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저를 괴롭힌 학폭 가해 학생들 만나서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황효정
2020년 05월 12일 오전 10:59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34

하나밖에 없는 딸이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가해자들을 직접 만났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아버지가 누리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아버지 A씨는 “딸아이가 그동안 예민하게 굴어서 그냥 사춘기인 줄 알았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도 봤지만, 없다는 대답에 그러려니 했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에게까지 조언을 구했는데 “그 나이 아이들이 워낙 예민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대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집에만 있으면서, 딸의 성격이 눈에 띄게 변했다. 예전처럼 다정하고 밝은 모습으로 엄마아빠를 대했고 입맛이 없다며 밥 한 공기도 못 먹더니 식사도 잘했다.

개학 일정이 점차 다가오자 딸의 성격은 또다시 변했다. A씨는 딸에게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고백부부’

딸은 그제야 목놓아 울며 “학교에서 심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고, 선생님도 그냥 친구들끼리 다툰 정도로만 알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딸은 “혼자서 버티고 있었는데 다시 개학이 다가오니 숨이 안 쉬어진다”며 “다시 학교로 돌아갈 바에는 죽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A씨 부부는 곧바로 딸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자율신경계 이상 소견까지 보였다.

A씨는 “제 아내는 평소에도 말이 많지 않고 혼자 속으로 삭이는 성격”이라며 “아이가 아파하는 걸 보면서 같이 울고 싶었을 텐데, 아이 앞에서 자기가 울면 아이가 더 힘들까 봐 울지도 못하더라”고 전했다.

이들 부부는 학교에 학폭위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개학도 못하는 상황이라 쉽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아내 B씨는 딸의 치료 과정을 함께하며 천천히 학교 폭력 증거와 가해자 가족의 연락처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딸의 휴대전화로 가해자들에게서 먼저 메시지가 온 것.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깡치’

“학교 안 나와서 너 요즘 살판나겠다?ㅋㅋ 곧 개학하기만 하면 다시 우리 재미있게 지내보자”

B씨는 그 즉시 딸의 휴대전화로 “지금 당장 보자”고 답장을 했다. 가해자 학생들은 비웃으며 “오랜만에 정신교육 좀 다시 시켜줄게”라고 회신했다.

A씨는 “아내는 말 한마디 안 하고 딸 손을 꼭 쥐고 집을 나섰다”며 “저는 재택근무 중이라 다른 방에 있어서 상황을 몰랐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A씨가 전한 바에 따르면, 약속 장소에 나온 가해 학생 4명에게 B씨는 녹음과 녹화를 권했다. 자신의 딸에게도 마찬가지로 촬영을 시켰다.

“여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네 부모에게 바로 연락을 해서 그동안의 네 모든 악행을 알린 다음에 지금까지의 증거를 가지고 경찰서로 갈 거야.

지금부터 아줌마가 하는 말 모두 녹음하든 녹화하든 해. 원하면 인터넷에 올려도 되고, 부모님한테 보여줘도 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교무실’

이어 영상에서 B씨가 한 말들을 옮겨 적자면 이러했다.

“얼마나 딱한 인생을 살았으면 고작 네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방법을 남에게 고통을 주는 거로 택했니?

네 부모도 네가 고작 친구 괴롭히면서 평생 가지도 못할 겉핥기식 친구들이나 이렇게 몇 명 거느리고 다니면서 인생 시궁창에 처박고 있는 거 알고 있니?

너 같은 애가 나중에 할 수 있는 일이 아줌마 시대 때는 그나마 있었지만, 그런 일은 이제 네 썩는 쓰레기로 가득 찬 머리보다 훨씬 나은 컴퓨터가 대신할 거라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누가 너 같이 영혼에서 악취가 풍기는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해 주겠니?

네 부모도 너를 낳은 죄로 데리고 살기는 하지만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을 거야.

온라인 커뮤니티

살면서 한 사람 몫으로 구실도 제대로 못 하는 쓸모없는 인간인데 심지어 쓰레기면 눈앞에서 치우는 게 맞지 않겠니?

그래서 너를 내 딸 인생에서 치워버릴 거다. 내 딸 근처에도 오지 말아라. 같은 학교라 어쩔 수 없다면 최대한 찌그러져서 없는 것처럼 살아. 물론 그러고 있어도 워낙에 네 인성이 썩어서 풍기는 그 악취는 감출 수 없겠지만.

네가 내 딸을 괴롭혀서 너보고 꺼지라고 하는 게 아니다. 그냥 너 같은 게 내 딸 주변을 얼씬거리는 거 자체가 싫다.

고작 너 같이 하찮은 게 뭐라도 되는 양 같잖은 몸집을 부풀려서 내 딸을 스트레스받게 하는 너를 내가 반드시 제거하고 말 거다.

만약 지난 2년 동안 네가 내 딸에게 했던 행동들이 내 딸에게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면 난 내 딸이 행복하지 못했던 그 시간 만큼 네 인생도 아주 불행하게 만들어 버릴 거야.

네가 고등학교에 가도 학폭 가해자라는 걸 알릴 거고, 대학을 가도, 회사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반드시 네가 범죄자라는 걸 모두가 알게 할 거야.

온라인 커뮤니티

네가 또 내 딸을 괴롭힌다는 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난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버릴 거다.

사람들은 아마도 날 욕할 거야. 어느 어른이 아이한테 저런 악담을 퍼붓냐고. 그런데, 내가 욕먹더라도 난 꼭 널 불편하고 곤란하게 만들 거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고, SNS에 올리고, 학부모들 단톡방, 학생 단톡방에도 올리고 선생님들 비상 연락망을 통해서도 모두 보내버릴 거야.

내가 미친년 소리를 듣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상관없어. 그렇게 해서 네가 얼마나 쓰레기고 상대할 가치 없는 하찮고, 같잖고, 우스운 사람인지 네 주변 모두가 알게 하는 게 내 목적이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딸 근처에 얼씬대지 말고 원한다면 이 영상 그대로 네 부모에게도 보여줘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고백부부’

가해 학생들이 “미친 거 아니냐”고 소리를 지르면 B씨는 더 큰 목소리로 할말을 이어갔다. B씨는 손끝 하나 대지 않았지만, 끝에 가서 주동자 학생은 눈물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A씨는 “딸은 엄마의 모습에 오히려 너무 놀라서 제가 일하고 있던 방으로 들어와서는 자기 때문에 엄마 처벌받으면 어떡하냐며 영상을 보여줘서 그제야 저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에 돌아온 아내는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행동해서 ‘왜 그랬냐’고 물어보자 ‘그냥 그러고 싶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A씨는 “상황 자체로는 저도 속이 다 시원하고 진작 딸을 지켜주지 못한 게 한스럽지만, 그래도 딸을 위해서도 일이 너무 커지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 같다”며 혹시라도 아내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조언을 구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1,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 대부분은 입을 모아 “아내 분은 잘못이 없다”며 응원했다.

A씨는 얼마 뒤 “위로와 응원은 물론, 질타까지 모두 감사하다”며 “이번 기회로 더욱 사랑하며 잘 이겨 내겠다”는 짧은 후기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