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은행 위기에도 금리 0.25%P 인상…韓·美 금리차 최대

한동훈
2023년 03월 23일 오전 10:56 업데이트: 2023년 03월 23일 오후 1:01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인 연방금리를 0.25% 포인트 재차 인상했다.

이는 당초 지난달 예상됐던 ‘빅스텝(한번에 0.5% 포인트 인상)’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금리 인상 조치다.

앞서 2월 연준 내부에서는 3월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해야 한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후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 은행 시스템 위기가 겹치자, 연준 역시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시스템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은행들의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게 직접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 여론을 겨냥해 “우리는 은행 시스템의 안전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모든 예금자들의 저축은 안전하다”며 “우리의 은행 시스템은 탄탄한 자본과 유동성을 보유해 건전하고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 위해 충분한 긴축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 금리 전망 중간값을 5.1%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수치를 유지한 것이며, 시장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올들어 시장에서는 경기 위축 우려가 완화되면서 연말 금리 중간값이 5.5%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연준은 이번 성명에서 지난 성명에 있었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표현을 “추가적인 정책 확인이 적절하다”고 수정했다. 시장 위축을 고려해 금리 인상 기조 의지를 다소 완화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와 관련해서는 경영진의 잘못된 결정으로 은행 이용자들을 “상당한 유동성 위기에 노출했다”고 비판하면서, 대량 예금인출 사태 등을 차단하기 위해 은행에 대한 더 강력한 감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는 2000년 5~10월 이후 2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의 기준금리(현 3.5%)에 대한 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