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망 상대 소송 완승

재판부 "저우위보 행적 간첩으로 의심할 여지 있어"

차이나뉴스팀
2023년 04월 21일 오후 1:22 업데이트: 2024년 01월 27일 오후 8:47

에포크타임스코리아, 중공 기관지 인민망 상대 승소

‘진실과 전통(Truth & Tradition)’이라는 사시(社是)에 발맞추어 창간한 이후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알리는 데 앞장서 온 에포크타임스가 중국 공산당 관영 매체 인민일보(人民日報) 자회사 인민망(人民網)을 상대로 승소했다.

4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부장판사 송승우)는 인민일보 온라인 플랫폼 인민망의 한국법인 피플닷컴코리아 주식회사와 대표이사 저우위보(周玉波·주옥파)가 제기한 허위보도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인민망과 저우위보 대표의 패소 사실을 보도한 ‘월간조선’ 기사. | 월간조선 화면 갈무리.

인민망 한국대표처(피플닷컴코리아)와 대표이사 저우위보는 2021년 5월, “허위 사실 적시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에포크타임스코리아 대표이사와 기자, 인터넷 신문 파이낸스투데이, 1인 미디어(유튜버) 등 8인을 상대로 총 7억 5000만 원의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에포크타임스코리아에는 회사와 소속 기자 1인에게 총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원고들(피플닷컴코리아, 저우위보)의 피고들에 대한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피고들의 소송비도 원고 측이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에포크타임스코리아는 지난 2021년 5월 총 3차례에 걸쳐 저우위보(주옥파)와 인민망한국대표처(피플닷컴코리아)의 행적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언론·출판의 자유와 책임에 대해서 언급했다. 관련 대법원 판례를 예시로 들어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 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할 때에는 표현된 내용이 사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 공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해당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 존재인지 사적 존재인지, 표현이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적 영역에 속하거나 관심 사안이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안일 경우 심사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어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적 사안 관련 보도에 대한 언론 자유 제한 완화돼야

원고 측이 제기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재판부는 “보도가 비판적인 관점에서 작성되었다는 등의 주관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이러한 표현행위를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것으로 단정한 다음 표현행위자로 하여금 사실 적시에 관한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2009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핵심 쟁점인 원고 저우위보와 피플닷컴코리아가 제기한 간첩(스파이) 의혹 보도 논란에 대해서도 명시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국내에서 간첩활동을 한다는 사실에 관한 단정적 표현은 없고 우회적으로 드러내거나 의혹을 제기하고 있을 뿐이다.”라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의 국내 간첩활동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밝혀 ‘간첩 행위 의혹을 제기하여 법인(피플닷컴코리아)과 개인(저우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원고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결 근거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간첩활동은 ‘밀행성(密行性)’으로 인하여 첩보기관 등 소수 집단을 제외하고는 해당 증거 수집이 사실상 어려운 영역이다 ▲세계 각국은 첩보원의 국외 활동을 통하여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며 외국 간첩의 활동을 인지하더라도 해당국과의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하여 관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 활동을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형법, 국가보안법 등에 규정된 간첩의 본래적 의미는 ‘적국을 위하여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북한과 정전 중인 대한민국에서는 ‘간첩’이라는 용어가 일상에도 파고들어 반드시 ‘적국을 위하여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만 사용되지 않고 수사학적·비유적 표현으로서 정치적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확장·변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일반인이 ’간첩(스파이)‘이라는 표현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이나 감수성의 차이는 폭이 넓어 표현의 의미를 문맥이나 발언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의적으로 단정하거나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외교관이 아닌 외국인이 국내에서 자국과 대한민국의 교류·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민간 외교사절로서 활동을 펼치는 것은 흔한 일이고 원고들의 활동이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간첩 활동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는 경계가 모호하다 ▲국내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반감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원고들의 활동이 간첩 활동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여지도 있다. 국민 입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국내 공직자를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바 보도 내용은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 ▲원고1(피플닷컴코리아)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회사이고 원고2(저우위보)는 회사의 대표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수인한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 ▲ (저우위보와 피플닷컴포리아에 간첩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간첩활동이라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저우위보와 인민망의 행적…간첩 행위로 의심할 여지 있어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실, 한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그에 따른 국민의 반감 고조 등을 예시로 들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저우위보와 피플닷컴코리아의 활동을 간첩 활동으로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저우위보 피플닷컴코리아 대표이사가 ‘여성성’을 간첩 행위에 이용했다’는 쟁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판결문에서는 “원고가 공산당 당원이자 피플닷컴코리아 대표이사로서 국내에서 수행한 활동은 원고(저우위보)의 사생활이 아니라 공적 활동의 영역에 속한다.”며 “원고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에포크타임스코리아가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한 피플닷컴코리아의 ‘유령회사’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당사의 손을 들어줬다. 2021년 5월, 에포크타임스코리아는 기사에서 피플닷컴코리아가 ▲매년 막대한 영업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사업을 지속 하는 점 ▲ 미디어기업임에도 밸브류 제조·수출 등 업무와 관련 없는 22개 항목을 ‘법인 목적 업무’로 나열한 점 ▲ 매출액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자기자본금 등의 문제를 들어 “피플닷컴코리아는 전형적인 유령회사로 의심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세무사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이에 대하여 피플닷컴코리아는 ‘자사(自社)를 가리켜 유령회사라고 표현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인민망 한국대표처(피플닷컴코리아) 법원 등기부 등본. 밸브류 제조 등 미디어 기업과 관련 없는 20여 종의 업종이 나열되어 있다. | 에포크타임스.

재판부는 “‘법인 등기부등본·재무재표상 전형적인 유령회사’라는 표현은 세무사의 발언을 인용한 것인바 발언 자체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피플닷컴코리아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전문가의 의견 표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설령 구체적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간접적으로 인용한 것에 그칠 뿐 그러한 사실을 암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표현 방식이 원고를 비하하는 등 다소 불량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공산당 기관지에 해당하는 인민일보의 자회사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방식이 수인한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공적 관심 사안 혹은 공공 이익 관련 보도에 있어서 매체는 광의(廣義)의 언론 자유를 향유할 수 있다 ▲ 중국(중화인민공화국) 국적자이자 중국 공산당 당원인 저우위보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회사인 인민망 한국대표처(피플닷컴코리아)의 전반적인 활동은 간첩(스파이) 활동의 경계선상에 있다 볼수 있으며 이에 대한 의혹 제기를 한 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고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간첩’이라는 표현은 폭넓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판결하여 에포크타임스코리아를 비롯한 국내 언론, 1인 매체(유튜버) 등의 문제 제기가 정당성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경찰 무혐의-지방검찰청 무혐의-고등검찰청 무혐의

한편 지난 2021년 저우위보가 에포크타임스코리아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소송도 원고의 완패로 종결됐다. 저우위보는 민사소송 제기 전 “에포크타임스코리아의 보도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되고 모욕을 당했다.”는 취지로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제기 후 해당 기사를 작성한 본사 기자는 2021년 12월, 서울마포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출석하여 약 3시간에 걸친 피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본사 기자는 1·2차에 걸친 A4용지 50쪽 분량의 ‘소명서’에서 기사 작성 경위, 보도 근거 등을 주석과 관련 문헌을 제시하며 상세하게 소명했다.

조사 후 서울마포경찰서는 ‘무혐의, (검찰) 불송치’로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이후 저우위보는 ‘의의 신청’ 제도를 이용하여 ‘사건 리뷰’를 수사기관에 요청했다. 그 결과 사건은 관할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송치되었으나 2022년 4월,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에 대하여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저우위보는 검찰 항고하였고 이에 서울고등검찰청 형사부 소속 검사가 재검토를 하였으나  2022년 10월 ‘항고 기각’ 처분을 내렸다.

해당 사건에 대하여 ‘중국의 초한전: 새로운 전쟁의 도래’ 저자 이지용 계명대 교수는 “상대국의 법률을 악용하여 중국 공산당이 의도한 바를 관철시키고 자유 대한민국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전형적인 중국 공산당의 법률전’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