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불편을 끼쳐 미안합니다” 홍콩 시위대 사과..中 관영언론은 비하

차이나뉴스팀
2019년 08월 21일 오후 3:22 업데이트: 2019년 08월 25일 오후 12:16

“불편을 끼쳐 사과드립니다. 홍콩이 아픕니다” “충동적 행동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지난 12~13일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하고 연좌시위를 벌인 홍콩 젊은이들이 들었던 푯말이다. 이 모습을 담은 사진은 중화권 온라인 공간으로 확산되며 홍콩 시위의 평화적 면모를 새삼 각인시켰다.

중국 관영언론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국무원 산하 신화통신은 홍콩 시위대를 ‘폭도’로 묘사하는 프레임을 재가동했다.

15일 홍콩에 위치한 신화통신 아태지사는 공식 페이스북에 홍콩 시위대를 ‘바퀴벌레’로 비하하는 그림을 올리고 “최선을 다한 사과냐”라고 비난했다.

페이스북은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됐지만, 신화통신 아태지사에서는 ‘신화 홍콩(新華香港)’이라는 공식 계정을 운영 중이다.

해당 게시물에서는 시위대를 카메라 앞에서만 미안하다고 하고 뒤에서는 여전히 폭력을 휘두르는 식으로 묘사했다.

댓글에서도 홍콩 시위대를 향한 비난이 이어졌다.

한 중국계 누리꾼은 “마스크와 헬멧을 벗고 얼굴을 드러내고 사과하라”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위대를 응원하고 신화통신을 비판하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헬멧과 마스크는 경찰의 최루탄과 콩주머니탄(납 알갱이가 든 탄)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댓글에서도 “진짜 사과해야 할 당사자가 누군데” “캐리 람은 오늘 이 시간까지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있나?”라고 꼬집었다.

홍콩 경찰의 태도를 문제 삼는 글도 있었다. 한 댓글에서는 “7월 21일 백색 테러단이 시민과 시위대를 공격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고 아직 사과하지 않았다”라고 질타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를 테러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한 여성 시위자가 경찰이 쏜 콩주머니탄에 맞아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이에 시위대는 다음날부터 이틀간 홍콩 국제공항 점령 시위를 벌였다.

공항 당국은 이 기간 항공편 수백 대를 취소했지만, 미국 ABC는 공항 내부 질서가 잘 유지됐다는 한 여행객 인터뷰를 내보내며 항공편 취소 사유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한편, 시위대 일부는 홍콩 국제공항 곳곳에 대자보를 걸고 “(공항 운영 중단에 대해) 여행객에게 불편을 끼쳐 깊이 유감이다. 절박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었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