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홍콩 투자사의 자국기업 인수 저지…“실제로 중국회사”

강우찬
2022년 08월 29일 오전 7:35 업데이트: 2022년 08월 29일 오전 9:56

영국, 홍콩기업의 반도체 기술기업 인수 차단
“군사용도로 전용 가능…국가안보 저해 우려”

영국 정부가 국가안보 저해를 우려해 중국계 기업의 영국 전자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인수를 금지했다.

영국 경제·에너지·산업부는 최근 홍콩 기업 슈퍼오렌지HK홀딩이 진행 중인 영국 회사 펄식(Pulsic) 인수 작업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펄식은 최첨단 집적회로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전자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군사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콰시 콰르텡 영국 경제·에너지·산업부 장관은 ‘국가안보 및 투자법’에 근거해 인수 거래를 중단시켰다면서 “인수 중단 결정은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필요하고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경제·에너지·산업부는 성명을 통해 “펄식의 제품은 민간 또는 군용 공급망에 사용되는 최첨단 집적회로 양산에 이용될 수 있다”며 펄식의 기술력과 지적 자산이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망에 따르면 슈퍼오렌지HK홀딩은 지난해 8월 난징에 있는 보신소프트웨어에 의해 설립됐다.

보신소프트웨어는 상하이합견공업소프트웨어그룹(이하 상하이합견)이 100% 출자한 자회사이며, 상하이합견은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반도체펀드와 인터넷투자펀드가 대주주로 등록됐다.

중국 정부-투자펀드-중국 기업-홍콩 자회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드러난 것이다. 콰르텡 장관 역시 트위터를 통해 슈퍼오렌지HK홀딩을 “중국 기업”이라고 불렀다.

상하이합견 총재 쉬푸는 보신소프트웨어 이사를 겸하며 과거 중국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10명의 여성 경영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는 등 중국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드러냈다.

쉬푸 총재는 지난해 11월 중국 언론에 “미국의 기술을 국산화하고 반도체 업계 선두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전자설계 자동화 분야를 향후 기술개발의 중점으로 제시했다.

이번 거래 차단의 법적 토대가 된 ‘국가안보 및 투자법’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산업 등에 대한 출자를 규제”하는 취지로 지난해 4월부터 영국에서 시행에 들어갔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처음으로 이 법에 따라 중국 기업의 맨체스터대학 비전 감지기술에 관한 라이선스를 저지했다. 영국 정부는 이 기술이 군용 드론이나 미사일에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자국 원전사업에서 중국 공산당(중공) 관영기업인 중국핵전집단공사(CGN)를 배제하며 산업투자에 국가안보와 국익을 고려하는 정책 기조를 뚜렷이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