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치솟는 물가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추가 인상

한동훈
2022년 07월 28일 오전 9:08 업데이트: 2022년 07월 28일 오전 11:51

물가 상승 요인으로 러시아의 우크라 전쟁 언급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서는 “경제 잘 작동” 부인
ING “고금리 오래 안 갈 것…내년 여름 인하 가능성”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미국이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2개월 연속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7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2.25~2.50%로 상승했다. 연준은 FOMC 회의 뒤 성명에서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 전원 만장일치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앞서 지난달 FOMC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0.75% 인상했다. 지난달 연준의 0.75% 기준금리 인상은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이었다. 연준은 이번에 또 한 번 같은 폭으로 금리를 끌어올리며 물가를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연준은 성명에서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출과 생산에 대한 최근 지표는 약화됐다며 주요 원인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들었다. 성명은 “전쟁과 관련된 사건들이 인플레이션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경제 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월 8.3%, 5월 8.6%, 6월 9.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당초 연준이 제시한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까지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위협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이후 별도 기자회견에서 “다음 위원회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관리들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증거를 찾고 있는 중이기에 어떤 데이터가 나오냐에 따라 (인상폭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큰 폭의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물가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연준의 다음 FOMC 회의는 오는 9월에 예정돼 있다.

파월 의장은 또 연준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지도 늦추지도 않는 중립 목표를 달성했다며 다만 대규모 금리인상의 효과가 아직 느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침체 우려에 관해서는 “경제의 많은 영역들이 너무 잘 작동하고 있다”며 “경제가 현재 침체 국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부인했다.

아울러 “연준은 경기침체를 일으키려 하지 않고 있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연착륙할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달 중순 미국 노동부가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를 9.1%로 발표하며 41년 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운 전월(5월)의 8.6% 기록이 경신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한때 연준이 울트라 스텝(1.00%포인트 금리인상)을 내디딜 수 있다는 예측이 확산됐다.

하지만 한 차례 뜨거운 반응이 지나고 냉정해진 시장은 0.75%포인트 인상을 유력하게 전망해왔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다음 행보가 0.50~0.75%포인트 인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그 사이에 2건의 소비자물자지수 보고서와 2건의 고용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인 만큼 다양한 변수가 개입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말까지 총 1.25%포인트의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네덜란드 투자은행 ING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금리인상에 대해 “연준이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연준은 공급 측면 개선을 통한 인플레이션 대응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금리인상을 통해 수요에 제동을 걸어야 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ING는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금리인상을 이어가겠지만 적어도 내년 여름부터는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 이유로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과 고금리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미국경제의 ‘체질’을 이유로 들었다.

ING는 “지난 50년 동안 연준의 마지막 금리인상과 첫 번째 금리인하 사이 평균기간은 6개월에 불과했다”며 “이는 빠르면 내년 여름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