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中 비밀경찰서 의혹에 “극히 심각하게 생각”

한동훈
2023년 04월 21일 오후 10:52 업데이트: 2023년 04월 22일 오후 5:18

더 타임스 “비밀경찰서 의혹 연루자, 총리와도 사진”

영국 정부는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과 관련해, 중국 등 타국 정부가 영국 영토에서 외국인을 협박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 문제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크리스 필프 치안장관은 “영국 정부는 영토 내 외국인에 대한 타국의 간섭, 국경을 초월한 위협을 극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프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그러한 곳(중국 비밀 경찰서)이 100여 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경찰 당국이 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은 이 시설이 현지에서 중국계 반중인사, 반공산당 단체, 공산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인물, 중국 민주화 운동가, 인권 활동가 등을 추적하고 귀국을 설득하거나 협박하기 위한 거점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17일 미 연방수사국(FBI)은 뉴욕주 맨해튼 차이나타운 인근에서 중국 비밀 경찰서를 운영했다는 혐의로 중국계 남성 2명을 체포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이들은 푸젠성 출신 향우회 간판을 내걸고 중국 공산당 당국의 지시를 받아 중국 민주화 운동가를 추적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중국 비밀 경찰서에 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들이 영국 영토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를 뿐만 아니라 유력 정치인에게도 접근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8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푸젠성 출신의 중국계 사업가인 린루이유(林瑞友·40)의 과거 행적을 집중 보도했다.

푸젠성 향우회 회장인 린루이유는 지난해 11월 중국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영국 런던의 한 주소지가 그가 운영하는 음식 배달 앱 사무실이라는 점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신문에 따르면 린루이유는 집권 보수당의 한 지역구 중국계 지부 부회장을 겸직하며 보수당 행사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고 모금행사를 열어 의원들을 초대했다.

또한 린루이유는 테레사 메이 당시 총리,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하거나 사진을 찍어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세계 곳곳에 운영 중인 중국 비밀경찰서에 대해 중국 국적의 운전면허 갱신 등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며, 경찰이 아니라 현지 자원 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된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해 7월까지 이 시설을 통해 중국인 23만 명이 귀국해 형사 처벌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현지 사법체계를 무시하고 법 집행을 해왔음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한편, 현재까지 드러난 중국 비밀 경찰서는 향우회나 교민협회 등 현지 중국계 커뮤니티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들이 연루됐다는 공통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에서도 중국 비밀 경찰서 관계자로 지목된 중식당 ‘동방명주’의 실소유자인 왕하이쥔(王海軍·44) 역시 린루이유와 마찬가지로 40대 사업가였다.

왕씨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역시 “동방명주는 중국 비밀경찰서와 무관하다”며 한국에서 다치거나 죽은 중국인 10여 명의 의 귀국을 도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JTBC는 왕씨의 부인인 A씨와 지인 관계라는 한 인물을 인용해 A씨가 남편 왕씨를 평소 ‘중국 정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소개했으며 식당을 창업할 때도 중국 정부로부터 30억 원 정도를 지원받은 것으로 말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