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8일) 중고거래했다가 “5천원 깎아달라”는 할아버지 문자 받은 누리꾼의 반응

황효정
2019년 11월 9일 오후 1:35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53

중고거래에 나섰던 한 누리꾼이 국내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를 훈훈함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금 중고 거래를 했는데요’라는 제목으로 사연이 하나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요즘 중고로 이것저것 팔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며칠 전, A씨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집에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혈압측정기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A씨가 제시한 가격은 3만 5,000원.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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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나이가 지긋한 것 같은 한 남성에게 연락이 왔다.

“마포구청역인데 언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 차가 없어 전철로 가야하고 3만원에 주세요..

깍을려고 하는 게 아니고 돈이 모자라고 필요해서 그래요. 죄송해요.”

남성은 연락을 해놓고도 A씨가 업무를 보는 데 방해될까 조심스럽다며 시간 날 때 생각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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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곧바로 답장했다.

“돈이 모자란 데 필요하시면 저도 3만원에 꼭 드리고 싶어요!

아니 2만 5,000원에 드릴게요.”

A씨의 답변에 남성은 “미안해요”라며 “감사합니다”라고 거듭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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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날 오후, 서울 마포역에서 남성과 만나기로 한 A씨는 아내와 함께 오고 있다는 남성에게 교통비가 드니 나오지 말고 개찰구에 있으면 자신이 가겠다고 했다.

남성은 A씨에게 “괜찮다. 찬찬히 일 보시라”며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만난 남성은 한눈에 보기에도 70세는 넘는 것 같은 나이 든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왔다.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은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할아버지는 옆에 앉아있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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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에게 다가가 혈압측정기의 사용법을 알려드린 다음, 돈을 받고 돌아오던 A씨. A씨의 머리에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생각이 스쳤다.

A씨는 “기분이 이상하고 막 그러면서, 그래서 다시 전화드려서 뭐 좀 드릴 게 있다고 거기 계시라고 하고 뛰어가서 그냥 받은 돈 돌려드렸다”고 밝혔다.

물론 할아버지 내외는 돈을 사양했다. A씨는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드리며 말했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그래요. 이거 쓰시고 꼭 건강해지세요”