 행동을 폭로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표면적인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쾌락과 만족을 즉각적으로 제공해주긴 하지만, 본질적인 아름다움에는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내적인 아름다움과 외적인 아름다움을 함께 고려해야만 합니다. 아름답다는 감각을 인식할 때 외적인 요소에 의해서만 이끌릴 것이 아니라 이성적인 사고와 선한 마음과 균형을 이뤄 대상의 아름다움과 진실함을 판단해야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에 현혹될 게 아니라, 그 내면까지 꿰뚫어 보고 바른 마음으로 대상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찾으려 한다면 쉽게 얕은 유혹에 빠져들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