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중국…우한시와 가까운 후난성에 치사율 높은 조류독감 발병

윤건우
2020년 02월 3일 오전 10:42 업데이트: 2020년 02월 3일 오전 11:58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감염자 치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우한 폐렴의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남쪽에 있는 후난(湖南)성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농업농촌부 발표를 인용해 치명적인 ‘H5N1 조류독감’이 후난성 사오(邵陽)시 솽칭(雙淸)구의 한 농장에서 발병했다고 2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전날 중국 농업부는 “해당 농장은 닭 7850마리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 중 4500마리가 감염돼 폐사했다”며 “지방 당국이 발병 이후 1만7828마리의 가금류를 폐사시켰다”고 밝혔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2일 0시 발표한 우한 폐렴 누적 확진자 수는 1만4380명, 사망자 300명이다. 해외 전문가들은 실제 환자수는 5~10배 정도일 것으로 예측한다.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전염병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금류에까지 비상이 걸리면서 중국이 겹재난을 맞고 있다.

조류독감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조류 급성 전염병으로 닭·오리·칠면조 등의 가금류에 심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며,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전염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에 발견된 H5N1 바이러스는 위험도가 높은 고병원성 조류독감으로 치사율이 50% 이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H5N1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간 전파되는 경우 사스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세계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된 1918년 스페인 독감이나 돼지독감 H1N1 바이러스가 조류독감 H5N1의 돌연변이 변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중국 허베이성의 한 양계장 | 신화=연합뉴스

지난 1997년 홍콩에서 조류독감 환자 6명이 사망하면서 인간도 조류독감에 걸릴 수 있음이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H5N1이 닭이나 돼지의 몸속에서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 옮긴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H5N1과 같은 독감 바이러스는 DNA에 비해 변종이 일어날 확률이 10만 배나 높은 RNA만으로 구성되므로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 변종도 생겨나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에서는 1996년 거위에서 H5N1 조류독감이 처음 발견됐다. WHO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돼 455명이 사망했으며, 이 기간 중국에서는 53명의 감염자 중 31명이 사망했다.

조류독감은 H5N1에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과 분비물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데, 닭똥가루가 공기중에 퍼져 그 가루를 인간이 직접 흡입할 경우,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먹거나 공기 중에 떠도는 배설물의 미세먼지를 흡입할 경우에 감염된다. H5N1은 배설물에서 3개월 이상 생존한다.

동물 전염병이지만, 과거 한국의 사례에서도 사람에게 미치는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조류독감은 2014년 이후, 거의 매년 발생했다. 2014~2015년 사이에 3차례 391건, 2016~2017년 사이에 3차례 421건, 2017~2018년 사이에 1차례 22건 등 총 7차례 834건이 발생해 6만9387마리가 살처분됐으며, 이 과정에서 총 7895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