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언제나 주인님 곁에 있어요!’ 그림 속 예술로 승화된 강아지

류시화
2023년 05월 23일 오후 6:44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5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인간들은 수만 년 전부터 강아지를 길들여 가까이 두었습니다. 강아지는 인간과 친근하게 지내며 우리 역사와 예술 속 여러 장면에도 등장했습니다.

강아지들은 초기 동굴 벽화와 고대 그리스 도자기, 중세 태피스트리와 조각상, 초상화에도 등장했습니다.

미술사에서 강아지는 충성심, 보호, 동반자의 자질을 의미하는 상징물로 다뤄졌습니다.

여성과 강아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중세 여인의 조각>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과거 귀족 여성의 무덤을 장식했던 것으로 중세 시대 당시 귀족들이 입었던 복식과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조각상의 발 아래에는 품종을 식별할 수 없는 강아지 조각이 놓여있습니다. 여기서 강아지는 그 무덤의 주인이 가정에 헌신했던 인물임을 상징합니다.

중세에 이어 르네상스 시대에는 예술작품 속 여성의 정절과 충실함을 강조하기 위해 강아지를 등장시켰습니다. 얀 반 에이크의 작품 <아르놀피니의 결혼>에는 혼인을 맹세하는 부부의 발치에 강아지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후 강아지는 충절과 충심을 강조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신분이 높은 여성들의 초상화에 자주 등장해 예술 속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왕실의 ‘마스티프’

벨기에 출신의 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가 펼친 작품세계에서 최고의 초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인 <찰스 1세의 다섯 아이들>은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화풍으로 궁중 초상화가였던 반 다이크의 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그림 중앙에는 한 소년과 그의 개가 있습니다. 그 소년은 찰스 1세의 후계자로 나중에 찰스 2세로 즉위하게 될 찰스 왕세자입니다. 그 소년의 개는 초대형견이자 역사상 오래된 품종 중 하나인 ‘마스티프’입니다.

마스티프는 로마 시대 때부터 왕실 경비견으로 계속해서 사랑받았던 종입니다. 그렇기에 충성심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권력을 지키는 의미도 포함합니다. 왕실의 권력을 지키는 마스티프의 머리 위에 찰스 왕세자가 손을 얹고 있습니다. 이는 이 대형견의 주인이 차후 나라를 다스릴 권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휴식하는 개’

네덜란드의 황금기에 가장 뛰어나고 혁신적인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게릿 다우 또한 강아지를 그림 소재로 삼았습니다. 그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매우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세로 16.5센티미터, 가로 22센티미터에 불과한 이 작은 그림 속에는 항아리에 기댄 강아지가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달콤한 꿈을 꾸다 방금 잠에서 깬 듯 눈을 게슴츠레 뜬 강아지 옆에는 슬리퍼와 나뭇가지, 항아리 등 일상적인 물건들이 놓여있습니다.

이 작품은 당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한 장르 중 하나인 바니타스 정물화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바니타스는 삶의 덧없음과 도덕성을 상기시킴으로써 세속적 즐거움과 도덕성의 균형을 함께 추구한 장르였는데요, <휴식하는 개>는 이 장르에 속하지만 그림 속 강아지와 사물들이 내포한 정확한 상징적 의미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습니다.

‘트리스트럼과 폭스(Tristram and Fox)’

18세기 영국의 초상화가이자 풍경화가인 토머스 게인즈버러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며, 작품 속에 종종 강아지를 등장시켰습니다.

그의 수많은 작품 중 하나인 <트리스트럼과 폭스>는 강아지 두 마리가 주인공입니다. 그림 오른쪽의 ‘트리스트럼’과 왼쪽의 ‘폭스’는 게인즈버러와 특별한 유대감을 가졌던 동물입니다.

게인즈버러는 감각적인 구도와 붓놀림으로 강아지들을 생기 있게 묘사했습니다. 폭스의 눈은 반짝이며 입은 살짝 벌어져 있습니다. 매끄럽고 반짝이는 코와 눈, 입은 그 형태가 명확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부드럽고 가벼운 붓놀림으로 그려진 강아지의 털과는 대조를 이룹니다. 트리스트럼의 어두운 빛깔의 털은 거칠면서도 부드럽게 묘사되었습니다.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함께 한 존재

인간과 강아지 사이에는 오랜 역사와 이야기가 함께합니다. 결혼과 같은 기쁜 순간에도, 기록으로 남길 초상화에도, 심지어 죽은 후 무덤에도 강아지는 함께 자리했습니다. 인간의 충직한 종이자 친구이기도 한 강아지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 곁에서 기쁨을 나눠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