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보당국 “러시아 위협 크지만, 세계 질서 최대 위협은 중국 공산당”

이은주
2020년 09월 15일 오후 1:19 업데이트: 2020년 09월 15일 오후 1:31

중국 공산당(중공)이 군사 분야 외에 사이버 안보, 경제, 공중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 질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국가정보국(DI) 국장인 짐 호큰헐 중장은 13일(현지 시각)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와 중국 등은 직접적인 충돌은 일으키지 않지만, 계속해서 현존 국제질서에 도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호큰헐 중장은 “(중공은) 더욱 권위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중공이 자신들의 표준과 규범을 강요하려 하고, 군 현대화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자국의 경제력을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전복하는 등 국제질서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호큰헐 중장이 “러시아가 유럽 안보에 가장 큰 군사적·지정학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중공 정권에 대한 강한 경고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더 선에 따르면 호큰헐 중장은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공 총서기의 집권 이후 중공이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공이 서방의 군사적 이점을 빠르게 잠식하는 첨단 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증가하고 있는 렌하이급 구축함은 어떤 해군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경고했다.

또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은 서구가 국제규범을 따르지 않는 상대국과 보조를 맞추도록 하는 방식으로 전투의 성격을 바꿔 놓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와의 갈등은 사이버, 우주 등과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돼 영국의 화합과 회복력, 그리고 국제적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기존의 위협 요인들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인공지능(AI), 기계학습(머신러닝) 등의 기술에 투자해왔다”고 부연했다.

중공이 세계 질서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영국 국방 당국자의 발언은 이미 영국 정부가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영국 정부는 현재 중공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평가와 외교, 국방, 안보 등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영국은 전통적 영역에서 벗어나 우주, 사이버, 해저 등에서 군사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벤 윌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 7월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러시아와 중공은 공격적 우주 무기를 개발하고, 그 능력을 향상시켜왔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출신 해커들은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대유행의 혼란을 틈타 사이버 공격 수위를 높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도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피해국 중 하나로, 전염병 사태 이후 중공의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7월 22일 “중국이 코로나 대응 업무 기관을 포함한 의료·상업·교육 기관을 겨냥해 악의적인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며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표명했다.

라브 외무장관의 발표가 있기 전날인 21일에 미국 법무부는 영국과 미국 등 전 세계 정부기관과 기업들의 지적 재산을 훔치려 한 중국인 해커 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해커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기밀 정보와 중공 바이러스 백신 연구 자료를 빼내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영국 정부는 지난 10일 영국의 헬스케어 기업들에 사이버 보안 강화 및 정보 보호를 돕는 정부지원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영국의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와 미 국토부 산하 사이버안보국(CISA)가 전염병 대응에 관여하는 국제 의료기관 및 의학 연구 단체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