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보당국 수장 “중국, 사이버 안보 분야 최대 위협”

한동훈
2022년 10월 29일 오후 2:44 업데이트: 2022년 10월 29일 오후 8:26

영국 정보당국이 중국을 사이버 안보 분야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했다. 경제력과 기술력으로 자국을 봉쇄하고 해외에서도 통제를 확대한다는 이유에서다.

제레미 플레밍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 본부장은 최근 “중국은 영국의 미래를 정의할 국가안보”라고 밝혔다.

영국 정보통신본부는 국내 정보를 전담하는 (국내)보안국(MI5), 해외 정보 맡는 비밀정보국(MI6)과 함께 영국 3대 정보기관이다. 국내외 통신 정보를 수집하고 외국 암호 체계를 해독·분석하는 것이 주 임무다.

이러한 정보기관의 수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와중에도 중국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명시한 셈이다.

플레밍 본부장은 싱크탱크인 ‘영국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 연설에서 “중국은 세계 기술 생태계를 형성하여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며 “국제 안보 규칙을 다시 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은 기술 분야에서 정치적 동기에 따라 행동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사실로 받아들이고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라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국가안보 개념이 과거에 비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자국민을 통제하려 하면서, 다른 국가를 잠재적 적국이나 위협, 뇌물 또는 강압의 대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은 자국의 기술 개발이 자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영국은 중국의 기술이 자국민의 인권을 탄압하고 타국을 위협하는 도구가 됐다는 입장이다.

영국 정보당국에서는 중국의 영향력과 의도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MI6는 중국을 ‘영국과 동맹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꼽았다.

2020년 영국은 미국에 이어 중국 기업 화웨이를 안보 위협으로 지정하고 영국의 5G 통신 네트워크에 2027년까지 단계적 퇴출을 공식화했다.

플레밍 본부장은 중국이 인터넷 인프라를 분열시켜 통제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디지털 화폐를 사용해 사용자의 거래를 감시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등과 같은 향후 처할 수 있는 제재를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이 서비스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의 대안으로 자체 GPS인 ‘베이더우위성항법시스템(BDS)’을 개발, 가동하고 있다.

플레밍 본부장은 어떤 국가가 BDS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중국과 분쟁 혹은 대립 시 시스템에서 배제당할 수도 있다며 중국의 기술이 어떻게 상대국을 통제하는 데 쓰일 수 있는지 설명했다.

이어 그 대안으로 서방 기업과 연구자들에게 지식재산 보호 강화를 조언하고, 민주 진영에는 개발도상국이 중국의 기술 영향권 아래에 편입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대안을 개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양자 컴퓨팅, 첨단 반도체 등 분야에서 민주 진영이 중국과의 경쟁에 뒤처지면 안 된다며 중국이 무력 점령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타이완이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플레밍 본부장은 “타이완 해협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면 영국과 세계의 미래 성장과 복원력이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러시아의 무기가 소진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전장은 물론 사이버 공간 대응을 통해 전세를 역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군의 피로가 누적되고 신병과 수감자를 전장에 투입하는 절망적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이 기사는 AP통신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