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일로 하는 대신…” 교통사고 낸 서른살 운전자가 받은 문자

이서현
2020년 11월 3일 오전 11:10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1:27

교통사고가 나면 평온했던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정해진 일정이 틀어지기도 하고 당장 일처리도 해야한다.

수리를 위해 정비소를 오가는 번거로움과 예상치 못한 목독 지출도 감당해야 한다.

상대 운전자와 대면하는 과정에서 심적인 타격을 받는 경우도 많다.

연합뉴스

시간과 돈, 감정적 손실을 생각하다보면 상대방을 배려하기 보다 손해를 덜 보는 방법을 궁리하게 된다.

주변에서도 본인이 겪은 교통사고 경험을 들며 이와 결이 비슷한 훈수를 두는 이들이 많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우선 목소리부터 높이고 시시비비를 따지는 풍경을 많이 보게되는 이유가 아닐까.

요즘 세상이 다 그런거다고 받아들이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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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어른을 만나게 된다면 세상이 달리 보이지 않을까 싶다.

서른살인 A씨는 어느날 점심 무렵, 업무를 보던 중 예상치 못한 접촉사고를 냈다.

A씨는 보험사를 부르지 않고 상대 차주인 B씨에게 견적을 뽑아서 연락을 달라고 한 후 헤어졌다.

이후 “정말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죠? 잠시 한눈을 팔아서…”라며 B씨에게 사과문자를 보냈다.

B씨가 “나도 그럴때 있어요. 일하시다 그런건데 괜찮아요”라고 하자 A씨는 고마움과 함께 다시 한 번 사과를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고를 낸 그날 밤, B씨가 문자 한 통을 더 보냈다.

“오늘 사고내고 걱정 많이 하면서 잘들었을거 같은데, 낼 아침에 기분좋은 소식 하나 전해드릴게요.”

B씨는 우선 견적을 낸 결과를 알렸다. 범퍼를 교환해야 할 상황이고 견적은 60만원 정도가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후 내용은 A씨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근데 당신 면허증을 보니 서른살이더만요. 한참 직장인 시작일텐데 육십만원은 큰 돈일거 같네요.

더군다나 보험처리를 하기 싫어하는 것 같은데 아마 회사차? 아니면 사고이력이 있는거겠죠?

꼭 담에 십년뒤 내 나이됐을 때 이런 경험에 맞닥뜨린다면 저와 같이 꼭 한번 용서해주는 걸로 약속해주세요.

눈치 채셨겠지만 없던 일로 할게요. 세상은 그리 거친것만은 아니라는 걸 느껴주심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B씨는 “젊은 친구가 겸손하게 일처리하는 것이 맘에 들어서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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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사고를 낸 후 연신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B씨는 그런 A씨의 마음을 고스란히 선의로 돌려준 것이다.

지난 2014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문자 내용은 종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회자될 때마다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누리꾼들은 “나도 그냥 보냈더니 내가 사고 냈을때도 그냥 가라고 하시는 분들 많았음” “진짜 어른이다” “나도 저런 여유와 야랑을 가진 어른이 되고싶네” “진짜 가해자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긴 하더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